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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선교와 전도

"여기가 제가 속한 곳이에요."

[연재를 시작하며] 우리나라 전체 인구(51,439,038명) 대비 체류 외국인 비율은 4.37%. 2022년 출입국통계에 따르면 2,245,912명의 외국인이 대한민국에 체류 중이다. 매년 장기체류 외국인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고 중국, 베트남, 태국, 미국,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일본 등 이들의 출신 국가도 다양하다. 이런 상황 속, 교회 역시 외국인 더 나아가 다문화 사역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다문화 공동체’를 이루어 가기 위해 힘쓰고 있는 시티센터교회(신치헌 목사 시무)의 생생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다문화 사역에 귀감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 교회의 비전은 Belonging, Believing, Blessing(소속하기, 믿기, 복 되기)으로, 일명 '3B 비전'이라고 불린다.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시티센터교회는 인종, 국적, 언어, 문화, 직업 등에 관계 없이 누구나 소속될 수 있는 다문화 공동체이다. 둘째, 시티센터교회는 모든 가르침과 관계, 사역에 있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중심이 되는 그리스도 중심 공동체이다. 마지막으로, 시티센터교회는 도시와 열방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섬기는 선교적 공동체이다. 이 세 가지는 우리 교회가 존재하고 기능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이자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첫 번째인 Belonging (소속하기)의 비전은 너무나 중요하다. 현대인들에게는 상반된 이중 갈망이 있다. 한 편으로는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독립과 자유를 갈망하는 동시에, 다른 한 편으로는 관계를 맺고 공동체에 소속되기를 갈망한다. 타도시와 타국 출신의 이주민들이 많은 울산은 더욱 그러하다. 낯선 도시에서 누구나 소속될 수 있는 곳, 집과 가족을 떠난 누구에게나 ‘여기가 내 집이고 내 가족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공동체가 필요하다. 바로 그런 분들이 소속될 수 있는 가족 공동체가 되는 것이 우리 시티센터교회의 Belonging의 비전이다.

조이 자매는 가족이 없던 낯선 외국에서 가족을 만났다. 개척 초기 3년간 신실하게 섬겨준 원철 조이 커플의 결혼식장에서 시티센터교회 가족들과 찍은 사진

  울산교회의 영어예배부로 있다가 시티센터교회로 개척해 나오면서, 멤버들에게 가장 감사했던 점은 이제 더 이상 목사님과 예배 공간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영어예배부 담당 교역자였던 나도 여러 부서를 같이 섬기면서 영어예배부 멤버들과 보내는 시간이 제한적이었고, 예배 공간도 다른 부서와 시간 대를 나누어 쓰기 때문에 불편함과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제 우리만의 목사님이 생겼고 우리만의 공간이 생겼다. 언제든지 오고 싶으면 올 수 있는 집과 만날 수 있는 가족이 생긴 것이다.
  캐나다 출신의 조이 자매가 우리 교회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This is where I belong.” (여기가 제가 속한 곳이에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첫 일 년은 그녀에게 외로움과 고통의 시간이었다. 평생 대가족 환경에서 자란 그녀 곁에는 언제나 가족이 있었다. 그러나 낯선 한국에 오면서 그녀는 가족으로부터 멀어졌고, 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혼자일 때가 많았다. 그러다 감사하게도 누군가의 소개로 울산교회 영어예배부를 찾게 되었고, 공동체에 소속되어 찬양 리더로 섬기다가 한국인과 결혼을 하고 시티센터교회 개척 멤버로 함께하게 된 것이다. 캐나다로 돌아가기 전까지 시티센터교회 개척 초기 3년을 교회 가족이자 리더로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헌신해주었다.

  공동체에 소속되고 싶은 갈망을 가진 다양한 분들이 우리 교회로 왔다. 필리핀인 아내와 한국인 남편, 캐나다인 아내와 한국인 남편, 미국인 아내와 한국인 남편, 한국인 아내와 남아공 남편, 한국인 아내와 중국인 남편, 남아공 아내와 레바논 남편……. 대부분 부부가 울산교회 영어예배와 다른 한국인 교회를 따로 다니거나, 한국인 교회를 다니면서도 부부 중 한 쪽이 언어와 문화 차이로 인해 소속감을 갖지 못한 분들이었다. 그러던 중 우리 교회가 개척되었고, 우리 교회에 대한 소문과 소개를 듣고 우리 교회로 온 가족이 같이 찾아왔다. 그 전에는 각자 다니던 교회에 본인들만 국제 결혼 가정이었는데 여기에 와보니 거의 대부분이 국제 결혼으로 이루어진 가정들이라는 사실에 반가워했다. 또 왜 이제야 이런 교회를 알게 되었는지 아쉽지만 지금이라도 찾게 되어 감사해했고, 드디어 소속감을 갖게 되었다며 기뻐했다.

  “이곳이 제 집이고 이분들이 제 가족이에요! 드디어 가족이라 부를 공동체를 찾았어요!”

  우리 교회의 가족이 된 많은 분들의 고백이다. 교회 가족을 만나기 위해 경주에서 기차를 타고, 부산에서 버스를 두세 번 갈아타고 오는 멤버들이 있다. 한두 시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도 매주 교회로 기쁘게 온다. 교회에서 영적 가족들을 만나고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 즐거운지, 주일 예배가 끝난지 몇 시간이 지나도 집에 돌아가지를 않는다. "자 이제 다들 집에 가세요~ 저도 퇴근 좀 합시다~ㅎ"라고 말하면 "목사님 여기가 우리 집인데 어딜 가요?"라고 되받아친다. 목사보다 신앙이 훨씬 좋다. 여기가 집이고 이 사람들이 내 가족이라고 말하는 멤버들을 보며 마음이 행복하고 뿌듯하다.  

  누구나 소속되기를 갈망한다. 특히 고향과 가족을 떠난 이들에게는 더더욱 가족과 소속될 공동체가 필요하다. 나는 예전에 울산교회 영어예배부 담당 교역자로 있으면서도 이걸 잘 몰랐다.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몸으로, 또 마음 깊이 공감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의 가족이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외국인과 나그네의 삶을 체험하고서야 비로소 공동체에 소속되고 싶어하는 멤버들의 마음을 조금 공감하게 되었다. 비록 1년 반밖에 안 되는 체류 기간이었지만 그곳에서 나도 소속될 공동체를 찾느라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기 때문이다. 다윗과 함께했던 사백 여명의 사람들에게 있었던 아둘람 공동체처럼, 우리 교회가 소속될 곳이 필요한 다양한 사람들에게 편안한 집과 가족이 되기를 소망한다.

신치헌 목사 시티센터교회
*다음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