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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발행인칼럼

“내 인생의 3모작”

“그러나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고전15:10)

농부는 하늘을 바라보고 농사를 짓는다. 우리나라는 벼를 심고 그 다음에는 보리나 밀을 심는 이모작을 하지만, 더운 지방에서는 삼모작이 가능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이처럼 삼모작을 할 수 있는 환경은 기후가 연중 높고 일조량이 풍부하며 강수량이 많아야 하고 온대지방과는 달리 사계절이 없어야 가능하다. 실제로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브라질 북부에서는 벼, 옥수수, 콩 등의 삼모작을 한다고 한다. 이처럼 삼모작을 하려면 토양이 고갈 가능성이 있기에 비료나 휴경지 활용을 해야 하고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인생의 삼모작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내 어린 시절 철없던 나에게 엄마는 언제나 마이더스의 손과 같고, 나의 필요를 공급하는 전능자처럼 여겨졌다. 아침밥을 먹고 책가방을 메고 대청마루에 서서 “엄마, 나 돈 주세요” 하면 학교 가는 나에게 필요한 돈을 내어주시며 “학교 잘 갔다 오너라. 그리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고 오너라”하시며 손을 흔들어주시던 우리 어머니시다.  나는 중학생이 되면서 학업과 더불어 열심히 가사 일을 거들었다. 저녁을 먹고는 장작을 짊어지고 3킬로가 넘는 고현시장에 가서 장작을 팔고, 그 돈으로 노트도 사고 참고서도 샀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군 생활을 하고 집에 돌아오니 아버지께서 “너 이제 나하고 살자! 그렇게 할 줄 믿고 문전옥답을 1,740평을 네 앞으로 등기 이전 해 두었다. 이것을 밑천으로 하고 혹시 부족하면 다른 전답도 있으니, 너의 형이 아무 말 안 하고 너에게 다 줄 것이다. 그리고 돈이 좀 부족하면 면서기를 하며, 농사도 지으면 거부는 아니어도 떵떵거리며 살 수는 있을 것이다.” 말씀하셨다.  

  그러던 어느 날 수요 예배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된다. 너 나에게 약속한 것이 있는데 그 약속을 왜 지키지를 않느냐는 물으셨다. 그때 나는 약속한 일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난 후에 똑같은 음성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 음성을 부인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모든 것을 정리하고 지금의 아내를 만나 신학교로 향했다. 

  10년의 공부를 마치고 동성교회, 고현교회, 동부교회를 거쳐 지금의 북울산교회에서 43년, 긴 목회 여정이 이제 끝났다.

평생 이 길을 함께 한  아내가 오늘 더 고맙고 예쁘다!”

  오늘을 있게 하신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올려드리며, 은퇴 감사예배를 통해 북울산교회에서 나를 도와 목회를 마치도록 협력하신 원로장로님과 은퇴 권사님에게는 감사의 마음을 꽃다발에 담아 안겨드렸다. 특별히, 평생 나의 동반자가 되어 이 길을 함께 한 아내에게는 현금봉투를 아무도 모르게 준비했다. 그날 참석한 많은 분들이 정말 아름다운 은퇴였다고 감동을 전해주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이다.

  이제 내 인생의 삼모작을 시작하려 한다. 그동안 제도권에서 짊어진 짐은 살짝 내려놓는다. 적은 나이가 아니기에 무엇보다 아내와 함께 건강을 잘 챙기며 ‘울산의 빛’ 페이퍼 신문에 조금 더 정성을 기울이고자 한다. 또 시골 교회나 개척, 미자립 교회를 돌아보고 적은 것이지만 함께 나누며,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에 일조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1막과 2막을 잘 살아오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이제 나의 남은 3막을 더 낮은 자세로 섬기면서 살아가고자 한다. 목회를 잘 마무리하도록 도와주신 하나님께 그리고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제 다시 허리띠를 동이고 남은 날을 달려가고자 한다.  

  그동안 참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