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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교계일반

도심 속 천국에서 쌀 짓는 청지기

 

제11기 국민추천포상 수여식에서 안덕모 집사가 20여년간 폐지를 수집하여 힘들게 모은 돈을 기부해 사회적 귀감이 되었기에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헌신적 봉사와 선행을 통하여 
국가 사회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가 크므로
 


  1월 14일 안덕모 집사(87세, 태화교회)가 대통령 표창장을 받았다. 안 집사는 20년 넘게 폐지를 주워 판 돈으로 가난한 이웃에게 매년 쌀을 기증해왔다. 지속된 헌신적 봉사가 알려지면서 수상을 하게 된 것이다.


  청년시절 막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어머니가 울고 계셨다고 한다. 아들이 진종일 노동으로 힘겨운 채 귀가해도 밥을 먹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날 아들이 오기 전 이웃 마을로 쌀 동냥을 갔지만 빈손으로 돌아온 어머니의 이야기가 가슴에 새겨졌다.


  안 집사는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쌀만 있으면 밥을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국 퇴직 후 바로 폐지 줍기를 해서 일을 해보려는 계획이었다. 가족의 만류가 많았다. 아들들의 난처한 입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하지만 남이 버린 쓰레기를 돈으로 만들고 또 쌀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좋아 이 일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동사무소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쌀 나누기를 했다. 이 일이 신문기사로 뜨고 사람들이 알게 되면서 심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그때 “교회를 통해서 일하면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할 수 있다.”는 아내 백경특 권사의 말을 듣고 그때부터 신앙생활을 시작하고 더불어 태화교회를 통해 오랜 시간 쌀 나누기를 이어왔다. 그러다 마을 동장의 제의가 들어왔다. 바로 이웃에 가난한 사람이 있는데 쌀을 기증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안 집사는 서슴치 않고 해 왔는데, 이 일이 그만 많은 사람들에게로 구전되면서 여기저기 알려져 버린 것이었다.


  안 집사는 2층 집에서 아침 식사가 끝나면 곧바로 1층 마당에 있는 폐지 집합장으로 내려간다. 날이 흐리거나 몸이 좀 불편해보이면 아내가 쉬엄쉬엄하라고 권유해도 개의치 않는다. 안 집사는 그곳을 ‘도심 속의 천국’이라 부른다. 거기에서 온갖 헌책들을 구경하며 묶고 집집에서 쏟아져 나온 박스며 신문지들을 차곡차곡 묶어내는 일이 너무너무 행복하다. 이것들이 모두 돈이 되고 쌀이 되어 배고파 서럽고 힘들었던 그 시절로 거슬러 올라 가난한 이웃의 배를 불리는 것이다.


  세월이 이쯤 되고 보니 또 가족들이 일을 말린다. 하지만 안 집사는 “하나님이 이 일을 통해 건강 주셨고, 자꾸자꾸 하라고 발걸음 옮기는 곳마다 폐지가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남들이 생각하는 천한 일일수록 하나님이 함께 계시는 것 같다.”며 오늘도 이 골목 저 골목 폐지 실은 리어카를 끌고 다니다 천국으로 들어온다.


  가난한 자들에게 뜨거운 밥을 먹이고자하는 안 집사의 꿈과 실행이 한몸을 이룬지 오래. 하나님께서 안 집사의 마음을 알아주시고 격려해주셔서 인생에 큰 상을 수상한 안 집사는 지금도 지상천국의 일꾼이다. 가난한 자에게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청지기다.


설성제 편집위원
수필가
태화교회 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