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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다음세대

다음 세대를 위한 배수의 진

 

스스로 한계를 단정짓기 보다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와 대책으로!

더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마음의
“영적 배수의 진”을 쳐야해

 
  필자가 사역하는 울산신정교회에서는 성경학교, 수련회 등의 여름 행사를 앞두고 교육부서를 담당하는 교역자들이 특별 순서(퍼포먼스)를 준비했다. 끝이 보이지 않을만큼 많은 적들의 공격 앞에서 사랑하는 제자들이 거주하고 있는 은혜의 성을 끝까지 지켜내자는 결의로 교역자들이 조선시대 장군들의 복장을 하고 각 부서의 여름 행사 주제와 내용을 발표하고 성도들의 기도를 요청했다. 이 행사의 제목은 ‘배수의 진’이었다. 여름 행사에 대한 홍보이기도 하고 성도들의 관심을 모으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사랑하는 제자들을 위한 교역자들의 열정이 느껴져서 개인적으로 감사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예배가 마치고 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배수의 진’이라는 말이 계속 가슴 속에 머물러 있다. 요즘 젊은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을 빌자면 가슴이 웅장해졌다.


  배수의 진, 중국 한(漢)나라의 한신이 강을 등지고 진을 쳐서 병사들이 물러서지 못하고 힘을 다하여 싸우도록 하여 조(趙)나라의 군사를 물리쳤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우리말 사전에는 ‘어떤 일을 성취하기 위하여 더이상 물러설 수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작년 겨울, 코로나19 펜데믹이 시작되면서 작년 뿐 아니라 올해 겨울까지도 전국 대부분의 교회들이 교육부서 행사를 정상적으로 실시하지 못했다. 코로나19가 계속 확산되는 분위기와 이를 위한 방역 지침, 그리고 때로는 부모님들의 우려와 반대로 인해 행사 계획 조차 세우지 못한 교회도 많을뿐더러, 행사를 진행한다 하더라도 2박 3일 정도의 일정으로 진행하던 예전과는 달리 저녁 집회만 하거나 원데이(One-day) 행사로 축소해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그마저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교회도 많았다. 물론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에서 꼭 필요했고 적절한 조치였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예전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은 이번 여름도 쉽지 않겠다는 것이 필자를 포함한 현장 사역자들의 전망이다. 물론 7월 1일부터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고 백신도 빠르게 보급이 되면서 일상 회복에 대한 희망적인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예전과 동일한 형태로 여름 행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필자가 염려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다음 세대들로 하여금 신앙 성장과 회심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시간적, 공간적 한계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한계를 인정해버리는 마음의 자세이다. 코로나19 상황이기 때문에 여름 행사를 제대로 준비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이미 단정 짓고, 또는 다른 교회나 부서들이 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우리도 안 하기는 그렇고, 그러다 보니 그런 마음으로 시작된 행사는 행사를 위한 행사 정도로 끝나버릴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두렵고 염려가 된다.


  그런데 이번 여름마저도 다음 세대를 위한 특별한 준비와 대책이 없이 지나가 버린다면, 조만간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이 종료되고 충분히 교회에 올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도, 여전히 다음 세대들은 예배의 자리로 복귀하지 않을 가능성이 지극히 높음을 우리는 경각심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한다.


  그렇기에 각 교회와 부서에서 시도할 수 있는 여름 행사의 형태와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같은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배수의 진이다. 더 이상은 물러설 수가 없다는, 여기서 더 뒤로 밀리면 절대로 안 된다는 영적인 배수의 진을 쳐야 한다. 마치 즙을 짜내듯이 아이들에게 우리의 땀과 눈물과 관심과 사랑을 쏟아야 한다. 환경을 탓할 것이 아니라 허락된 시간과 공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교육부서가 예전처럼 모이지 못하기 때문에 예산 지출도 줄어든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쉴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쏟아부어야 한다. 나중에는 다음 세대에게 뭔가 지원을 해주고 싶어도, 지원해 줄 다음 세대가 교회 안에 없어서 해줄 수 없는 안타까운 때가 곧 올지도 모른다. 그 때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주일 아침과 여름 행사 때 마다 다음 세대들이 교회로 몰려드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기적이며 은혜임을 이번 코로나19 펜데믹을 통해서 느끼고 인정했다면, 우리는 달라져야 한다. 


이 땅을 위하여 성을 쌓으며 
성 무너진 데를 막아 서서 
나로 하여금 멸하지 못하게 할 사람을 
내가 그 가운데에서 찾다가 찾지 못하였으므로 
내가 내 분노를 그들 위에 쏟으며 
내 진노의 불로 멸하여 
그들 행위대로 그들 머리에 보응하였느니라 
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겔 22:30~31) 


  다음 세대를 위하여 성을 쌓고 성 무너진 데를 막아서며, 배수의 진을 치는 부모 세대들이 이번 여름 각 교회마다 거룩한 결단으로 일어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