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1월 19일에 군대에 입대했다. 가평에서 6개월의 단기 하사 교육을 마치고, 6사단으로 발령을 받아 근무하게 되었다. 친구 이희철 전우도 같은 부대로 발령받았다. 나는 1소대로, 이 친구는 3소대로 배치를 받아 근무했다.
그 해 말, 처음으로 휴가를 얻어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친구는 나보다 순번이 늦어서 뒤늦게 휴가를 갔다. 나는 25일 동안의 길다면 긴 첫 번째 휴가를 다녀왔다. 공교롭게도 내 휴가를 마지막으로 ‘25일 동안의 휴가’가 폐지되었다. 내가 우리 부대에서는 마지막으로 혜택을 본 군인이 된 것이다.
집에 와서 하루하루를 보내니 그 긴 시간이 어찌나 빨리 지나가는지……. 막상 복귀할 시간이 다가오니 부대에 귀대하기가 싫어졌다. 그래서 ‘탈영병이 생길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그 후에 신학을 공부하고 지금까지 달려오면서, 여름에 잠시 며칠 휴가를 보내기도 하지만, 하루도 맘 편히 지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쉰다고 해도 설교가 늘 부담이 되어 머리를 한시도 쉬지 못한다.
목회를 한 지 6년이 지나면 안식년이다. 1년 혹은 6개월을 쉴 수 있어 멀리 가서 공부도 하는 담임목사님들이 계시지만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이다. 나만이 아니라 많은 목회자가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 외에는 늘 긴장 속에 살다 보니 몸이 무너지고 마음도 무너지는 것을 보게 된다.
농경사회에서는 하루도 쉴 수 없었다. 농사일을 하면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해야만 겨우 먹고 살 수 있었다. 산업사회에서 더 나아가 자동화 사회를 앞두고 있지만, 오히려 쉼은 더 멀어진 것 같다. 더욱 부지런히 일하며 앞만 보고 달려가는 젊은 역군들이 직업병에 걸려 고생하고 있다. 좀 쉬어가면서 해도 되는데, 돈에 대한 욕심 때문에 정규 일에다가 잔업에 특근까지 하면 더 많은 수입이 생기므로, 쉬지 않고 일을 하다가 몸이 망가지는 경우를 보게 된다.
우리의 육체는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잠을 자야한다. 또 엿새 동안 일하면 하루는 쉬면서 하나님을 경배해야 한다. 오래전, 사회주의 국가에서 노동력을 착취하여 일을 많이 시키려던 때가 있었다. 일주일을 10일로 정해 9일 일하고, 하루 쉬는 달력을 만들어 사용해 보았지만, 결국은 인간의 생리 구조는 6일 일하고, 하루 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결론을 얻어 다시 오늘의 달력으로 돌아온 사례가 있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은 이 세상에 오셔서 죽을 때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하셨다. 밤낮으로 일을 하시면서 쉴 겨를도 없었다. 하루는 예수께서 안식일에 38년 동안이나 앉은뱅이로 있던 자를 만나 고쳐주셨다. 이것을 본 유대인들이 앉은뱅이였던 이에게 “안식일에 병을 고치는 것이 옳지 않다.”라고 하면서 “당신을 고쳐주신 이가 누구냐?”고 따졌다. 고침을 받은 그 사람이 “그분은 예수님”이라고 하자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죽이려고 했다. 예수님은 여전히 일하시고, 병자는 고침을 받아 쉼을 얻는 이 하늘의 진리를 유대인들은 알 길이 없는 것이다.
안식일에 일을 한다는 예수님을 박해하자 “예수께서 저희에게 이르시되 내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 (요5:17) 라는 말씀을 하셨다. 예수님도 육체를 가지고 이 세상에 계실 때는 피곤도 느끼셨지만, 우리의 구원을 위해 하루도 쉴 수 없는 시간을 보내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진정한 쉼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육체의 휴식과 영혼의 휴식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예수님은 우리를 부르신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11:28)
육체의 피곤 때문에 쉬기도 해야 하지만, 더욱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인생과 삶의 무게이다. 이 짐을 지고 가는 나를 위해 우리 주님은 자기에게 가지고 오고, 너희는 쉼을 얻으라고 하신다. 우리의 모든 짐을 대신 져주신 예수님을 나의 구주로 믿고, 주안에서 참된 쉼을 얻는 우리가 되기를 바란다.
발행인 옥재부(북울산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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