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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교계일반

성찬-화체론

복음의 순수한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고, 예수님께서 제정하신 성례전이 올바르게 집행되는 곳은 참된 교회이다. 그런데 문제는 성례전을 이해함에 있어서 로마 가톨릭교회에서는 칠성례(七星禮)라고 해서 세례, 견진, 성찬, 고해, 혼인, 서품, 종부성례(아픈 자를 위한 기름부음) 등 7가지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개신교회에서는 예수님께서 직접 제정하신 것은 오직 세례와 성찬뿐이라고 하면서 두 가지만을 성례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개신교회들이 성례전을 세례와 성찬만을 받아들이는 것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즉, 기독교는 모든 교파들과 교회들에서 성찬을 시행한다. 이것은 기독교의 거의 모든 부분들을 연합하는 공통된 요소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성찬에 대한 많은 상이한 해석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종교개혁이 어떤 의미에서는 분열의 역사라고 했을 때 그 중심에는 성찬에 관한 논쟁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성찬은 기독교계를 연합할 뿐만 아니라 분열시키는 요소이기도 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 성찬에 대한 여러 견해들을 살펴봄에 있어서 먼저 로마 가톨릭교회가 주장하는 화체설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한다.
  

먼저는 로마 가톨릭교회가 주장하고 있는 화체설(doctrine of transubstantiation)이다. 성찬에 관한 공식적인 로마 가톨릭교회의 견해는 트렌트 공의회(1545-1563)에서 분명하게 확정되었다. 로마 가톨릭교회가 주장하는 화체설은 집전하는 사제가 떡과 포도즙을 축성할 때 실제로 형이상학적인 변화가 발생한다는 교리이다. 다시 말해, 미사 중에 사제가 떡과 포도즙을 높이 들어 축사하는데(성체고양) 이때 사제가 “이는 나의 몸(피)이니라”라고 말을 함과 동시에 떡과 포도즙의 본질―즉, 그것들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 각각 그리스도의 살과 피로 변화된다는 것이다. 이때 변화된 것은 본질이지 속성이 아니기 때문에 떡과 포도즙의 형태와 성분과 맛은 계속 유지된다. 화학적인 분석은 그것이 여전히 떡이라고 우리에게 말해 준다. 그렇지만 그것이 본질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변화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거룩한 성체 성사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은 문자적으로 그리스도의 물질적인 살과 피를 자신들 안으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주장한다.
  

한편, 화체설에 따른 로마 가톨릭교회의 성찬의 전통적인 집례에서 포도즙이 담긴 잔은 평신도들에게 주어지지 않았고 오직 성직자들만 받았다. 그들이 그렇게 해야만 했던 중요한 이유는 피를 흘릴 수도 있다는 위험 때문이었다. 즉, 떡과 포도즙이 실제로 그리스도의 몸이요 피라고 했을 때, 잔을 나누는 과정에서 예수의 피가 사람들의 발밑에서 짓밟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신성모독이 될 수도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러한 로마 가톨릭교회의 성찬을 가리켜 ‘일종 성찬’이라고 한다. 그런데 로마 가톨릭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 이후로 떡과 포도즙이 평신도들에게도 허락이 되었다. 그렇지만 언제나 떡과 포도즙을 평신도들에게 주는 것은 아니고 특별한 때에 줄 수 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로마 가톨릭교회가 평신도들에게 포도즙인 잔을 받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취지에 대한 두 가지 주장들이 있었다. 첫째는, 성직자들은 평신도들을 대신하여 대표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즉, 그들이 사람들을 대신하여 잔을 받는다. 둘째는, 평신도들이 잔을 받는 것에 의해서는 어떤 것도 얻어질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떡과 포도즙의 모든 분자들이 그리스도의 몸과 영혼과 신성을 충분히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성찬은 그것이 없이도 완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로마 가톨릭교회의 이러한 주장에는 크게 두 가지의 교리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저들이 성찬예식을 거행할 때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죽으셔야 한다는 것이다.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의 몸을 단번에 드리심으로 우리의 구원을 완성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로마 가톨릭교회의 화체설에 따른다면 예수께서는 성찬을 거행할 때마다 죽으셔야 하기 때문에 성경의 가르침을 부정하게 된다. 두 번째로, 이들의 주장은 마술적인 행위로써 우리와 똑같은 몸을 입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육체를 부인하는 것이 되고 만다. 즉, 성찬식을 거행하는 세상 모든 교회들과 모든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께서 떡과 포도즙에 임재하신다면 그것은 곧 예수 그리스도의 인성이신 육체가 세상에 편재한다는 것이 된다. 그것은 곧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인간으로서의 인성을 부인하는 것이 되고 만다. 왜냐하면, 예수 그리스도는 죄만 없으실 뿐 우리와 똑같은 제한된 인간의 몸으로 오셨기 때문이다(히 4:15). 따라서 이러한 로마 가톨릭교회의 성찬에 잘못된 가르침으로부터의 개혁이 종교개혁이었던 것이다.


오주철 목사(Ph. D)
언양 영신교회
계명대학교 외래초빙교수
저서: 조직신학개론(2013, 2016, 한들출판사), 
한국개신교회사(2015, 한들출판사), 
종교개혁자들의 삶과 신학(2017, 한들출판사)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