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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특별기고

‘트렌드’라는 파도에 휩쓸릴 것인가, ‘문제’라는 닻을 내릴 것인가

  화려한 수식어가 난무하던 연말의 들뜸은 사라지고, 차가운 생존의 진실이 눈앞에 선 2월이다. 지난 11월, 우리는 “트렌드 코리아 2026”을 살펴보며 다가올 미래를 장밋빛으로 그려보았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난 지금, 냉정하게 자문해 보아야 한다. 그 화려한 키워드 중 단 하나라도 당신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는가?

  10년 동안 시드 투자자이자 액셀러레이터로 수많은 팀을 지켜보며 얻은 결론은 본질적인 ‘문제’에 집착하는 스타트업은 끝내 살아남는다는 사실이다.

  화려한 포장지는 ‘알맹이’를 대신할 수 없다

  AI, 제로클릭, 픽셀라이프 등 유행하는 단어들로 사업계획서가 쏟아진다. 하지만 용어의 세련됨이 사업의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트렌드는 시장의 흐름을 읽는 ‘참고서’일 뿐, 창업자가 풀어야 할 ‘문제집’ 그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진짜 강한 팀은 지독할 정도로 본질에 집착한다. “누가,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왜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가?” 필자가 늘 강조해 온 ‘AI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창업자의 땀 냄새’는 바로 이 지점에서 결정된다. 고객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현장을 발로 뛴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독보적인 향기인 셈이다.

   2월의 늪, ‘서류’라는 적과 싸우는 창업자들에게

  역설적이게도 지금 이 시기, 대한민국 창업자들의 가장 큰 적은 경쟁사가 아니라 ‘사업계획서’ 그 자체다. R&D, 예비창업패키지부터 초기창업패키지까지, 쏟아지는 정부지원사업 서류를 작성하느라 정작 고객을 만날 귀한 시간을 도둑맞고 있다. 

  서류 작업과 행정의 영역은 과감히 AI에게 ‘외주’를 맡겨라. 사업계획서의 골자를 잡고 시장 데이터를 수집하며 복잡한 증빙 문구를 다듬는 일은 이제 AI가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해낼 수 있다.

  창업자의 시간은 오직 AI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 즉 ‘고객과의 지독한 인터뷰’, ‘제품의 핵심 로직 설계’, ‘팀빌딩’에 투입되어야 한다. 정부지원사업의 합격 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문장의 유려함이 아니다. 그 껍데기 안에 담긴 ‘문제 해결의 진정성’이라는 알맹이다. [AI x Startup: 사업계획서 실전 Talk 커뮤니티(https://open.kakao.com/o/g8ub8w8h 입장번호 2026)

   2026년, 오직 단 하나의 키워드 ‘문제(Problem)’

  쏟아지는 트렌드 용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을 때마다 ‘문제’라는 단어를 이정표로 삼아야 한다. 유행은 계절처럼 변하지만, 인간의 근본적인 불편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더 교묘하고 새로운 형태의 문제들이 피어날 뿐이다.

  2026년 우리가 증명해야 할 것은 트렌드에 대한 민감도가 아니다. 우리가 발견한 이 문제가 얼마나 풀 가치가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얼마나 처절하게 해결해 낼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2월의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현장을 지키는 창업자들이여, 서류 작성은 AI에게 던져주고 다시 거리로 나가길 바란다. 당신이 현장에서 흘리는 땀방울 속에, 트렌드를 비웃는 진짜 기회가 숨어 있다.

   액셀러레이터의 한마디

  “트렌드는 파도와 같아서 올라타면 일시적인 짜릿함을 주지만, 파도가 지나가면 바닥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문제 해결’이라는 닻을 내린 배는 어떤 거센 파도에도 휩쓸리지 않고 목적지까지 전진한다.   

  지금 당신의 배는 어디에 닻을 내리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