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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특별기고

“새해, 하나님의 선물”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반드시 내가 광야에 길을 사막에 강을 내리니” (이사야 43:19)

  맑은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새해를 맞이하면서 ‘지난해처럼 되는대로 살지 뭐’라고 중얼거리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새해를 앞두고, 일상을 깨트릴 위험이 다분한데 많은 교회들은 12월 31일 한밤중에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기도 하고, 별다른 신앙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 춥고 어두운 새벽에 바닷가까지 새해 첫날의 해돋이를 보려고 달려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찬 바람 부는 바다에서 모습을 내미는 해는, 전날 떠오른 것과 꼭 같은 해가 떠오를 뿐입니다. 아니 365일 아침마다 떠오르는 해와 꼭 같습니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소원을 비는 것보다는 해와 달, 별 등, 온 우주를 창조하신 분께 기도하면 어떨까요?  

  그러면 우리에게 새해를 선물하시고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는 분은 어떤 분이실까요? 시편 90편의 모세만큼 우리에게 그분을 잘 소개하는 이는 없습니다. “주여, 주는 대대에 우리의 거처가 되셨나이다.”라고 기도를 시작합니다. “산이 생기기 전, 땅과 세계도 주께서 조성하시기 전, 곧 영원부터 영원까지 주는 하나님이시니이다”라고 창조의 하나님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하나님을 생각하지 않고 멋대로 살아가는 사람을 심판하시는 하나님 앞에 우리를 불러 세웁니다. “주께서 사람을 티끌로 돌아가게 하시고 말씀하시기를 ‘너희 인생들은 돌아가라’ 하셨사오니” 그 선언 때문에 우리의 생은 몹시 짧고 허무할 뿐입니다.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그래서 선물로 받은 한 해를 사는 데는 짧고 유한한 날들을 계산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우리에게 우리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라고 모세는 아룁니다. 강건한 쪽을 기준해서 85년을 산다고 해도 한 해 365일을 곱하면 31,000날이 살짝 넘을 뿐입니다. 3만 원 가지고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산다면 무얼 제대로 사겠습니다. 살 물건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다행히 돈 3만 원이 아니니 감사할 뿐입니다. 그래도 구주대망 2026년이면 77세가 되는 나에게는 남은 날이 얼마 되지 않습니다. 남은 날은 3,300일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것도 보장되지 않는 날이니 호출 대기표를 뽑아놓고 언제든 부르면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며 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옛 기록을 우연히 읽게 되었습니다. <실용 일기>라는 밀레의 이삭줍기가 표지에 그려진 옛날 일기장이었는데, 내용은 열일곱 살 때 쓴 유치찬란한 글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그때도 시간계획을 하면서 하루를 살았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나는 대학 3학년 때부터 시간 관리를 했다고 그동안 기억했는데, 아마 그것은 본격적인 관리이고, 이미 그보다 일찍 시간 관리를 시도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본격적인 관리는 우연한 기회에 잡지 한쪽을 읽었는데, 거기에 Time Log라는 단어를 만나면서부터였습니다. 그 핵심은 하루 24시간을 30분 단위로 나누어 48개를 만들어 실제로 시간 쓴 것을 한 주간 기록해 보라는 조언입니다. 그때까지 하루는 24시간인 것을 알면서도 한 주간이 몇 시간인지 계산해 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 조언을 따라, 매일 두세 시간마다 확인하고, 무엇을 했는지 기록을 남겨보는 새로운 영역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이전에는 어떻게 시간을 쓸 것인지를 계획했다면, 그때부터는 실제로 어떻게 썻는지를 정직하게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첫 한 주간의 기록은, 마음먹고 공부를 한 시간이 13시간 반이라는 참담한 결과였고,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들었던 교수님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우리 학교는 주당 20시간 강의를 합니다. 그러나 우리 학교는 여러분이 강의 시간의 두 배인 주당 40시간을 공부하기를 기대합니다.” 몇 년 동안 기억도 하지 않았던 그 충고가 13시간 반이라는 초라한 시간 관리 성적 앞에 떠오른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때까지 대충대충 살았던 것만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때부터는 달라졌습니다. 친구들과의 비교가 아니라 자신과의 경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새로운 주간을 맞이할 때마다 전 주간의 기록을 깨뜨리려는 나와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대학 생활의 본격적인 변화는 거기에서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나는 금전 관리보다 시간 관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나에게 시간을 선물하신 주인께서 원하시는 삶을 살려고 힘을 쓰다 보니 그것이 오늘의 나를 만든 것 같습니다. 구주대망 2026년 새해 365일을, 우리 각자에게 공평하게 선물하신 하나님을 사랑하고 순종하면, 복되고 소중한 하루하루가 찬란하게 펼쳐질 것입니다.

정근두 목사(울산교회 원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