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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발행인칼럼

삶의 지형이 흔들린다

  20세기 말 세상은 온통 새천년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거칠 것 없이 성장할 것 같았던 세계의 경제는 곤두박질치면서 일본은 지금도 경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나마 제조업의 성장으로 버티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한국 교회는 어떠할까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거칠 것 없어 보이던 성장은 점점 멈추어 섰고, 여러 곳에서 부식과 쇠퇴의 신호가 울리는 데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교회가 8~90년대의 모델을 쫓아 교회 성장을 표방하는 각종 세미나나 콘퍼런스에 목을 매고 있었지요.
  당연히 교회는 배운 것을 접목하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잘 적용은 되지 않았고, 많은 교회가 여전히 외형을 갖추는 일에 몰두하고 건축의 붐은 사라지지 않았지요. 좋은 프로그램과 좋은 시설이 수직 성장을 이루는 기반이 된다는 보이지 않는 신념이 작동을 하고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자기 교회인양 자기만이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현실입니다. 
  현실은 냉혹하리만큼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그 원인 중의 하나가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입니다. 전에는 교회가 영혼의 안식이 되고 위안과 안정을 얻는 절대적인 장소로 여겨졌으나, 지금 교회를 향해 보내는 냉소는 얼음보다 더 차가움을 느낍니다. 젊은 사람들일수록 권위적이고 제도적인 종교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기성종교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져 무관심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입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Yellowstone National Park)은 미국 최대, 세계 최초의 공원입니다. 면적이 8,983제곱킬로미터에 이르고, 1만 피트(3,048미터)가 넘는 산봉우리가 45개나 됩니다. 가히 그 크기와 산세가 놀라울 정도입니다. 그곳에서 드넓은 초원과 함께 다양한 식물과 야생동물들이 서식하는 자연 생태계를 보는 것이 경이로움 그 자체입니다. 
  그러나 그곳에도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1,900년대에 포악한 육식동물인 늑대를 제거한 일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포식자가 사라지자, 먹이사슬이 무너졌고, 사슴과 초식 동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식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워 생태계가 심각해진 것입니다. 
  70년이 지난 1995년, 공원 측에서 늑대를 다시 방사하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공원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사슴들과 초식 동물들이 자기들의 안전을 위해 계곡과 협곡을 피했고, 그곳에 다시 식물과 나무들이 자라기를 시작한 것입니다. 황폐했던 계곡 옆에는 숲이 생겨 새들이 찾아왔고, 다양한 동식물들이 풍성해지고 나무가 자랐습니다. 그러자 침식이 줄고, 강의 모습도 달라지고, 웅덩이가 생기며 수로가 느려지고 쌓인 부식토에서 가지가지 꽃들이 피어난 것입니다. 동물의 학살자였던 늑대가 생태계를 살린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의 교회는 움츠러들었고, 사방이 막혀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위기는 새로운 인물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하나님의 사람을 훈련하시고 광야에서 보고 계십니다. 때가 되면 또다시 부르실 것입니다. 
  아무리 우리의 삶의 지형이 흔들린다 해도 흔들리지 않는 반석이신 주님이 계십니다. 그 반석 위에 집을 짓는 지혜가 우리에게 필요한 시점입니다.

옥재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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