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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발행인칼럼

한없이 설레다(2019년 2월호)

<십대들의둥지> 간사로, 총무로, 사무국장으로 십 여년 이상 봉사하던 양재용 님이 캐나다로 유학을 떠나며, 손수 만든 감사카드를 한 장 남겼는데 거기에 <한없이 설레다>라는 문구를 남긴 가족사진이 있었습니다. 울산에서 자생한 <십대들의둥지>는 참으로 오랜 세월 명맥을 유지했습니다. 거기에는 매월 정성이 담긴 후원을 하는 성도들과 지난 십 수 년 동안 신실한 이사님들이 있었지만, 앞장서서 이 사역을 이끌어 주었던 사무국장들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심창섭 목사, 반성은 목사, 김민철 목사, 조휘용 목사뿐 아니라 양재용 전도사가 있습니다. “우여곡절 속에 저도 아이들도 남편과 함께 캐나다 연수에 동행하며 미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 . . 감격과 감사가 깊어졌습니다.”라는 아내의 글귀 속에 온 가족이 뱅쿠버로 유학을 떠나면서 설레는 마음이 잘 전달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없이 설레다>는 문구는 연말이면 은퇴를 앞둔 나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정확히 계산하면 올 11월 말이면 울산교회 담임목사로 청빙 받아서 내려온 지 만24년이 됩니다. 교회당 안에 있는 접견실로 사용하는 제 방에서 본당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습니다. 부임초기에 한 번은 그 계단을 올라가면서 ‘내가 몇 번 더 올라 다니면 사역이 끝나지요?’라는 생각이 마음에 스치고 지나간 적이 있습니다. 아마 신체적으로도 피곤한 순간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제 연말까지 꽉 채운다고 해도 열 달이면 끝나고, 주일로 헤아려도 42주면 울산교회 담임으로서의 사역은 완료됩니다. 저는 현재의 주어진 사역도 정말 감사하지만, 은퇴 후를 또한 한없이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목사입니다. 읽고 싶은 책도, 듣고 싶은 음악도, 가고 싶은 장소도, 만나고 싶은 사람도, 하고 싶은 일도, 즐기고 싶은 온갖 일들도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또 하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한없이 설레다>는 대상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어릴 때부터 우린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고 노래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금강산도 한 차례, 평양도 몇 차례 다녀왔지만, 갔다가 며칠 뒤에 돌아오는 것 말고, 같은 민족이기에 하나가 되어서, 그 땅을 밟아보고 거기에 사는 겨레를 만나보고 내 마음에 있는 소중한 진리를 나누고 싶기 때문입니다. “인민주체탑에는 ‘인민이 만물의 주인이다’라고 기록되어 있지만 여기 창세기는 하늘과 땅을 하나님이 창조하셨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만든 분이 주인입니까? 내 꺼라고 주장하는 이가 주인입니까?”라고 평양 봉수교회에서 창세기 1장 1절을 읽고 인민이 아니라 하나님이 만물의 주인이라는 설교를 하고 온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평화통일이 되면 일방적 선포가 아니라 마음과 마음을 열고 정담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 <한없이 설레다>는 문구가 가장 뜨겁게 다가오는 대상이 있습니다. 캐나다 유학을 앞둔 설렘보다도, 자유로운 영혼이 목회라는 짜인 규격 속에서 사역하다가 은퇴를 앞둔 설렘보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평화통일을 바라는 설렘보다도 더 큰 설렘입니다. 정말 우리 모두가 <한없이 설레다>고 고백하기에 합당한 대상은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일곱째 천사가 나팔을 불매 하늘에 큰 음성들이 나서 이르되 세상 나라가 우리 주와 그의 그리스도의 나라가 되어 그가 세세토록 왕 노릇 하시리로다 하니”(계 11:15). 어떤 이들은 정권의 창출과 유지에 온갖 것을 다 걸지만, 우리 성도들은 이 세상 나라가 우리 주와 그리스도의 나라가 되어, 주 하나님이 친히 큰 권능을 잡으시고 왕 노릇하는 그날을 <한없이 설레다>고 고백하길 소원합니다. 


정근두 목사

울산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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