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골 초등학교 시절부터 곧잘 칭찬받고 반장을 독점하며 자라왔다. 초등학교가 한 반뿐이었기 때문에 6년 중에 5학년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반장을 하고, 6학년 때는 삼권을 다 쥐고 있었다. 학급 반장에다, 전교 어린이 회장에다, 아동 장까지 그야말로 권력의 최고를 맛본 시절이었다. 나는 별로 원하지 않았는데도 친구들이 나를 그토록 좋아하고 지지하고 세워 주었다. 그러다가 중학교에 갔는데 여러 군데에서 모인 학생들 때문에 나보다 잘난 친구들이 많았다. 그래서 중학교 2학년 때 반장을 한 번 하고는 끝이 나고, 고등학교 때는 또 한 반뿐인 상업고등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반장도 하고 전교 회장도 하며 지냈다.
약간 늦은 나이에 신학교를 가고 목사가 되어 30여년을 지내는 중에 연합운동을 하며 임원이 되고 회장을 할 수 있는 경력이 쌓였는데도 나는 그 자리를 마다하고 본래의 나의 자리인 담임목사로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한 나의 자리로 돌아왔다.
지금도 세상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물질을 쓴다거나, 편법을 동원한다거나, 문자를 보내지지를 호소한다거나, 다툼을 하는 것을 보면 한심하기가 그지없다. 자기가 권력을 쥐고 있을 때는 법을 이용하여 자기의 사리사욕을 취하거나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그 자리는 섬기는 자리요. 봉사하는 자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내려올 때 존경과 환영을 받아야 한다.
이제 현 정부는 5년의 임기를 마치고 그 자리를 다음 지도자들에게 물려주고 내려와야 한다. 지난날 그들이 했던 말들을 다 기억도 하기 싫지만 나는 반드시 봄은 온다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아무리 궁리를 잘해도 역사의 주인공의 손에서 움직이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등산할 때면 늘 듣는 이야기가 있다.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가 더 위험하다는 말이다. 하산의 위험성을 우리는 잘 알고 있듯이 권력도 마찬가지이다.
“검수완박” 참 별다른 신조어를 다 듣는다. 검사의 수사 건을 완전히 다 박탈시킨다는 말이라고 합니다. 나도 전에 동생의 일로 조사를 받아본 기억이 나는데 참으로 검사들은 무서운 사람들이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서 검사의 권한을 분산시키고자 하는 일은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의 “검수완박”은 자기들이 지은 죄를 덮으려고 주장하는 꼼수라고 밖에는 달리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다.
세상의 권력의 무상함을 알고 주어진 기간에 국민을 잘 섬기므로 물러날 때 권력의 자리에서 내려올 때 존경받는 지도자들로 남았으면 한다. 역대 대통령들의 기념관, 그들의 사저가 그렇게 호화로워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세월이 지나면 다 사라지고 낡아지는 것들인데 부디 국민의 가슴에 오래 오래 남는 분들이 되기를 소원해 본다.
옥재부 발행인
북울산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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