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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발행인칼럼

나라사랑

한동안 정원을 흰 꽃으로 화려하게 장식하던 사스타 데이지는 이제 물러가고 있고, 집을 나서 면 여기저기에서 피어나는 인동초(忍冬草)가 요즈음 우리 발걸음을 반겨주고 있습니다. 하얀 색깔의 꽃이 점점 노란색을 변한다고 금은화(金銀花)라고도 불리기도 합니다. 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이겨낸 풀이라는 뜻 때문인지 인동초(忍冬草)는 호국보훈의 달 6월에 어울리는 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반만년의 긴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이지만 돌이켜보면 가까운 과거만 해도 인동초(忍冬草) 세월이 있었습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은 존재하는 것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떨어지는 꽃은, 어느 달에 떨어지든 무슨 꽃이든 애처롭습니다. 특히 우리를 위해서 희생한 경우는 오래 기억되고 고마워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문화가 새롭게 자리를 잡았으면 합니다. 
  

우리 동네는 스물 몇 가구가 사는 자연마을이지만 제 기억에는 두 집 대문에는 <국가유공자의 집>이란 팻말이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저는 궁금해 하면서도 개인적으로 어떤 사연인지를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는 <국가유공자의 집>은 독립유공자뿐만 아니라 625 참전유공자들을 기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지자체는 국가유공자의 공헌과 헌신에 보답하고 사회적 예우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메시지로 태극을 남색으로 간결하게 표현하기도 하고, 훈장의 모습에 횃불의 이미지를 더해 국가유공자의 헌신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팻말에 표현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선진국일수록 자기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바친 분들을 진심으로 기리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국민 전체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수년 전에 캐나다 캠핑 투어를 하면서 조그만 도시에 들렸던 적이 있었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은 자그마한 공원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 기리는 기념탑이 있었고 거기에는 심지어 대한민국 625에 참전해서 목숨을 바친 이들의 명단이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쩌면 그 사실이 제게 오랫동안 기억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순국기념비가 없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전투기념비도 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이 기록된 곳을 본 기억은 없습니다. 게다가 지역마다 희생자들의 이름들을 새긴 기념비가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리도 이젠 내실 있게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을 보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캠페인을 통해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된 나라라면 꽃제비가 되어서 팔려가는 자기 국민들을 보호하는 일에 팔짱을 끼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누구나 공감할 것입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제대로 된 나라라면 반드시 해야 할 우선순위의 사명입니다. 그 과정에서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버린 병사들이 있다면 몇 명 전사라는 수치(數値)로 끝내지 말고 그 이름을 새겨서 기념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자라나는 세대도 나라를 위해 산화한 선열들의 뜻을 이어받아 빛나는 대한민국, 고마움을 아는 나라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부터 먼저 이번 6월에는 우리 동네 <국가유공자의 집> 두 가정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희생으로 살아남은 자로서 뭔가 고마움을 나타낼 기회를 가지려고 합니다. 남들이 하길 바라는 것보다 자신이 시작할 때 세상은 달라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정근두 목사(울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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