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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특별기고

가정을 세우는 우선순위

“가정은 인류의 제도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자연스러우며 기초적인 제도”

가정을 위기에 몰아넣는 자본주의, 물질주의, 개인주의, 세속적인 삶의 방식

“온전한 가정은 남편과 아내가 말씀대로 
삶의 중심, 삶의 가치와 목표, 삶의 방향을 
바로 잡아가는 길밖에 없다.”

우리 인간이 삶을 살아가고, 삶을 누리는 현상을 가만히 들어다보면 삶에서 제거할 수 없는 두 가지 본질적인 조건이 함께 엮여 있음을 발견합니다. 하나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생로병사(生老病死)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이 만든 관혼상제(冠婚喪祭)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태어나 자라고, 성인이 되어 결혼식을 올리고 살다가, 병들어 죽게 되고, 죽으면 장례를 지낸 다음 추모식을 올립니다. 말하자면 인간의 본성적인 생로병사(‘자연’)와 제도를 통해 형성되는 관혼상제(‘문화’)가 가로축과 세로축, 씨줄과 날줄, 들물과 썰물처럼 서로 얽혀 삶을 형성하고 삶을 지탱해 주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서 우리는 학교와 교회를 다니고 시장을 들르고 직장도 다니며 다른 사람들과 사회와 국가를 이루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서양이나 동양, 모든 지역에서 사람들이 그 안에서 오랜 세월 몸에 익숙하게 살아온 제도들이 이미 바뀌었거나 아직 남아 있다고 해도 이제는 거의 붕괴 직전에 있음을 목도하고 경험하고 있습니다. 학교가 위기를 맞고 있고, 직장도 옛날의 직장이 아니게 되었으며, 교회도 특히 서구 사회의 경우에는 비기 시작한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위기에 처한 제도 가운데 가정도 뺄 수 없습니다. 오늘의 가정은 지금 60대 이상의 남녀가 어릴 때 자라면서 경험한 가정이 더 이상 아님을 아마 누구나 인정하리라 생각합니다.


  한걸음 물러나 생각해 보십시다. 가정은 인류의 제도 가운데 가장 오래된 제도이고, 인간의 본성에 부합하는 자연스러운 제도이며,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제도입니다. 이 세상을 만드실 때 하나님은 인간을 가장 늦게 만드셨습니다. 그런데 인간을 만드실 때,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드시되 남자와 여자로 만들었습니다(창 1:27). 하나님은 남자와 여자가 모여 하나의 가정을 이루도록 하셨습니다(창 2:24). 그런데 이 가정에 어두움이 드리우게 한 사건이 첫 조상들의 불순종이었고 이 때부터 가정은 왜곡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하나님은 가정을 유지하시고 가정을 통해 사람이 태어나 양육받아 사람으로 자라도록 하셨습니다.  


  하나님이 허락한 제도 가운데는 학교, 기업, 국가, 가정 등 여러 조직들이 있습니다. 이 조직들에는 하나님께서 허락한 고유한 규칙과 고유한 책임이 있고 고유한 활동이 있습니다. 모든 조직은 한마디로 하나님이 주신 존재 목적이 있습니다. 학교는 교육을 위해서 존재하고, 기업은 생산과 유통을 통해 사람들의 삶이 가능하도록 하기 존재하고, 국가는 시민들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존재합니다. 가정은 남녀가 부부의 연을 맺어 사랑과 존중으로 삶을 함께 살아가며 출산과 양육을 통해 아이들을 성숙한 인간으로 키우기 위해 존재하고, 교회는 삼위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하나님의 자녀들의 공동체요, 하나님의 백성들의 공동체요, 하나님 나라 시민들의 공동체로 존재합니다. 그런데 다른 어느 조직이나 제도못지 않게, 아니 훨씬 더 심하게, 가정이 오늘의 문화와 사회로부터 오는 도전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앞에서도 가정은 가장 오래되고, 가장 자연스럽고,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공동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인간은 가정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말을 배우고, 사람과 관계하며,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의 일을 찾아 제 발로 서는 법을 배웁니다. 그런데 자라는 과정에서 아버지와의 관계, 어머니와의 관계, 형제자매들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길 때, 그 문제는 평생 죽을 때까지 한 사람의 성격과 행동과 관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무엇을 지향하며 살 것인가, 무엇을, 누구를 믿으며 살 것인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며, 타인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이와 관련된 가치관과 인생관도 모두 가정에서 대부분 형성됩니다.   


  그런데 가정의 존재 가치에 도전하고, 가정을 허물어뜨리며, 가정을 위기에 몰아넣는 것이 무엇입니까? 오늘의 자본주의 사회와 이 속에 자리 잡은 물질주의와 개인주의, 그리고 세속주의 적인 삶의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돈과 사회적 영향력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 모든 힘과 시간과 자본을 투자하여 아이들을 키우려는 욕망이나 개인적인 쾌락주의도 이 속에 넣을 수 있습니다. 남편과 아내, 자녀를 향한 무지와 불손과 편견과 고집, 불신, 자기비하와 비관도 여기에 한몫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 배후에는 결국은 하나님과 이웃을 배제하고 오직 나, 오직 우리 가정, 우리 자식만을 생각하는 개인 이기주의와 가족 이기주의, 그리고 신학적으로 보자면 결국 죄 문제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을 쟁취하기 위해 온힘을 쏟는 동안 하나님과 주변 이웃은 안중에 들어올 여유가 없습니다. 부모와 자녀는 속으로는 괴물이 되어가고 가정은 안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온전한 가정은 남편과 아내가 말씀대로 삶의 중심, 삶의 가치와 목표, 삶의 방향을 바로 잡아 걸어가는 길밖에 없습니다. 저를 오해하지 마십시오. 가족들이 먹고 살고 아이들 공부를 시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자식들이 남보다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당연합니다. 그러나 만일 가정에 서로 간의 믿음이 없다면 이 모든 것들이 있다고 한들 무슨 쓸모가 있습니까? 만일 가정에 사랑이 없다면, 그리고 희망을 둘 곳이 없다면, 다른 것들이 있다고 한들 그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돈과 하나님이 주신 재능은 삶의 기본(믿음, 소망, 사랑)이 뒷받침될 때 귀하고 의미 있는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삶의 우선순위, 삶의 선후 질서입니다.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을 우선하고, 이 뒤에 나의 가정과 나 자신을 내세우면 오히려 내 자신과 가정이 행복함을 말씀의 지혜는 보여줍니다. 

  너무나 쉽지만, 누구나 따르는 지혜가 아님은 분명합니다.                                             
                                                 

강영안 교수 
미국 칼빈신학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