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독문화/이종인 목사와 이 달의 책

교회다운 교회로 서라!

 

 

 

“교회는 본질을 추구해야 한다”

 

 

  바른 교회를 찾아 유리하는 도피 성도들이 넘친다. Covid-19 사태로 비대면과 영상예배가 확산되어가고 있다. 변화의 사태가 커진 만큼 성도들의 방황은 확대되었다.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을 만큼 큰 시대적 변화 중에 고심들은 커지고 있다. 교회들은 두 갈래의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하나는 시대의 물결을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이다. 영상시스템과 메타버스 시대를 준비하고, 시대적 도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변화의 파도에도 변치 않는 교회의 본질을 재고하고, 성경에서 말하는 교회로 개혁해가는 방식이다. 저자는 세초부터 세말까지 존속할 교회는 본질을 추구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몇 해 전 저자와 울산에서 만나 담소를 나누었다.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성경적인 교회에 대한 열망과 소망을 넉넉하게 느꼈다. 부드러운 목소리와 온유한 성품 가운데서도 복음에 대한 열정과 진지함을 지닌 분이다. 영국의 런던 신학교와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과 리폼드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고신대학원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신학은 학문적 사변이나 탁상에서만 머물지 않고 교회를 통해 표현되고 증명되어야 마땅하다. 저자는 실제로 올곧은 교회를 개척하였고, 믿는 바에 따른 성경적인 교회를 열망하며 목회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본서가 가치 있는 이유는 하나의 이론서가 아니라 목회 현실의 고심을 담고 있는 실천서인 까닭이다. 
  

  본서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교회가 무엇인가로부터 시작해서 지상교회에 허락하신 직분에 대해서, 교회의 핵심 요체인 예배를 다루고, 성도들이 구체적으로 섬겨야 할 삶의 현장에 대한 숙고를 담고 있다. 교회의 본질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해서, 교회를 어떻게 세워가야 하는지에 대한 성경적인 방향과 방법을 담고 있다. 그리스도의 통치를 드러내는 가장 구체적인 것으로 직분을 이야기하고 있다. 중세시대 교회 타락의 핵심이 직분의 타락과 예배의 미신화였다. 종교개혁의 핵심 역시 직분과 예배의 개혁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우리 시대 다시금 교회의 직분과 예배에 대해 되돌아보고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교회는 장소나 건물이 아니며 사교적 친목 단체가 아니다

 


  1부에서는 교회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한다. 가장 어려운 질문이자 중대한 질문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교회의 본질을 풀어내기 위해 먼저, 교회가 아닌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교회는 장소나 건물이 아니며 사교적 친목단체가 아니라고 말한다.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의 교통, 예배의 교제, 진리의 교제이자 성찬의 나눔이지 세속적 친교와 상관이 없다. 정치단체나 사회단체, 봉사단체나 이념의 집합체도 아니다. 무엇보다 유력한 개인이나 당회나 치리회 혹은 구성원들 전체의 소유물도 아니다. 교회는 하나님이 불러내신 백성들의 모임이며, 그리스도의 몸으로 하나님께서 이 땅 가운데서 택한 성도들을 불러내시는 기관이다. 그러하기에 교회는 여타의 사회기관이나 복지기관, 사교 단체가 아니라 본질인 복음의 선포와 하나님의 구속 역사의 기관으로 서야 한다. 

 


하나님이 불러내신 백성들의 모임이자 성도들을 불러내시는 기관인 교회

 


  매 주일 예배 때마다 우리는 「사도신경」을 통해서 하나의 교회이자 보편교회를 고백하고 있다. 아쉽게도 고백과는 상관없이 내 교회, 우리교회 이기주의가 만연해져 있어 산산이 부서진 개별 교회로 서 가고 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25항과 「벨직 신앙고백서」27-29항에서 “교회”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고백서에서는 참 교회와 거짓 교회가 이 땅에 함께 있다고 말한다. 주님께 속한 참 교회에 속하기 위해서 거짓 교회를 떠날 것에 대해서 명시하고 있다. 참 교회가 어떤 것인지 확인하기 위한 표지로 순수한 복음의 설교와 올바른 성례의 시행과 신실한 권징 실행을 이야기한다. 교회를 이토록 중요하게 다루는 이유는 통상적으로 은혜의 수단이 복음이 선포되는 교회 밖에서는 구원이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르는 모든 성도들은 교회의 모성적 돌봄 아래 있어야만 한다.”

 


“목사, 장로, 집사라는 직분을 통해 교회를 세워가신다.”

 


  2부에서는 은사, 직분과 질서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나님은 무질서의 하나님이 아니시다. 질서의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직분을 통해서 교회를 영적질서로 세우신다. 목사, 장로, 집사라는 직분을 통해 교회를 세워 가신다. 중세 로마교회의 타락은 실상 직분의 타락이었다. 교황과 주교, 사제가 평신도 위에 군림하는 계급적 권위를 세웠고, 교회의 전통과 권위를 말씀만큼이나 높이 둠으로써 교회 질서를 왜곡했다. 어린아이에게 부모의 권위를 통한 돌봄이 필요하듯, 영적 기관인 교회 역시 직분을 통한 권위로 돌봄과 진리의 보존이 필요하다. 목사, 장로, 집사라는 직분이 바르게 질서 잡히지 않으면 교회는 혼동에 휩싸이게 되고, 왜곡되고 거짓 교회로 타락하고 만다. 

 


계급적 직분이 아닌 하나님 앞에서 동등한 직무

 


  목사는 목사의 직무를, 장로는 장로의 사역을, 집사는 집사의 일을 해야 한다. 고유한 직무로 역할이 분담되었기에 목사가 집사의 직무를 해서도 안 되고, 장로나 집사가 목사의 역할을 해서도 안 된다. 목사를 달리 불러 ‘말씀사역자’라 부른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목사는 말씀의 사역자로 자신의 직무에 충실해야 한다. 성경과 교리, 교리사와 교회사, 교회 정치에 박식해야 직무에 충실할 수 있다.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는 사활적인 직분으로, 심지어 「프랑스 신앙고백서」에서는 “목사 없이 교회는 존속할 수 없다(25항).”라고 까지 말한다. 장로는 목사와 협력하여 교회의 영적 상태를 살피고, 설교된 말씀대로 사는지를 심방을 통해 살피고 돌보는 직무를 수행한다. 위로와 권면을 위해서는 말씀과 교리에 정통하고 헌법과 교회정치에 박식해야 한다. 집사는 구제와 긍휼을 베푸는 일 즉, 재정과 구제사역을 위한 직무이다. 가난한 형제들이 필요에 따라 도움을 받고 위로를 받도록 하기 위해 종사한다. 목사, 장로, 집사는 계급적 직분이 아니며 하나님 앞에서 동등한 직무이다. 말씀이라는 우선성이 있으나 결코 위계적 구조는 아니며, 모두가 교회를 세우고 돌보는 봉사적 직무이다. 

 


“교회는 예배하는 공동체”

 


  3부는 교회와 예배의 관계를 논한다. 교회는 예배하는 공동체다.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구원받은 이유는 예배하는 백성으로 삼고자 하심 때문이다. 신약의 교회 역시 마찬가지다. 성도들은 구원하신 삼위하나님께 예배하기 위해 부름 받은 무리다. 교회 존재 목적이 바로 예배이다. 예배의 규정적 원리와 상황적 원리를 구분하면서 성경이 규정하는 원리를 지켜갈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 성경적 원리가 상실된 교회의 타락을 안타까워하며 회복을 촉구하고 있다. 예배가 아니라 콘서트가 되고 극장이 되어버린 씁쓸한 현실은 삼위 하나님이 아니라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예배하는 타락의 모습이라 질타한다. 예배 가운데 있는 예배로의 부름과 강복 선언, 설교와 성례(세례와 성찬)가 무엇인지 친절하게 논하고 있다. 성도의 교제란 무엇보다 그리스도 안에서 삼위 하나님과 교통 하는 예배이다. 사람들끼리의 친밀한 사교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하나님께서 세우신 최초의 기관 ‘가정’ 행복과 기쁨, 안식과 쉼이 있는 곳으로

 


  마지막으로 4부에는 교회를 중심으로한 성도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가정과 사회, 국가와의 관계를 다룬다. 성도들은 공중부양의 삶을 살지 않는다. 교회 역시 소란하고 복잡한 이 땅의 한 복판에 서 있다. 주님께서 오셔서 심판하실 마지막 날까지 교회로 어떻게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할지 말하고 있다. 저자는 가정이 하나님께서 세우신 최초의 기관임을 강조하며 행복과 기쁨이 넘쳐야 하는 곳이며, 안식과 쉼이 머무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경건 훈련과 사명 수행을 위한 모판으로 자녀들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양육하여 신앙의 계대를 이어갈 사명이 부모에게 있음을 강조한다. 교회의 사회는 불가분리성을 이야기하면서, 실상 사회는 하나님께서 성도들에게 주신 선물이라 말한다. 하나님은 교회를 세상 안에 두셨다. 하나님이 지으신 창조세계의 질서를 회복해 나가고, 죄가 세상에 미친 영향들을 직시하며 하나님의 나라를 살아내어야 함을 힘주어 말하고 있다. 


  본서의 가치는 첫째, 교회의 본질을 추구한다는 데 있다. 교회의 탈선과 성도들의 방황의 가장 중대한 요인에는 교회가 본질을 추구하지 않고 비본질을 향해 힘써 탈선하기 때문이다. 교회의 본질과 표지, 참된 교회에 가담해야 할 의무에 대해 강조하면서 한국교회의 탈선과 퇴락에 대한 애끓는 가슴을 드러내고 있다. 둘째로는 실제적이라는 점이다. 목회 과정 가운데 경험했던 내용들이 담겨 딱딱한 이론이 따뜻하게 풀려 실제가 된다. 현장감 가득한 교회의 실례들 앞에 서게 한다. 그렇다고 신학적이고 이론적인 면이 약하다는 게 아니다. 교회에 대한 학문적인 내용을 알차게 담지하면서도 실제적인 교회적 삶을 다루는 까닭에 가독성이 뛰어나다. 


  책을 들고 나서 순식간에 완독해 버렸다. 가독성이 좋은 까닭이겠지만, 무엇보다 격한 공감 때문이다. 나 역시 성경적 교회를 열망하여 몇몇 식구들과 개척한지 20년 차이고, 저자가 추구하는 교회에 대한 이해와 방향이 정일치하는 이유로 무척 반가웠다. 교회가 성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장을 추구하는 위험성과 더불어 본질에 천착해야 한다는 생각이 그러하고, 교회가 예배할 안락한 공간이 필요하지만 그것 역시 본질이 아니라는 점. 직분의 중요성과 예배의 사활성에 대한 강조들을 들으면서 위로마저 들었다. 2022년도 코로나로 만연한 한 해가 될 듯하다. 거친 외부의 찬바람만을 의식하지 말고 교회의 본질에 집중하는 기회로 삼는 시기가 되면 어떨까 싶다. 영광스러운 교회의 사명과 부요함을 회복하는 한 해를 소망한다.

 

이종인 목사

울산언약교회 담임

울산대학교 철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