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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다음세대

시골교회와 홈스쿨링“가위바위보는 그만!”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가장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는 사소한 일상의 문제를 어떻게 말씀과 기독교의 핵심 가치와 연결하여 훈육으로 이끌어 가느냐 하는 것이다. 때로는 억지스럽게 보이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을 때도 많다. 그러나 이 연결은 중요하다. 아이들은 신앙이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삶 속에서 작동한다는 것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예배 전에 아이들이 크게 다툰 적이 있었다. 이제 막 예배를 드리러 나가야 하는데 투닥대는 모습을 보고 그만하라고 다그쳐도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싸움이었다. 치밀어 오르는 화를 누르며 나는 조용히 아이들에게 다가가 말했다.

  “얘들아, 네가 지금 화가 나는 건 아빠도 알아. 하지만 이건 단순히 너희 둘 사이의 문제가 아니야. 곧 하나님 앞에 예배드려야 하는데, 마음에 분을 품고 드릴 수 있을까? 지금 화해하고 용서하는 게 하나님을 예배하는 거란다.”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 화해했다. 

  그 모습이 참 대견했고, 나는 설교 시간에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는 작은 일이었지만, 그 순간은 단순한 다툼을 넘어서 하나님과의 관계를 배우는 자리였다.

  또 한 번은 장난감을 누가 먼저 가지고 놀지 아옹다옹하다가 가위바위보로 정하려 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얘들아, 가위바위보로 정할 수 있는 문제라면 차라리 먼저 양보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리고 나는 조금 더 설명해 주었다.

  “가위바위보는 결국 운에 맡기는 거야. 누가 이길지 아무도 알 수 없지. 그런데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건 분명하단다. 바로 네가 어떤 법을 따라 살지, 네 마음이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지 결정하는 거야. 하나님은 운으로 얻는 승리가 아니라, 네가 먼저 내어주고 배려하는 사랑을 더 기뻐하셔. 그러니까 이건 단순히 장난감 하나의 문제가 아니고, 앞으로 네가 어떤 마음과 원리로 살아가느냐 하는 더 중요한 문제란다.”

  아이들과의 갈등을 이렇게 다루다 보면, 단순히 눈에 보이는 문제만 해결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마음으로 용서하고 먼저 배려하는 데까지 이어지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 하나님과의 관계로 확장되도록 이끌 수 있다. 작은 다툼도 말씀과 연결될 때, 아이들은 신앙이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실제 삶 속에서 살아 움직인다는 것을 배운다. 화해와 양보는 결국 하나님 앞에 서는 태도의 훈련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홈스쿨링을 하다 보면 더욱 큰 도전에 부딪히는데 바로 부모가 아이들에게 가르친 그대로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말로 용서와 양보를 가르치면서 실제 삶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면 너무 쉽게 들통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어렵다. 그리고 이 어려움은 단순히 가정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 자신의 삶 속에서 매번 시험을 받게 된다. 내가 아이들에게 가르친 말이 정말 내 삶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는가를 점검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교회 차량 구입 과정에서 이 점을 깊이 깨달았다. 판매 직원의 실수로 큰 손해를 보게 되었는데, 그는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책임질 수 없다고 했다. 오히려 그렇다면 계약을 취소하라고까지 했다. 두 달 가까이 기다린 끝에 출고 당일에야 알려진 사실이었다. 순간 마음속에서 불같이 분노가 치밀었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써서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결심까지 했다. 

  그러나 그날은 수요일이었다. 예배를 준비하는데, 아이들에게 했던 가르침이 떠올랐다. 아이들에게는 용서하라고 하면서, 나는 분을 품고 어떻게 예배를 인도할 수 있겠는가. 나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나 용서해야겠어요.” 그동안 누구보다 속이 상했던 아내는 곧바로 “왜 그래야 하냐”고 반문했다. 나는 대답했다. “예배를 인도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우리가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쳤잖아요. 그러니 당신도 어렵겠지만 용서하세요.” 그러자 아내는 잠시 침묵하다가 조용히 말했다. “그래요, 그렇게 하는 게 맞겠네요.” 

  나는 그 직원에게 전화해서 말했다. “당신의 잘못은 분명하다. 나는 지금도 너무 화가 난다. 하지만 용서하겠다. 문제 삼지 않겠다.” 그러자 거래는 무사히 마무리되었고, 차량을 받을 수 있었다. 놀랍게도 그 직원은 작지만 자발적으로 보상하는 행동을 보였다.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빌2:3)

  우리가 직면하는 갈등은 단순히 사람 사이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언제나 하나님과의 관계와 연결되어 있고, 우리가 어떤 신앙의 원리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도 사실은 교인들의 삶 속에서 풀리지 않은 갈등이 그대로 옮겨진 경우가 많다.

  신자는 착각해서는 안 된다. 자기 문제를 교회에 그대로 가져오는 것과 자기 문제를 하나님 앞에 내려놓는 것은 전혀 다르다. 문제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교회도 문제, 예배도 문제, 심지어 하나님조차 문제처럼 보인다. 그러나 하나님의 관점에서 보면 문제는 곧 은혜로 드러난다.

  갈등과 문제가 삶의 중심이 되면 예배는 단지 그것을 풀어내기 위한 도구로 전락한다. 그러나 예배와 하나님과의 관계가 중심이 되면 갈등과 문제는 우리를 하나님께 더 가까이 이끄는 통로가 되어 문제가 은혜로 변하게 된다. 

  어린아이에게 가르치는 것을 생각해 보면 단순하다. 아이들은 어른들처럼 복잡하게 계산하지 않는다. 그저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배운 대로 순종한다. 장난감 하나를 두고도 용서와 양보를 배우고, 그것을 그대로 따르려 한다. 교회 안에도 이런 어린아이 같은 마음이 필요하다. 신앙의 길은 결국 단순한 진리를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그 말씀 앞에 겸손히 순종하는 데서 깊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신앙과 삶을 따로 떼어놓지 않는 것이다. 작은 다툼이든 억울한 손해든, 그 속에서 말씀으로 반응하고 하나님을 바라보는 훈련을 할 때 신앙은 추상적인 이론이 아니라 실제 삶의 힘이 된다. 

  우리의 신앙은 교회 안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 일터에서, 일상의 갈등 속에서 시험받고 확인된다. 삶 속에서 말씀을 붙들고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믿는 복음이 진짜라는 증거이다.

 

류주형 목사(행복한전원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