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골교회와 홈스쿨링 >
행복한전원교회는 참 아름다운 교회다. 마을을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대나무 숲과 여러 나무들이 둘러싸여 있어 포근한 느낌을 준다. 예배당 앞마당에는 세 그루의 느티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고, 그 아래에는 잔디밭과 모래놀이장이 있다. 아랫마당 텃밭에는 여러 채소가 자라고, 조그만 운동장은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기에 더할 나위가 없다.
홈스쿨링을 하다가 여러 가지 한계로 앞으로 계속해야 할지 고민하던 시기에 행복한전원교회로 청빙을 받아 오게 되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교회는 홈스쿨링을 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아내는 유아교육을 전공한 터라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성실하게 아이들을 교육했다. 아이들도 교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라며 예배와 놀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삶을 배웠다. 이것은 우리 가정에 주신 큰 은혜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고민이 생겼다. 첫째 은설이가 중학생 나이가 되면서, 교회 안에서 모든 것이 가능했던 환경이 오히려 단점이 되었다. 교회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하려 하다 보니 세상과의 연결이 약해지고, 부모가 모든 교육을 책임지려는 생각에도 한계가 있었다. 결국 아이 스스로 공부하고 세상을 경험해야 하는데, 집에만 있어서는 답이 보이지 않았다. 아이가 세상으로 나아갈 통로가 필요했다.
교회도 마찬가지였다. 예전 교회 건물은 마을 안에 있었는데, 언덕 위로 옮겨온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거리는 6~700미터 남짓이지만, 위치상 성도가 아닌 사람이 찾아오기 어려워 마을과의 교류는 쉽지 않다. 특별한 날 초대해도 시골 어르신들에게는 그냥 동네 잔치 참여하는 정도로 여겨졌다. 평소에는 교회가 눈에 띄지 않으니 존재감이 없었다. 교회의 가장 큰 장점인 아늑함이 오히려 고립을 만드는 장벽이 되어 있었다. 마을과 교회를 이어줄 징검다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작은 도서관을 만들자.
교회 안이 아니라, 마을 안에 만들자.
이름은 교회 이름을 따서 '작은 행복 도서관’

그런데 방법은 없었다. 그래도 해야 했다. 감사하게도 예전 교회 예배당이었던 건물을 무상으로 쓸 수 있게 되었다. 내부를 막아 여러 방으로 만들었던 벽들을 아무 대책 없이 철거했다. 마침 차를 매각한 돈이 다 들어갔다. 벽을 허물고 나니 오래전 예배당의 모습이 드러났다. 어릴 때는 그렇게나 넓어 보였는데, 막상 보니 생각보다 작았다. 그래도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마음이 설렜다.

은설이는 더 신이 났다. 자기는 도서관 사서가 되어 책을 정리하고, 거기서 공방을 열어 원데이 클래스를 열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여러 가지 만들기를 찾아보며 열심히 손으로 뭔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세잎클로버 모양을 자꾸자꾸 만들어 모았다. 왜 만드냐고 물었더니 “네잎클로버는 행운이고 세잎클로버는 행복이래요. 그래서 도서관 굿즈로 만들 거예요. 팔아서 도서관 만드는 데 보탤 거예요.”라고 했다.
하지만 철거 후 1년 넘게 아무 일도 진척되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돈이 없었다. 전도를 목적으로 하긴 했지만 교회 밖에 만드는 도서관이라 무턱대고 교회 예산을 배정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그저 기도만 하고 있었다.
그동안 몇몇 업자에게 공사 견적을 의뢰했지만, 이야기를 듣고는 모두 연락이 끊겼다. 일은 많고 돈은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하나님께서 뜻밖의 사람을 붙여주셨다. 새가족이었는데, 도서관 이야기를 듣더니 “최소한의 비용으로라도 도서관 오픈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보자”며 흔쾌히 수락했다.
최소한의 비용이라 해도, 내가 구상한 그림대로 하려면 가진 돈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아내에게 말했다. “어차피 아이들을 위해 만드는 공간이니, 아이들 통장에 모아둔 돈을 조금 쓰면 어때요?”
그렇다. 놀랍게도 그런 돈이 있었다. 우리는 한 번도 넉넉한 적이 없었는데, 아내는 그중 일부를 쪼개서 아이들 대학 등록금으로 쓰기 위해 아이들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어 10년 넘게 조금씩 모아온 것이었다.
아내는 대학 시절 장학금으로만 공부했다. 첫 등록금을 제외하고는 모든 학기를 전액 장학금으로 다녔다. 모두들 대단하다고 했지만, 아내는 장학금을 받아야지만 공부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그때 너무 힘들어서 늘 울며 공부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만큼은 대학생활을 좀 여유 있게 하게 해주고 싶어서 그런 마음으로 모아온 돈이었다. 그런데 내가 그 돈을 쓰자고 한 것이다.
아내는 너무 속상해했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마음이 따라오지 않는 것 같았다. 그 마음이 너무나도 이해되어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며칠 후, 아내가 조용히 은행에 다녀오더니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안에는 필요했던 300만 원이 들어 있었다.
“돌아보니 하나님께서 한 번도 우리를 부족하게 하신 적이 없었어요. 돈이 없어서 못 한 적도 없었는데, 내가 믿음이 없고 교만해서 이 돈이 내가 모은 돈이라고 생각했어요. 미안해요.”

공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깔끔하고 따뜻한 공간, 초록색 난간이 있는 다락이 완성되었다. 다락은 아늑한 어린이 공간, 아래층은 어른 책을 두는 공간. 아이들이 공부도 하고,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모임도 가질 수 있는 공간이다. 한쪽 귀퉁이에는 조그만 무인카페를 둘 예정이다. 이름은 까페 온곡(따뜻한 마을). 마을 이름이 ‘온곡리’이기 때문이다.
이제 바탕은 마련되었다. 남은 일은 속을 채우는 일이다. 이제부터는 진짜 내 능력 밖의 일이다. 혼자 하려 하면 안 된다. 마을 이장님도 만나고, 부녀회장님도 만나려고 한다. 성도들과도 함께 비전을 나누며 하나하나 차근차근 채워갈 것이다. 아이들에게도 말했다. “너희가 주인공이야. 너희가 책임지고 아이디어를 내야 해.”
내가 그리는 이 공간은 단순한 책방이 아니다. 아이들에게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의 길이 되고, 교회에는 마을과 이어지는 따뜻한 징검다리가 되며, 그 길 위에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스치고, 서로 인사하고, 함께 웃을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책 한 권, 한 잔의 따뜻한 커피가 마음의 문을 열어 주고, 그렇게 피어나는 작은 만남들 속에 복음의 향기가 스며드는 곳, 그런 도서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을 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가 하는 모든 일이 다 형통하리로다”(시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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