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특집/특별기고

주님의 도구

  몇 년 전 노트르담 성당에 불이 나서 그 모습이 생중계로 방송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마크롱 대통령이 나와서 성당은 이전보다 더욱 아름답게 5년 내에 재건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특별히 가시면류관과 수의 등 많은 유물들은 루브르 박물관으로 옮겨졌다고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이곳에는 예수님이 쓰셨다고 전해지는 가시면류관과 예수님에게 입혀드렸던 수의 등 그리고 예수님이 못 박히실 때 사용되었다고 전해지는 못 등 여러 유물들이 있었고 소방관들과 관계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소중히 이 유물들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사실 가시관이나 못이나 수의 이런 것들은 값이 나가는 것이 아닙니다. 금이나 은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보석으로 치장된 왕관이나 황제나 황후가 입은 화려한 옷들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프랑스 당국과 많은 사람들은 왕관이나 반지나 황제의 옷 같은 것에 비해 보잘것없고 도리어 흉측한 이런 것들을 그 어느 보물보다도 귀하게 여기며 소중히 여기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이 이러한 유물에 관심을 두고 귀하게 여기는 이유는 오직 하나 바로 이것이 주님께 사용되었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을 위해 사용되었기에 비록 가시로 만든 것이라 할지라도 비록 녹슨 못이라 할지라도 비록 비단이나 값비싼 옷감이 아닐지라도 그 무엇보다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 된 것입니다.

  우리는 주로 내게 무엇이 있는가에 관심이 있습니다.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고 내가 얼마나 힘이 있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가 아닌 바로 내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느냐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삶은 내가 지금 누구에 의해 쓰임 받고 있으며 무엇을 하는 삶인지에 따라 우리는 그 누구보다 가치 있는 존재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나스스로는 대단한 존재로 여길지라도 그저 한때 흥하다가 사라지는 허망한 존재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모세는 한때 잘나가는 왕자였습니다. 스스로 누구보다 가치 있고 힘 있는 존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세상 권력에 의지하여 애굽왕궁에 속한 자였을 때 그는 무엇인가 나름 해보려 했지만 결국 살인자요 도망자가 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결국 광야로 도망하여 장인의 집에 거주하며 양을 치며 살아가는 그저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늙어가는 초라한 인생이 되고 맙니다. 세상 말로 하면 끝난 인생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던 그가 이스라엘에 가장 존경받는 위대한 선지자요 조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가 하나님께 부름받고 하나님에 의해 쓰여진 인생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하나님의 손에 붙들려 하나님의 사람이 되었을 때 그는 더 이상 나약하고 무기력한 노인이 아닌  홍해를 가르며 반석을 쳐서 물을 내고 하나님과 대면하는 위대한 종 이스라엘 민족을 가나안땅으로 이끈 위대한 하나님의 도구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저 한낱 녹슨 못 같았던 우리들 그저 가시로 만든 하잘것 없는 것 같은 우리들, 사람들이 불결하다 외면한 피 묻은 저 수의 같던 우리들 또한 주님의 십자가와 부활로 인해 오늘 주님의 소중한 자녀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더 이상 허망하고 무가치한 존재가 아닌 세상 그 누구보다 소중하고 귀한 존재가 된 것은 바로 우리가 십자가와 부활의 은총으로 주님의 것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부활절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부활절의 참 의미는 예수 그리스도로 인하여 우리가 이제 부활을 담은 주님의 도구가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가 부활하신 주님으로 인해 소중한 존재가 되었듯 이제 우리가 십자가에 손과 발이 못 박히신 주님을 대신하여 우리가 주님의 손이 되고 주님의 발이 되어 세상 가운데 주님의 사랑과 복음을 전하는 것 그리하여 부활의 도구로 쓰임 받는 것 이게 바로 부활의 은총을 입은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삶의 모습이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주님의 것이 되어 주님께 쓰임 받는 삶이 될 때 그 삶이 가장 아름답고 가장 가치 있고 가장 귀한 존재가 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부활절은 우리 성도 한분 한분을 통해 부활의 주님의 참 사랑이 이 울산과 온 땅에 흘러가 부활의 은총이 이 땅에 가득하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