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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특별기고

수고한 당신, 분노의 검을 내려놓고 기쁨을 항상 휴대하십시오!

2022년 숨은 키워드 “분노”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사회적으로는 코로나라는 팬더믹의 불안감으로 시작하여 올해 중간쯤에는 정치적으로는 나라의 수장인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를 대표하는 시장, 군수 ,구청장과 기초의원을 뽑기도 했다. 여전히 코로나 바이러스로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격리의 분위기가 완화되면서 올 한해가 그래도 평온하게 마무리 되는가 싶었는데 난데없는 이태원에서의 사고로 많은 젊은이들이 삶을 마감한 소식을 들으면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올해를 마무리하면서 울산의 빛 편집부에서 2022년 키워드와 관련한 내용의 기사를 요청했다. 올해의 키워드와 관련하여는 이 지면에 함께 소개된 ‘2023 트렌드’라는 책을 소개하는 내용을 참고하면 될 것 같아서 중복되지 않으면서도 독자들에게 알릴 만한 키워드를 고민했다. 그 고민의 결과로 나온 2022의 키워드는 ‘분노’였다. 이 ‘분노’는 실제로는 ‘분노’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올 한 해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내제된 감정의 키워드일 것이다. 그래서 올해의 숨은 키워드는 ‘분노’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사람들은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 ‘분노’가 많다는 것을 느낀다. 전에는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사소한 일인데도 사람들 속에서 날이 서 있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그 중 팬더믹으로 가장 많은 분노를 일으키는 것은 ‘마스크 착용’이 아닐까 싶다. ‘실내에서 마스크 써주세요’라는 말을 잘못하면 욕을 먹거나 주먹질을 당하거나 들고 있던 커피를 마스크 써달라고 한 사람을 향해 던져 분노를 표출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말 한마디가 가져오는 파장이 크다. 


  얼마 전 이태원에서 일어났던 지난 일들 속에서 작지 않은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교회 안은 어떨까. 같은 교회를 다니면서도 사회운동을 하는 어떤 목사님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옹호하거나 안타까운 마음에 하는 발언을 성도들 사이에서 하게 되면 물과 기름이 나뉘는 것처럼 차가운 기운이 맴도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사사로운 일들부터 사고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에 마음속엔 ‘분노’라는 키워드가 숨겨져 있는 것 같다.


  이 ‘분노’가 2022년의 키워드로 자리 잡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필자가 짐작하기로 세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과중한 책임감,  높아진 사회적 피로감
그리고 마음의 여유가 사라져 나타나는 분노



 첫째, 모든 일에 심한 책임감을 느끼는 것에 대한 방어나 공격처럼 보인다. 팬더믹을 지나면서 더 심해진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과중한 책임감이다. 코로나가 한반도에 공포감을 주었을 당시에는 이 질병의 원인이 누구에게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를 밝히고 무엇 때문에 확산 되었는지를 밝히는 시도들이 있었다. 그것이 이제는 사람들 사이에서 코로나 뿐 아니라 무슨 일만 일어나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을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사람들은 내 책임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 소극적으로는 방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부여하여 자신이 피해를 보았다고 입증하는 무기로 ‘분노’를 사용하는 것은 아닐까. 


  둘째, 사회적 피로감이 높다. 해야 할 것 보다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많아졌다. 마스크도 벗으면 안되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면 안되고, 사회가 이래서는 안되고. 안되고. 안되고. 안되고... 그런데 피로감을 느끼는 것이 단순히 안되는 것이 많아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안되는 것이 해야 한다는 것과 충돌이 일어나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오는 피로감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먹고 살기 위해, 신앙을 지키기 위해, 사회정의를 위해 다양한 이유와 목적으로 해야 할 당위성과 하면 안되는 제한성의 충돌이 사람들의 마음을 피곤하게 한다. 셋째, 마음의 여유가 사라져 가기 때문이다. 인내하고 포용하는 마음이 점점 잃어가고 있다. 선하게 살고 착하게 살면 세상에서 바보가 되어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이 이제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넘어 하나의 공식화 되어 가고 있는 듯 하다. 그러다 보니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여유로움보다는 날카로움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데살로니가전서 5장 16절에는 분노하지 말라는 소극적인 말씀 대신에 “항상 기뻐하라”는 적극적인 말씀이 기록되어 있다. 심지어 항상 기뻐하는 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라고 까지 말씀하고 있다. 올 한해 많은 이유로 분노하고 억눌렀던 화를 영원한 심판자이자, 영원한 피난처와 안식처되시는 예수님께 맡겨드려보자. 



“분노하지 말라”가 아닌 “항상 기뻐하라”



  예수님만 바라보며 기뻐하기를 결정해 보면 어떨까. 방어하거나 공격하는 것도 접어두고, 옳고 그름도 주님께 맡긴 채 영원하신 하나님의 임재속에 먼저 기쁨을 누리는 것부터 회복했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의 말씀보다 앞서는 것이라면 잠시 쉬어도 좋다는 뜻이다. 2022년 한해 수고한 당신, 분노의 검을 내려놓고 기쁨을 항상 휴대하십시오! 휴대하고 있는 기쁨의 전파를 타고 하나님의 뜻이 담긴 메시지가 내 마음에 들어올 것이다.


김보민 목사 함께걷는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