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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문화/신상헌 교수의 찬송이야기

"찬송으로 원수와도 하나가 될 수 있다"

 

찬송가 109장
 ‘고요한 밤, 거룩한 밤’
 
1.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주의 부모 앉아서 감사기도 드릴 때
아기 잘도 잔다 아기 잘도 잔다.

2.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영광이 둘린 밤 
천군 천사 나타나 기뻐 노래 불렀네
구주 나셨도다 구주 나셨도다.

3.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동방의 박사들 
별을 보고 찾아와 꿇어 경배 드렸네  
구주 나셨도다 구주 나셨도다.

4.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주 예수 나신 밤 
그의 얼굴 광채가 세상 빛이 되었네
구주 나셨도다 구주 나셨도다. 아멘

 



    ‘성탄의 계절’ 12월이 시작되었다. 언제부터인가 거리에는 음악이 사라졌다. 오래전 길거리에서 아들을 잃어버리고 한참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음반가게 앞에 많은 사람들이 빙 둘러있는 것을 보고 가까이 가 보았다. 3살 된 우리아들이 거기에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는 것이었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신나는 음악에 아이가 이끌렸던 것이다. 예전에는 거리마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넘쳐났지만 언제부터인가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와도 온 거리에 울려퍼졌던 캐럴이 사라졌다. 이유인즉 음반저작권강화와 정부의 생활소음규제가 문제라고 한다. 다행히 올해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캐럴을 쉽게 들을 수 있을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종교계, 지상파 방송사, 음악서비스 사업자와 함께 12월1~25일 캐럴 활성화 캠페인 ‘12월엔, 캐럴이 위로가 되었으면 해’를 추진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캠페인은 캐럴을 통해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고 연말 따뜻한 사회 분위기를 만들자고 제안함에 따라 시작됐다. 캠페인 참여 기관들은 앞으로 국민들이 일상생활 속에 자주 찾는 커피전문점, 일반음식점, 대형마트 등의 매장에서 캐럴을 가급적 많이 재생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한다.

 


  음악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지난 수십년간 획기적인 뇌신경과학의 발달로 FMRI, PET 스캐너 같은 도구를 사용해서 실시간 두뇌를 관찰하여, 음악이 많은 상황에서 약물치료와 같은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밝혀지고 있다. 행복하고 흥겨운 음악은 우리의 뇌에서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같은 화학물질을 생성하게 하고, 조용하고 차분한 음악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또한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혈압뿐 아니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 수치를 낮추었다고 한다. 12월만 한정된 것이 아닌, 년 중 모든 날들을 국가예산으로 저작권료를 지불하고서라도 전 국민이 거리에서 음악이 자유롭게 들릴 수 있기를 바래본다.  

 


  오늘 소개할 찬송가는 유명한 캐럴인 찬송가 109장 ‘고요한 밤, 거룩한 밤(Stille Nacht, heilige Nacht)’이다. 문헌에 의하면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음악인 캐럴의 시작은 중세 때부터라고 한다. 이때만 해도 캐럴은 크리스마스만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일반적으로 찬양을 의미하며 기쁨을 노래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새해맞이, 부활절, 성자 기념일뿐 아니라 추수시기에 쓰여 졌다고 하며, 또한 그 어원을 살펴보면 ‘Carol’은 프랑스의 옛말 ‘Caroller’에서 왔다고 하는데, ‘Caroller’은 원을 만들어 춤을 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silent night holy night)’은 해마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하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불리는 캐럴송 중 하나로, 오스트리아 신부이자 작곡가 요셉 모어(Joseph Mohr, 1792~1848)의 시에 초등학교 교사이자 오르간 연주자 프란츠 그루버(Franz Gruber, 1787~1863)가 곡을 붙였다. 이 노래는 1818년 크리스마스 전날에 잘츠부르크 인근 마을 오베른도르프의 니콜라스 교회에서 초연되었다고 한다. 이 찬송의 발상지는 오스트리아의 음악 도시 잘츠부르크에서 약20km 떨어진 오베른도르프(Oberndorf)라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모어는 이 마을의 성 니콜라우스 교회에서 1817년~1819년까지 사제로 재직했고, 그루버는 이웃 마을인 아른스도르프에서 1807년~1829년까지 학교 선생으로 있으면서 성 니콜라우스 교회에서 오르간 반주자였다고 한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2011년 3월에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으며, 현재 140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적으로 불리어지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시베리아의 어느 포로수용소에서 독일군, 오스트리아군, 헝가리군 포로들이 일제히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합창했다. 러시아포로수용소장은 눈물을 글썽이면서 서툰 독일어로 포로들에게 말하길 “오늘 밤 나는 전쟁이 일어난 후 처음으로 당신네와 내가 적이라는 사실을 잊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찬송(음악)은 원수와도 하나가 될 수 있다.

 

신상헌 목사

고신대학교 교회음악대학원 졸업

한세대학교 일반대학원 음악치료학 박사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