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안 둘레길을 걷다 보면 언덕배기에서 쑥 캐는 사람도 보고 텃밭에서 상추나 마늘이 올라오는 것을 봅니다. 하나님께서 노아에게 약속하신 대로 어김없이 계절은 바뀌고 매년 봄이 돌아옵니다. 봄은 희망의 계절입니다. 땅은 녹고 각종 싹이 올라오고 나뭇잎은 연한 연두색 순을 내놓아 우리의 마음을 녹이고 부드럽게 해줍니다. 또한 봄은 노래의 계절입니다. 새들이 노래하듯 사람들도 봄을 많이 노래했습니다.
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비발디의 ‘사계’ 중 ‘봄’입니다. 얼마나 생동감 있는 곡인지 금방이라도 싹이 솟아오르는 느낌이며 그 맑은 음은 마음을 깨끗하게 해줍니다. 이와 쌍벽을 이루는 곡은 요한 슈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왈츠’입니다. 부드럽고도 경쾌하고 신나는 왈츠 곡에 맞추어 남녀가 빙빙 돌아가는 모습이 눈에 떠오릅니다. 세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멘델스존의 ‘봄의 노래’입니다. 누구나 들어보시면 ‘아, 이 음악’ 하게 될 것입니다. 이보다는 덜 유명하지만,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봄’ 1악장 알레그로도 한번 들어볼 가치가 있습니다. (은퇴를 앞두고 준비를 하는 분야 중 하나가 클래식 음악입니다. 그래서 세광출판사에서 나온 ‘명곡음악해설’, 마로니에 북스에서 출판된 ‘당신이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클래식 1001곡’ 등을 사서 중세시대로부터 유명한 음악가들과 대표적인 음악에 대한 설명을 읽고 틈틈이 검색하여 그 음악을 들으며 감상하곤 합니다. 전에 가보지 못한 음악의 세계가 놀랍습니다.)
우리나라 가곡으로 눈을 돌리면 훨씬 더 많습니다. 중학교 때 배운 ‘봄 처녀 제 오시네’를 비롯하여 ‘푸른 잔디 풀 위로 봄바람은 불고’,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목련꽃 그늘 아래서’, ‘오 내 사랑 목련화야’, ‘두둥실 두리둥실 배 떠나간다’, ‘보리밭 사잇길로’, 고 김영삼 대통령이 좋아했다던 ‘나는 수풀 우거진 청산에 살으리라’, 이뿐이겠습니까! 더 많은 곡이 있을 것입니다. 가만히 보면 봄 노래는 까칠한 게 없습니다. 가을 노래와는 달리 외롭고 슬픈 곡도 없습니다. 정감 있고 부드럽고 아름답고 희망적입니다. 시간이 있는 분들은 맨 위의 네 곡과 바로 위의 한국 가곡들을 검색해서 들어보시면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고 마음이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그런데 봄과 관련된 최고의 음악은 찬송가 428장, ‘내 영혼에 햇빛 비치니’입니다. 이 찬송은 찬송가 작사자로 유명한 히윗(Hewitt) 여사가 작사했습니다. 그녀는 필라델피아의 어느 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을 때 한 불량 학생이 그녀의 타이름을 참지 못하고 지붕 널빤지로 그녀를 마구 팼다고 합니다. 그 일로 그녀는 척추를 심하게 다쳐 움직이지도 못하고 대소변을 받아내야 했습니다. 병원 생활을 반년쯤 했을 때 조금 회복되었으나 더 이상 교사 생활은 할 수 없었습니다. 사고 후 1년이 지나 따스한 봄의 햇살이 비칠 때 그녀는 공원에 산책하러 나갔습니다. 따스한 봄 햇살을 받으며 햇볕 같은 하나님의 사랑이 느껴졌고 그녀의 마음에 있었던 원망과 미움도 눈 녹듯이 사라졌습니다. 병원에 돌아온 그녀는 창가에 비치는 햇빛을 바라보며 ‘내 영혼에 햇빛 비치니 영화롭고 찬란해’, ‘주의 햇빛 복된 햇빛 나를 비춰주시옵소서’ 하고 작사하게 되었습니다. 성경에 보면 우리 하나님은 말씀으로 우리를 고치신다고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렇게 하나님의 은혜에 감동된 성도가 쓴 음악 역시 우리의 영혼과 마음을 치유해 줄 것입니다.
요즘 우리나라는 트로트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트로트에 대한 선입감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전에는 트로트는 아주 통속적인 저질 음악 비슷하게 생각했는데 어떤 노래는 정말 삶의 진리를 보여주며 인생의 아픔을 진솔하게 보여주어 감동을 주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결국은 인생의 삶과 감정을 노래한 것에 불과합니다. 땅의 노래라 할 수 있습니다.
엊그제 유튜브를 통해 수십 년 만에 만난 ‘다윗과 요나단’, 지금은 모두 목사님입니다. 두 분이 전에 불렀던 1집, 2집을 비대면으로 부르시는데 얼마나 감동했는지요. 무엇보다 부르시는 분들이 그 가사와 일체가 되어 믿음과 감동으로 부르니 가슴 깊이 와서 닿았고 하나님의 은혜가 느껴졌습니다. ‘아, 이야말로 새 노래, 하늘과 땅이 소통하는 노래, 하나님을 영광스럽게 하는 노래구나’ 하고 느껴졌습니다.
2021년의 봄, 해마다 맞이하는 봄이지만 하나님의 은혜의 햇빛으로 새로운 역사가 일어나는 영혼의 새봄이 되길 바랍니다.
이광수 목사
울산동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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