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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생활 속 신앙이야기

알록달록 색채 속 행복을 담아내다, 이민지 작가

울산 중구에 있는 밝은미래복지재단 ‘카페 마레’가 알록달록 아크릴과 유화로 물들었다. 초대 개인전을 열고 있는 이민지 작가 덕분. 이 작가는 2019년 신화예술인촌 지붕없는 미술관전 ‘마주보다’를 시작으로 3번째 초대 개인전을 열었다. 
이민지 작가와 함께, 그의 어머니 유안순 집사(울산교회)와 이 작가의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편집자 주

 

어떻게 그림을 시작하고, 재능을 발견하게 되었나?
  “발달장애인은 1급부터 3급까지 정도가 나누어져 있긴 하지만, 대부분 중증이라고 표현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 때는 좀 더 증상이 심하게 느껴졌다. 이민지 작가는 말문도 초등학교 1학년 즈음에야 트였다. 그런 아이를 보며 “얘는 도대체 나중에 뭘 할까?”라고 고민을 많이 했었다.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를 떠나서,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의미 있게 살까?” 하는 고민이 깊었다. 그래서 피아노도 시켜보고, 운동도 시켜볼까 고민해 보고, 다양한 분야의 활동을 접하게 해주었지만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림은 달랐다. 정답을 규정짓기보다는 자기 뜻대로 표현하면 되는 것이지 않은가. 잘하고 못 하는 것이 없고, 내가 내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면 되니까. 그렇게 9살 때부터 미술학원에 다니며 그림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딸이 편안하게 하루를 보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게 했는데, 시간이 흐르고 보니 엄청난 재능이 표출하고 있었다. 2학년에 시작해 6학년 초까지는 간단한 캐릭터를 그리는 정도였는데, 6학년 겨울방학을 맞아 방문한 외가댁에서 놀라운 그림을 그려냈다. 그 그림은 여태 눈앞에 보이는 듯 생생하다. 시골집에 흔히 걸려 있는 달력을 보고 그린 그림인데, 최후의 만찬을 너무나도 특색있게 잘 그려낸 것이다. 그때 그 그림을 보고 앞으로 계속해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돕겠다고 다짐했다. 그때의 화풍이 점차 발전해 지금의 화풍으로 정착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애착가는 작품은?
  “‘최후의 만찬’이다. 앞서 말했던 ‘최후의 만찬’을 다시 한번 그렸다. 그때 그림은 사라져서 없지만, 다시 그려낸 ‘최후의 만찬’에도 놀라운 감격과 이민지 작가만의 특징이 잘 녹아 있다.”
 
평소 어떻게 작품을 그리는가?
  “매일 작업실에서 나간다. 어려서부터 크로키(실제 모델을 빠르고 간단하게 그리는 스케치 소묘) 연습을 많이 해 스케치가 탄탄하다고 생각한다. 보통 스케치를 하고, 물감을 칠해 완성하기 까지 이틀 정도가 소요된다. 속도가 굉장히 빠른 편이다.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한 뒤에는 거의 쉬지 않고 연습과 작품활동을 한 것 같다. 이민지 작가가 그림을 그릴 때 가장 행복해하기 때문이다.”


이민지 작가 작품만의 특징이 있다면?
  “그림으로 자신을 많이 표현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림마다 이민지 작가가 등장한다. 언제부터인가 “이민지”라면서 그림 속 한 인물을 가리켰다. 그림 속 그 공간에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 담겼다고 생각한다. 직접 가서 보고 그리기도 하지만, 가보고 싶었던 곳을 그림으로 그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형화된 법칙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원근법’을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기에 매우 자유로운 그림이다. 이것이 오히려 이민지 작가만의 화풍을 더 굳건하게 만드는 것으로 생각한다. 보통 자폐성 친구들의 그림을 보면 특정 물체 하나에 몰두해 그리곤 하는데, 이 작가는 그런 점에서도 자유롭다.”

전시회를 열게 된 소감은?
  “다녀간 분들이 작품을 보고 “편안하다”고 많이 말씀하셨다. 그리고 “이 공간이 이렇게 편안한 곳이구나” 하고 말씀하신 분도 있다. 하나님께서 주신 재능으로, 하나님을 섬기는 이 카페에서 전시할 수 있어 제게도, 이민지 작가에게도 더욱 의미가 있다. 한 번의 전시회를 열기 위한 준비가 아니라 “항상 준비되어 있자”라는 자세로 작품을 그려왔는데, 세 번째 개인전을 열게 되고, 많은 분께 희망과 즐거움을 드릴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앞으로도 주님의 일에 쓰임 받기를 기대해 본다.”


김상희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