본문 바로가기

오피니언/발행인칼럼

한해를 결산하며

6주간의 전도훈련을 마친 수료생들의 얼굴에서 아름다운 빛이 난다.

  일 년이라는 긴 장정을 마무리하는 세모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2023년은 특별한 한해였습니다.

  지난 6월, 2주간 미국을 방문하고 영성 훈련에서 강사로 섬겼습니다. 복음이 왔던 지역에 다시 복음을 들고 가는 일이란 얼마나 보람되고 가슴 벅차며 놀라운 일인지 모릅니다.

  150여 년 전에 우리에게 복음을 전해준 수많은 선교사님이 우리의 눈을 열어 보게 하시고, 귀를 열어 듣게 하셨는데 이제는 한국인이 미국으로 가서 복음을 전합니다.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일이지만 그곳에도 여전히 복음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다시 선교를 하게 되어 참으로 좋은 일이었습니다.

  덴버에서 3일간의 영성 훈련을 덴버 할렐루야교회에 마치고 3시간의 비행 끝에 워싱턴을 방문하여 미국의 심장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거대한 미국을 떠받치는 힘은 자유민주주의와 기독교의 프로테스탄트 정신이었습니다. 워싱턴을 둘러보고 5시간 동안 고속도로를 달려 뉴욕을 방문했습니다. 뉴욕에서 세계의 정치를 하는 UN 본부를 둘러보고 세계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는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보름 동안 다녀오는 강행군에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참으로 보람 있는 일이었기에 잊을 수 없는 사역의 한 페이지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9월에 들어서자마자 아들 부부와 사돈 식구, 우리 가정 총 6명이 일본 오사카를 여행한 것은 가족 간의 화목을 이루는 복된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간을 떠올리면 지금도 그 흥분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날 그 자리에서 우리들이 모여 의논하기를 “이제 한국에 돌아가면 우리 세 가정이 일주일에 한 번씩 영상으로 예배를 드리기”로 다짐했습니다. 한 달이 지나도 실행이 되지 않아서 내가 아들에게 예배를 드리자고 제안했더니 흔쾌히 승낙하여 지금까지 예배를 드리는데, 은혜가 넘치는 좋은 시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서로 대화하고, 말씀을 나누고, 궁금한 것은 질문하여 서로 답을 얻고, 모르는 것은 다음에 연구해서 알려주고, 정말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가정공동체를 이루어 가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10월부터 11월 19일까지 시작된 6주간의 전도 훈련은 교회를 변화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탄력이 생기고, 훈련생 각자가 “자기 신앙을 점검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이구동성으로 평가하니 저는 입을 다물지 못하겠습니다.

  사람은 무수한 일들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들 가운데 보람 있는 일들을 하여 가슴이 벅찬 일도 있지만, 때로는 기억하기 싫은 아픈 일도 있고, 상처가 되는 일들도 있기 마련입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나를 힘들게 한 일은 별것이 아니고, 잘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상처가 별이 되어 나를 밝혀주기도 합니다.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이해 못 할 일도 없고 용서하지 못할 일도 없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힘들어하며 가슴앓이하고 밤새도록 고민하며 몸을 이리저리 뒤척였는지 부끄럽기만 합니다.

  하루에도 끝 시간이 있고 한 달도 마지막 날이 있으며 한 해도 마지막 달이 있듯이 인생의 마지막 달이 다가오는 여정에 누구를 원망하고 미워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인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마지막이 있듯이 인생의 마지막도 있고 이제는 이 세상도 마지막이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지구 온난화가 심하여 경북 대구가 사과의 주산지였는데 이제는 철원을 넘어 북으로 옮겨간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호남지방에는 열대식물이 잘 자라 바나나, 파파야 같은 과일도 이제는 손쉽게 먹을 수 있는 날이 이제 곧 닥쳐오고 있습니다. 온대지방의 기후인 사시사철인 봄과 가을은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사라지고 긴긴 겨울과 더운 여름만이 우리의 기후를 대표할 것 같기만 합니다.

  자연환경이나 인생의 종말이나 역사의 종말을 독특하게 느끼는 저는 별난 사람인가요? 아니면 다른 사람들은 감각이 없어 무디어 있는 것인가요?  

  계절이든지 인생이든지 언젠가는 끝이 있는데, 그날이 나에게는 슬픔의 날이 아니라 기쁨의 날이 되도록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보편적인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아니라 각별한 자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슬기로움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소돔과 고모라 성에 살았던 롯은 그 도시를 변화시키지 못하고 결국은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두 사위는 하늘에서 내리는 유황불에 타서 죽었고, 겨우 두 딸과 함께 목숨만 건졌습니다.

  인생은 반드시 결산의 날이 있습니다. 그날이 나에게는 도적같이 오는 날이 되지 않도록 늘 깨에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발행인 옥재부 목사

'오피니언 > 발행인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시절  (0) 2024.02.02
희망을 노래하라  (1) 2024.01.05
진정한 기쁨과 감사  (0) 2023.11.06
사돈 식구들과 나들이  (1) 2023.09.26
삶의 지형이 흔들린다  (0) 2023.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