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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교계일반

“파르테논(아테네)보다 더 큰 신전이, 왜 에베소에 건축되었나?”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이 그의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 (시19:1)

  사도행전을 공부하다 보면, 19장에서 은으로 아르테미스 신상(모형)을 만들던 장사꾼들이 생계 위협을 느끼자, 사람들이 “크도다 에베소 사람의 아르테미스여” 하고 두 시간이나 외쳤다는 기록을 만날 수 있다(행 19:34). 에베소의 아르테미스 신전은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처럼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힐 만큼 규모가 웅장했다. 그렇다면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 컸을까?

  바닥 면적으로 보자면, 아르테미스 신전은 6,325㎡(길이 115m, 너비 55m)였고, 파르테논 신전은 2,170㎡(길이 70m, 너비 31m)에 불과했다. 즉, 아르테미스 신전은 파르테논 신전보다 바닥면적만 해도 세 배 가까이 넓었다. 그렇다면 왜 아테네가 아닌 소아시아의 에베소에 이토록 거대한 신전이 세워졌을까?

  그 실마리는 당시 소아시아 내륙(아나톨리아 지역)을 다스리던 리디아 왕국(이하 리디아)에서 찾을 수 있다. 리디아의 수도는 사르디스(성경의 ‘사데’)였고, 그곳을 흐르던 파쿨톨로스 강에는 금과 은이 자연적으로 섞인 일렉트럼(자연 금·은 합금)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었다. 리디아는 이 일렉트럼으로 세계 최초의 동전을 주조해 거래 수단으로 사용했고, 에게해와 소아시아 사이의 무역 중심지로 자리 잡아 막대한 부를 쌓았다.

  리디아의 마지막 왕 크로이소스(BC 560~546 재위)는 왕위에 오르자마자 에베소 아르테미스 신전을 건축하기 시작했고, 10년 동안 막대한 재정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만약 오늘날 동일한 방식으로 이 신전을 지으려 한다면, 지반 다짐·재료비·가공비·설치비 등을 합쳐 약 3조 원대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2017년에 완공된 잠실 롯데타워의 건축비가 약 3조 3천억 원이었음을 고려하면, 당시 투입된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리디아나 크로이소스라는 이름에는 익숙하지 않다. 대신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유대인에게 귀환 명령을 내려 예루살렘 성전 건축을 허락한 바사(페르시아)의 고레스 왕이다(BC 559~530 재위). 그는 BC 546년에 리디아를 정복하여 역사의 무대에서 지워버렸고, 이어 BC 539년에는 바벨론까지 함락시켰다.

  그렇다면 그리스 본토가 아닌 소아시아(에베소, 밀레토스 등)에 어떻게 헬라 문화가 전해졌을까?   

  기원전 11세기부터 8세기까지, 그리스 북부에 살던 도리아인들이 남하하여 지배층을 형성하면서, 아테네를 중심으로 남아 있던 이오니아계 그리스인들은 본토에서 밀려나 에게해를 건너 소아시아의 밀레토스에 정착했다. 이후 그들은 점차 에베소 등 인근 도시로 확산되었다.

  특히 밀레토스는 기원전 8~6세기에 해상 교역으로 번영하며 지중해 무역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이곳의 자유로운 정치 분위기는 탈레스·아낙시만드로스·아낙시메네스와 같은 자연철학 전통을 낳았다. 에베소 역시 아르테미스 숭배와 상업 활동으로 번성하며 종교·문화의 중심지로 발전했다. 비유하자면, 밀레토스가 오늘날의 부산이라면, 에베소는 경주와 같은 성격을 지닌 도시였다.

  정리하면, BC 8세기 무렵부터 헬라 문화는 밀레토스와 에베소에 강하게 스며들었다. 밀레토스는 자유도시국가 성격을 가졌으나, 에베소는 리디아의 통치하에 있었기에 크로이소스 왕은 문화적 열등감을 극복하고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에베소에 거대한 아르테미스 신전을 건축했다. 이것이 신전이 세워진 역사적 배경이다.

  이제 제목처럼 파르테논 신전도 간단히 살펴보자. 기원전 490년 마라톤 전투에서 아테네 연합군은 페르시아군을 물리쳤지만, 위협은 끝나지 않았다. 크세르크세스 1세(성경의 아하수에로)는 기원전 480년 대규모 병력을 이끌고 다시 그리스를 침공했다. 그는 테르모필라이 전투에서 스파르타의 저항을 돌파한 뒤 아테네를 점령하고 불태웠다. 그러나 같은 해 살라미스 해전에서 그리스 연합 함대가 승리하며 페르시아의 본토 정복 계획은 좌절되었다.

  이후에도 긴장은 지속되었고, 기원전 478년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델로스 동맹을 결성했다. 아테네가 주도권을 쥐었고, 동맹 도시들은 군함이나 은화를 공물로 바쳤다. 처음에는 델로스 섬 아폴론 신전에 공물을 보관했으나, 기원전 454년 아테네로 금고가 옮겨지면서 동맹은 사실상 아테네 제국으로 변모했다. 공물은 방위뿐 아니라 아테네의 정치·문화 사업에도 쓰이게 되었다.

  페리클레스(BC 461~429 재위)는 이 재정을 활용해 아크로폴리스 재건 사업을 추진했고, 그 중심이 바로 아테나 여신에게 봉헌된 파르테논 신전이었다. 파르테논은 기원전 447년에 착공해 432년에 완공되었으며, 단순한 종교 건축물이 아니라 페르시아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고 아테네 민주정과 제국의 영광을 과시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하나님께서는 세계 역사의 곳곳에 당신의 발자취와 동선을 세밀히 펼쳐 놓으셨다. 성경을 읽을 때 우리는 단순히 과거의 사건 기록을 넘어, 그 안에 감추어진 하나님의 역사적 동선과 섭리를 발견하게 된다. 성경 속 사건은 종교적 기록에 그치지 않고, 인류 역사의 흐름과 맞물려 하나님의 손길을 드러낸다. 이 사실은 놀라운 통찰을 준다.

  따라서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곧 하나님의 동선을 찾아가는 즐거움이며, 동시에 세상을 새롭게 이해하는 눈을 여는 과정이다. 성경은 하나님을 알게 하는 책이면서, 세상을 올바르게 해석하는 지혜의 열쇠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섭리를 발견하고, 그 섭리를 따라 역사를 읽으며,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도 여전히 일하시는 하나님의 길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