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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교계일반

헌혈의 기적

 

권순두 교수는 헌혈 100회를 돌파했다.

  아무리 의학기술이 발전해도 피만큼은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어 전량 헌혈자의 도움으로 충당한다. 1992년에 처음 헌혈해본 필자가 ‘헌혈쟁이’ 소리를 듣게 된 것은 현대중공업 재직 시절 알고 지내던 형님 덕분이었다. 최근 500회 헌혈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그분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우연히 들은 것이 계기였다.


  필자는 ‘인생 최대의 미덕은 봉사’라는 인생관을 가지고 있고, 그 목표를 실천하기 위해 꾸준히 헌혈하고 있다. 최근에는 100회를 채워 대한적십자사로부터 ‘헌혈유공자 명예장’을 받기도 했다. 


  헌혈을 위해 2000년에는 20년 넘게 피워온 담배를 끊었고, 2020년에는 금주를 실천했다. 또 꾸준한 건강관리를 위해 백두대간 종주와 자전거 그랜드슬램(1천817km), 전국 100대 명산 등정(현재 70곳)에도 도전하고 있다.2012년 현대중공업 군산 기술교원 재직 때 교육생들에게 헌혈의 중요성과 봉사의 참 의미를 설명했다. 그 말에 감동한 한 제자는 현대중공업 입사 후 지금까지 130회 가까이 헌혈 봉사를 지속하고 있다. 지금도 그 제자와는 멘토-멘티 관계가 이어지고 있고, 그 제자를 통해 참교육과 봉사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헌혈을 꾸준히 하면, 약 70%가 물로 구성된 신체는 부족한 혈액을 채우기 위해 왕성하게 활동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신선한 혈액은 ‘3초간의 미학’- 헌혈을 통해 본인의 건강도 챙기고 남을 위한 봉사도 하게 되므로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처음에는 100회까지만 하려 다가 최근 국내에서 700회 이상 헌혈하신 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생각을 바꾸었다. 헌혈 목표를 300회로 올려잡은 것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헌혈자가 현저히 줄고 있다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필자는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에게 헌혈의 중요성과 봉사의 참 의미를 알리면서 헌혈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하는 중이다. 지난 5월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에서 있었던 단체헌혈 행사에 내 담당 과목 수강생 다수가 동참한 일이 있다. 어느 날 내 연구실로 한 학생이 찾아왔다. 그는 대뜸 “교수님 덕분에 저의 목숨을 살릴 수 있어서 너무너무 감사하다”면서 꾸뻑 인사를 했다. 깜짝 놀라 도대체 무슨 일인지 물었더니 그 학생은 “지난번 단체헌혈에 동참하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들어보니, 혈액검사에서 양성반응 2개가 나왔다는 것이다. 학생이 깜짝 놀라 문의하니 적십자사는 정밀검사를 권했고, 같은 결과를 확인한 동네 병원에서는 ‘종합병원 정밀검사’를 추천했다. 그 학생은 다시 울산에서 제법 규모가 큰 병원을 찾아갔고, 정밀검사 결과는 어김없이 ‘양성’이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은 이 학생은 초음파검사에 몸을 맡겼고, 지금은 약물치료로 건강을 되찾아 가고 있다. “이번에 헌혈하기 참 잘했다. 헌혈도 안 하고 긴 시간이 흘렀다면 간염-간경화-간암으로 악화할 수 있었는데 헌혈 덕분에 조기 발견·치료를 할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담당 의사가 한 말이다. 앞으로 헌혈은 할 수 없게 된 학생이 힘주어 말했다. 


  “이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서 열심히 봉사하겠습니다.” 내가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해준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는 생각에 마음 한편이 뿌듯해 왔다. ‘장기간 헌혈인구’ 확보 차원에서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헌혈 인센티브 제도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여러 번 헌혈한 사람에게 입사시험이나 공무원시험 때 가산점을 주기로 한다면, 헌혈자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지지 않을까?

권순두 교수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 
에너지산업설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