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이 또 한 번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이번에는 인공지능(AI)이다.
증기기관과 전기, 인터넷이 세상을 바꿨듯, 지금 인공지능은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인간의 사고방식과 지적 영역 자체를 흔들고 있다. 현장에서 새로운 기술과 산업의 변화를 매일 지켜보는 입장에서, 지금 AI의 발전 속도는 경이로움을 넘어 두려움마저 느끼게 한다.
AI가 인간의 지적 능력을 뛰어넘는 ‘특이점(Singularity)’이 머지않았다는 예측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판단하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크리스찬도 예외가 아니다. 당장 AI에게 성경 구절과 답답한 상황을 던져주면 눈 깜짝할 사이에 매끄러운 해설을 만들어내고, 제법 그럴싸한 위로의 말까지 건네는 시대다.
완벽한 AI의 대답인가, 투박한 하나님의 음성인가
삶의 위기나 현실의 벽 앞에서 우리는 명확한 정답을 찾고 싶어 한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가 가장 듣고 싶어 하는 위로와 논리적인 해답을 즉각 내어준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 고민하며 묵상하는 시간보다, AI의 빠르고 객관적인 대답에 의존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신학자나 목회자가 아닌, 평범한 평신도의 한 사람으로서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인공지능은 하나님의 말씀을 완벽하게 ‘분석’하고 ‘이해’할 수는 있어도, 그 말씀에 자신의 삶을 던져 ‘순종’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신앙은 머리로 이해하는 문제가 아니라, 삶으로 살아내는 순종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AI는 아름다운 찬양의 가사를 쓰고 악보를 뚝딱 만들어 낼수는 있지만, 뜨거운 눈물로 하나님을 찬양할 수는 없다. 훌륭한 기도문을 유창하게 작성할 수는 있지만, 깊은 밤 십자가를 붙들고 가슴을 치며 울부짖을 수는 없다. 성경의 지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는 있지만, 스스로의 부족함을 깨닫고 진심으로 회개할 수도 없다. 신앙은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하나님과 맺는 인격적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AI가 주는 것은 빠른 대답이지만,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은 때로 넘어지더라도 주님께 나아오는 우리의 진실한 마음이다.
오래된 것들을 다시 붙드는 시간
그러므로 AI 시대에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화려한 종교 프로그램이나 놀랍도록 세련된 새로운 지식이 아니다. 오히려 역설적이게도 하나님을 사모하는 자들이 행했던 가장 ‘오래된 습관’들을 다시 붙드는 일이다.
첫째, 말씀을 직접 읽는 습관이다. AI가 세 줄로 요약해 주는 성경 지식이나 짧은 영상이 아니라, 내 손으로 직접 성경책을 넘기며 활자 하나하나에 머무는 시간이 필요하다. 편리함 속에서는 굳건한 믿음이 자라지 않는다.
둘째, 엎드려 기다리는 기도의 시간이다. AI는 질문하면 단 1초 만에 최적의 답을 화면에 띄워준다. 이 속도에 익숙해지다 보면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잠잠히 ‘기다리는 법’을 잃어버린다. 응답이 당장 오지 않더라도 내 뜻을 내려놓고 그분의 뜻을 구하는 기다림 속에서 신앙은 깊어진다.
셋째, 고요한 침묵을 배우는 것이다. 현대 사회는 끝없는 정보와 소음으로 가득하다. 스마트폰의 알림과 쏟아지는 뉴스가 우리의 마음을 빽빽하게 채운다. 내면이 시끄러우니 세미하게 들려오는 하나님의 음성이 파고들 틈이 없다. 가끔은 의도적으로 전원을 꺼야 한다. 어쩌면 가장 시급한 금식은 밥을 굶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미디어 금식’일지도 모른다.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서 다가오는 시대를 막연히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기술은 언제나 인간의 손에 들린 도구였고, 진짜 문제는 그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에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눈부시게 발전해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 나는 여전히 은혜가 필요한 부족한 사람이고, 하나님은 여전히 내 삶을 주관하시며, 복음은 여전히 우리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거대한 AI 시대에도 크리스찬의 삶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묵묵히 말씀을 읽고, 무릎 꿇어 기도하고, 매일의 삶을 돌이키며, 내 곁의 이웃을 사랑하는 것. 결국 신앙은 시대의 문제가 아니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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