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성제 썸네일형 리스트형 처자妻子이별바위 일본 나가사키현에 있는 히라도를 탐방했다. 400여 년 전 기독교 박해가 끔찍했던 곳이다. 순교자들이 처형당하기 직전에 가족과 이별했던 장소 ‘처자(妻子)이별바위’에 들어선다. 이곳 바위들은 크지도 작지도 않다. 품에 안아보고 싶도록 매끄럽고 윤이 난다. 탐방객들을 맞아주는 표정이 환하다. 입을 씩 벌리고 눈웃음을 머금은 듯한 바위. 그날의 슬픔을 고스란히 품고 있으면서도 기품까지 풍긴다. 순교자들과 가족들이 이별을 앞두고 부둥켜안고 흘린 눈물에 지금까지 바위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그들은 이렇게 흔적을 남기고 하나님 품으로 돌아갔던가. 유치환의 ‘바위’가 떠오른다.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 더보기 [나가사키 순교지 탐방기] 용서와 사랑, 그리고 사명 “하나님의 용서와 자비와 사랑이 부어지시길, 순교자들의 영원한 승리의 노래가 일본 전역에 울려 퍼지길” 언제나 마음에 먼 나라였다. 부산항에서 부관훼리를 타고 저녁을 먹고 집회 후, 눈 한 번 부치고 나니 다다른 나라. 이렇게 코앞에 있는 일본, 시모노세키항에 닿았다. 세계 경제 강대국에다 청결하고 예의 바른 나라, 당장 눈앞이 아닌 100년을 내다보며 움직이는 나라, 무엇에든 철저하고 세심한 나라. 대형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울울창창한 산들이 장관이다. 우리 마음에 켜켜이 쌓인 앙금이 얼마나 많은데 하나님은 이 나라를 어찌 이리 축복하고 계시는지. 이번 WGN이 주관하는 순교지 탐방 지역은 큐슈 나가사키현이다. 400여 년 전 일어났던 기독교 박해와 무려 250년 동안 신앙전승을 해온 그리스도인들의 흔적.. 더보기 바보 도둑 주차장 울타리 앞에 감나무 한 그루가 있다. 목사님이 유독 감을 좋아하시는 데다 감꽃이며 감잎 단풍이 좋아 심어놓으셨다. 목사님은 감나무를 기특해하시며 만나는 사람마다 자랑을 하셨다. 오가는 길에는 일부러 주차장에 들러 눈길을 보내곤 하셨다. 해마다 감을 따서 며칠 잘 익혀놓았다가 성도들과 함께 점심 후 감 잔치를 하셨다. 태풍 소식이 왔다. 뉴스에서는 두 주 전부터 태풍의 위력을 계속 보도했다. 이미 태풍이니 홍수니 우리가 호되게 당한 일이 있기에 전국적으로 태풍준비에 만반의 준비를 했다. 특히 이번 태풍은 울산 땅을 휘저어놓을 거라는 소식에 목사님은 감나무 챙기는 일도 잊지 않으셨다. 쇠막대기 지렛대를 세우고 둥치에 묵직한 옷도 입혔다. 태풍이 무사히 지나가게 해달라는 기도 속에 분명 감나무에 대한 .. 더보기 여름의 냄새들 7월, 붉은 꽃들의 계절이다. 접시꽃 능소화 수국 등등, 꽃만 보면 코를 킁킁대곤 한다. 꽃이 아무리 예쁘고 탐스러워도 향기 없는 꽃은 생명을 잉태치 못한 애송이들만 같다. 냄새가 어디 꽃에서만 나나. 사람에게서도 사물에서도 자연 만물에 냄새가 있는데, 유독 내 눈을 멀게 했던 냄새들이 아직 코끝에 살아있다. 나는 한여름의 도랑을 좋아한다. 어린 시절 도랑에서 훅훅 끼쳐 오르던 냄새가 좋았다. 도랑물 속에는 소낙비 맞은 후에 피어오르는 흙냄새가 있고, 삘기 씹을 때의 연둣빛 풀냄새도 설풋, 무더운 여름 땅속의 잡초뿌리들 냄새도, 그리고 저녁 어스름에 묻어오는 서늘한 저녁 냄새도 난다. 이런 냄새들이 합쳐져서 풍기는 달고 비릿한 도랑물냄새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지금도 도랑을 만나면 코부터 먼저 달려 나.. 더보기 꽃피는 봄, 성경 읽고 기도하는 태화교회 여리고 7.7 함성! 코로나19 시절 영적 여리고 함락 이어 예수사랑 생명양식 보내기 태화교회(양성태 목사 시무)는 올봄 3월 1일부터 4월 18일까지 7일 7주간 「꽃피는 봄, 성경 읽고 기도하는 여리고 7.7 함성!」 영적 운동을 펼쳤다. 성도들이 띠를 이으며 교회에 와서 하루3시간씩 성경 읽고 기도하는 운동이었다. 코로나19 시절을 지나며 성도 개인들 앞에 놓인 영적 침체를 무너뜨리고 교회의 무기력을 흔들어 깨워 다시 힘차게 도약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였다. 7주간 집중기도하는 여리고 기도의 내용들은 에 대한 것으로 ‘여리고는 무너지고 가나안을 열어달라’는 기도였다. 기도울산 33 앱을 더불어 이용하며 기도에 힘썼다. 이 운동은 고난 주일과 부활주일에 연계된 말씀과 기도 부흥운동이었다고도 본다. 성경읽기를 일독한 성도들에.. 더보기 '고개 숙인 사람들'이 울산 이야기로 가을을 지피다 “고개 숙인 사람들에게 위로로 다가가고 싶은 연주자의 마음” 울산 국악인 박성태의 대금 콘서트가 열렸다. 10월 2일 오후 5시 예문아트홀에서 열린 이 행사는 국악동인 ‘휴’ 주최 및 울산광역시와 울산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이루어졌다. 박성태 국악인은 그동안 수많은 연주를 해왔지만 개인 콘서트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연주자로서 의미 있는 콘서트이자 청취자들의 열기로 울산의 가을 쪽문이 열리는 행사였다. 발표된 10곡에는 울산 이야기와 연주자의 개인 스토리가 담겨 있었다. ‘울산의 고래’가 연주될 땐 아트홀이 동해가 된 듯 관람객들이 고래처럼 즐거워했다. 지천명을 눈앞에 둔 연주자가 나이 들수록 아버지 생각이 차향처럼 우러나오는 것 같다고 고백하며 객석에 앉은 아버지를 소개하기도 했다. ‘다향茶香’이 연.. 더보기 무름의 힘 밤새 감꽃이 떨어졌다. 엄지손톱만한 배꼽들, 천연스레 낙화했다. 푸른 바람, 맑은 햇살만을 골라먹고 꽃받침 위에 몽우리를 맺어놓았다. 온몸이 욱신거렸다. 꽃 진 자리마다 이미 푸른 젖이 부풀기 시작했다. 까치가 수시로 와서 살피고 직박구리도 눈독 들였다. 새들의 입질로 봉긋해진 가슴들, 여물기도 전에 떨어진 풋것들을 모아 항아리 속 소금물에 쟁였다. 세상을 그리 함부로 얕잡아보고 뛰어내리면 안 된다는 것을 풋감들은 몸으로 알았을까. 캄캄한 소금물속에 들앉아 떫은맛을 삭여낸 풋감들이 서늘한 단맛을 물고 나왔다. 한입 베면 어린 것들의 고진감래가 그대로 전해져왔다. 감나무에 감이 익어가고 여름도 저물어가는 즈음이면 홍시가 생겨났다. 성미 급한 것들의 손은 헐거워져서 중력을 이기지 못했다. 땅바닥에 파열음을 .. 더보기 거리두기 해제 사람들은 너무 가까이 하며 살아간다. 도시가 발전하고 산업과 문화가 발전하면서 한데 모여 편리한 생활을 끝없이 추구한다. 하지만 그 속엔 죄인 된 인간의 본성인 이해타산으로 얽혀있다. 탐욕, 이기심, 시기질투로 서로를 넘어뜨리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부패하고 부조리하고 타락한 세상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없다.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이 아니더라도 물리적 거리가 조금 멀면 어떤가. 우리가 만든 우상과 같은 문명과 문화와도 거리를 두어 조금 덜 가까이 한다고 소통하는 데 무슨 걸림이 있을까. 촘촘한 그물처럼 밀착되어야만 뜻이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거기엔 인간의 파열음이 난무하고 아귀다툼만 더해질 수도 있다. 시내산에서 하나님이 모세를 만나실 때 떨기나무 불꽃으로 나타나셔서 모세에게 가까이.. 더보기 [7월의 산책] 선암 호수공원에서 기도의 길을 청포도가 익어가는 7월이다. 선암동 호수공원을 찾아가본다. 공원 진입로의 동네가 어수선함이 일상 같다. 그 동네만의 분위기가 묘하다. 사람 살지 않는 곳이 없다는 것을 도심 속에서 느끼다니 왠지 곧 사라질 것만 같은 그런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오래 볼 수 있었으면 싶다. 공원은 호수를 낀 둘레길로 감싸여있다. 둘,셋, 넷도 좋지만 혼자 걸어도 혼자가 아닌 길. 여름 작열하는 태양도 아랑곳없이 사람들로 북적이는 길이다. 하지만 호수가 뿜는 물 냄새, 낮은 동산에서 내려오는 싱그러운 나무 냄새를 느끼노라면 함께 한 친구들도 서로 조용해지는 산책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선암호수공원의 대표적 관광소라고 해야 할까. 겨우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교회와 성당과 절이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신앙을 가.. 더보기 우리 정서의 푸른 백신 같은 영화<미나리>를 보고 매년 미국의 영화와 TV드라마를 대상으로 하는 골든글러브 시상. 올 봄에 영화 ‘미나리’가 골든글러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게다가 극중 할머니로 등장한 윤여정 배우가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게 되어 더욱 이목을 끈 영화다. 그에 못잖게 영화가 너무 밋밋하고 잔잔하다는 관객들의 평이 대부분이어서 큰 대중성을 확보하지는 못하고 있는 듯하다. 스릴도 없고 드라마틱하지도 않은 ‘미나리’. 필시 수상受賞한 작품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인데. 1980년대에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이민이 한창이었던 그 시절, 한 이민가족의 삶을 그리고 있다. 영화도 아니고 소설도 아닌 실제적 삶을 보여주는 듯한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2세인 정이삭 감독의 자전영화라고 한다. 그가 ‘미나리’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더보기 해가 긴 유월엔 동해에서 일몰을 본다 6월은 ‘하지’가 든 달이다. 일 년을 두 계절 ‘하지’와 그 반대 ‘동지’로 구분지어 본다면 ‘하지’는 일 년이라는 산(山)의 정상 같고, 하지 다음날부턴 하산하는 기분이다. 새해 시작되고 힘겹게 등산했다면 이제부터 결실을 거두어가며 내려 가야하는 길. 상반기를 돌아보기도 하며 또 다가오는 하반기를 정비해보게끔 하는 6월이다. 동해에서 지금까지 벅찬 가슴으로 붉은 해를 바라보며 새 마음을 다지곤 했다면 낮이 가장 긴 달인 6월 어느 하루저녁쯤 동해바다를 등지고 해 지는 서녘을 바라보는 것은 어떤가. 길고 길어진 해가 점점 몸을 말아가며 더 빠르게 서산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자. 그리고 생각하자, 앞으로 주어진 어떻게 살아야할지. 해 뜨는 동해에서 일몰을 볼 줄 아는 눈과 마음도 가져보자. .. 더보기 [6월의 산책]산대공원의 장미원으로 공원은 참 근사한 곳이다. 자연이 사람을 둥글게 둥글게 안아주는 듯한 장소. 그곳에 있으면 나무가 되고 풀이 되고 열심히 길을 가는 벌레도 되어본다. 그곳에 들어서면 총총거리고 비비대던 삶을 무장해제 시켜놓고 실컷 입 벌려 하늘과 땅과 함께 웃다 올 수도 있다. 5월, 가정의 달에 가족이 함께하는 드넓은 마음 같은 공원. 울산대공원에 들러 특히 여름에 제격인 장미원에 들러보라. 대공원 남문에 들어서서 왼편으로 조금만 가면 국내 최대의 장미정원이 펼쳐져 있다. 셀 수 없는 장미들이 만발한 그곳은 마치 하나의 행성 같다. 해를 따라 돌다 연례적으로 이 지구에, 이즈음 이 계절에 도착한다. 우리 살아가는 이 울산 땅 대공원 한 켠에 이른다. 263종 5만5000본의 장미를 데리고 온 장미행성과의 만남은 5월에.. 더보기 설성제 수필가 네 번째 산문집 『거기에 있을 때』 출간 우리 인생의 보이지 않는 퍼즐 한 조각 설성제 수필가가 네 번째 산문집 『거기에 있을 때』를 출간했다. 설 수필가는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2003년 「푸른 서랍」으로 예술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수필집으로 『바람의 발자국』 『압화』 『소만에 부치다』가 있다. 현재 울산문인협회, 한국에세이포럼 회원, 울산의 빛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책은 총 4부로 나누어진다. 제1부 ‘무심히, 그리고 유심히’, 제2부 ‘너뿐이야!’, 제3부 ‘그런 섬 하나’, 제4부 ‘자꾸자꾸 불러보고 싶은’으로 구성되었다. 설성제 수필가의 산문집 『거기에 있을 때』는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사건과 존재들을 응시하며 내면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숨 가쁜 도시의 중심에서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한가로이 유목적 사유를 .. 더보기 발자크와 함께 독일에 온 김에 베를린은 한번 들렀다 가야지 싶었다. 함부르크를 떠나기 며칠 전, 우리는 급하게 뜻을 모아 인터넷으로 다음날 아침 6시30분 발 열차표를 예매했다. 갑자기 계획한 마지막 여정을 기대하며 새벽길을 나섰다. 초행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우리 모습이 긴장한 소부대 같았다. 중앙역에 닿았다. 전광판에는 아직 우리가 탈 베를린 행 열차의 선로번호가 뜨지 않았다. 출발 시간은 점점 가까워지는데, 우리 뒤차들의 번호가 먼저 떠오르기 시작했다. 속수무책 전광판만 뚫어지게 바라보며 안절부절못했다. 출발 십여 분 정도를 남겨두고 빨간 불빛만 깜빡거리던 전광판에 안내 글자가 떴다. ‘6시30분 발 베를린 행 열차 실패!’ 우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햐아! 입이 벌어졌다. 안내소를 찾아갔다. “아임 쏘리!”.. 더보기 양탕국 홍 선생 그는 눈물의 둑이 터져버린 원인도 의미도 몰랐다. 그즈음 했던 일이란 하염없이 걷는 것뿐이었다. 머릿속은 텅 비었고 가슴엔 휑한 바람이 불어 한곳에 붙박여 있기가 힘들었다.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것도 가늠할 수 없어 눈물이 내는 길을 따라 걷기만 했다. 터진 눈물은 골목을 넘어 대로를 적시고 사직운동장을 뒤덮은 함성마저 삼켜버렸다. 세상은 아득한 물 속 같았다. 그 깊은 곳을 헤매다 집으로 돌아와 잠을 청하여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잠을 자는 중에도 눈물이 흘러 아내가 수건을 들고 곁을 떠나지 못했다. 수 개월이 흘렀다. 그날도 사직운동장을 몇 바퀴나 돌며 앞을 가린 눈물로 사람들에게 부끄러움조차 느낄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정수리를 치는 음성 하나가 번개처럼 떨.. 더보기 『어? 성경이 읽어지네! 구약 내비게이션』과 함께 부흥하는 교회, 흥왕하는 도시 성경 속 세계역사와 스토리가 눈앞에 현현 교회와 도시를 향한 지속적 말씀운동 5월 17일 열려 지난 2월 2일(주일)부터 6일까지 태화교회에서 『어? 성경이 읽어지네! 실천편 구약 내비게이션』사경회가 열렸다. 말씀으로 인한 교회부흥과 울산 도시를 향한 말씀운동이다. 이애실 사모(생터 성경사역원 대표)의 강의로 전체 12강이 매일 저녁 4시간 동안 진행되어 728명이 신청해 530명이 수료하였다. 태화교회는 하나님중심, 말씀중심, 교회중심이라는 슬로건 아래 삶의 본질을 마땅히 성경에 두고 있는 데다 이번 사경회가 말씀을 더욱 가까이 하는 계기가 되었다. 강사와 성도가 혼연일체 되어 구약 전체 스토리를 단숨에 꿴데 이어 전 성도 ‘96일간 구약 일독’에 돌입하였다. 어? 성경이 읽어지네 내비게이션은 성경을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