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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발행인칼럼

큰 숲이었습니다.

미국에 있는 작은 마을. 이곳에는 큰 바위 얼굴이라 불리는 거대한 얼굴 모양의 바위산이 있다. 주인공인 어니스트는 어린 시절부터 이 바위산을 보고 자랐으며, 어머니로부터 언젠가 저 바위산과 닮은 얼굴의 위대한 인물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설을 들어 굳게 믿고 어린시절부터 청년, 장년, 그리고 노년에 이르기까지 평생을 살면서 큰 바위 얼굴과 닮은 인물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결과적으로 어니스트는 네명을 만나게 된다.

 

  어니스트가 소년기에 만난 첫번째 인물은 개더골드(Gather Gold, 금을 긁어 모으다)라는 별명의 재력가. 영악하고 탐욕스러운 인상에다 구걸하는 거지에게 동전을 던져주는 모습을 보고 어니스트는 스캐터 코퍼(Scatter Copper, 동전을 뿌리는 자)가 어울릴거라 생각했다. 실망한 어니스트는 큰 바위 얼굴을 바라보는데 그 얼굴은 실망하지마라, 그는 반드시 나타난다! 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힘을 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개더골드는 망해서 초라하게 몰락했고 비참하게 죽었다. 이는 수전노를 뜻한다.

 

  세월이 흘러 청년 어니스트는 마을 내에서 목수로 일하면서 일을 돕고 있었는데 그가 만난 두 번째 인물은 올드 블러드 앤드 선더(Old Blood and Thunder, 유혈낭자한 노인)라는 유명한 장군이었다. 어니스트는 그에게 강한 의지와 힘을 볼 수 있었지만, 그에게서 자애로움과 지혜는 볼 수 없었음을 깨닫는다. 이는 전쟁광을 뜻한다. 

 

  다시 세월이 흘러서 장년 어니스트는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며 목수로 일을 계속 하고 있었는데 그가 만난 세 번째 인물은 올드 스토니 피즈(Old Stony Phiz, 늙은 바위 얼굴)라는 성공한 정치가였다. 어니스트는 그가 큰 바위 얼굴처럼 당당하고 힘찬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그에게서 큰 바위 얼굴의 장엄함이나 위풍, 신과 같은 위대한 사랑과 같은 표정보다는 권력과 명예욕에 찌든 인상이 가득함을 알고 또 다시 실망한다. 이는 정치꾼을 뜻한다.

 

  어느더 노년기에 들어선 어니스트가 만난 네 번째 인물은 시인이었다. 나이가 들어 노년기에 접어든 어니스트는 목수 일을 아들에게 맡긴 뒤 목수 일에서 은퇴하고 사람들을 깨우치는 설교가가 되었고, 이번에는 그저 시인이라고 나오는 어느 유명한 시인의 시를 보고 감탄하며 큰 바위 얼굴을 보며 ‘이 사람이야말로 당신을 닮은 거 아닌가요?’라고 외치는데 얼굴은 미소 짓는것 같지만 대답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시인을 우연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던 어니스트는 그 시인이 그 사람임을 알게 되고 얼굴이 큰 바위와 달라서 실망해한다. 하지만 시인은 그를 탓하지 않고 자신도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해준다. 시인 본인도 시를 쓰며 훌륭한 이상을 꿈꿨지만, 빈약하고 천한 현실 속에서 살기를 택하고, 항상 신념을 지키지는 못한채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 왔음을 인정한다. 그래도 둘은 친하게 지낸다. 

 

  마지막에 어니스트의 설교를 들으러 온 시인은 어니스트가 곧 큰 바위 얼굴과 닮은 인물임을 알게 된다. 놀란 시인이 사람들에게 “보시오! 어니스트씨야 말로 저 바위 얼굴이랑 비슷하지 않은가요?”라고 외치고 사람들이 비로소 닮은 사람이 나타났음을 알고 놀라지만 어니스트 본인은 자신보다 더욱 훌륭한 인물이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인물일 것이라 말하며 그런 사람이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고 차분하게 말을 끝내며 내려온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바꿔줄 인물은 아무리 찾아도 만날 수 없다. 내가 바뀌지 않으면 늘 공허하고 허전할 뿐이다. 나는 24년 동안 정근두 목사님을 곁에서 보고 교제하며 정 목사님과 좋은 선후배로, 형님동생으로 지내왔다. 처음 그를 만났을때는 그의 속을 잘 알지 못했지만 같이 살아가면서 느끼고 깨달은 것은 갈수록 진국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앎이 많이 있지만 나타내지 않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예수님의 심장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제는 완주를 다하고 그의 짐을 내려놓으며 후배인 나에게 짐을 맡기고 떠났다. 같이 있고 함께 있을때는 몰랐지만 떠나고나니 그는 참 큰 숲이었으며 닮고 싶은 큰 바위 얼굴이었다.

발행인 옥재부

북울산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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