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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논설위원(이 달의 말씀)

<때문에> & <덕분에>

  추웠던 겨울도 서서히 물러가고 따스한 봄기운이 어느새 문 앞까지 이르렀다. 귀를 자극했던 찬 바람은 한결 부드러워지고, 햇살은 포근한 온기를 품어 대지를 어루만진다. 

“..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고전 15:10)

  따스한 봄과 같은 옅은 미소를 머금고 언제나 가게 앞에 서 계신 할아버지! 더 이상 자신의 가게가 아닌데도 늘상 그렇게 서 계신 KFC 할아버지는 인생의 겨울을 겪었기에 봄이 더 따듯하게 느껴지지는 않을까? 그의 나이는 65세! 멈추어버린 그의 시간은 세월이 가도 여전하다.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회사에서 해고되었다. “회사가 날 해고하는 바람에 망했어!” “다 회사 때문이야!” 원망하며 좌절하였지만, 후에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으로 크게 성공한 다음,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때 회사에서 해고된 덕분에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기회를 얻었을 수 있었지!” 다름 아닌 KFC의 창업자, 커넬 샌드스(Colonel Harland Sanders)이다.

  내가 원치 않는 일을 당할 때면 ‘누구 때문에’, ‘그 일 때문에’... 원망의 마음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 그러나 ‘때문에’가 ‘덕분에’로 바뀌면 나에게도 별의 시간은 온다. ‘때문에’라고 말하면 불평이 되지만 ‘덕분에’라고 말하면 그것은 나에게 기회가 되는 것일까?   

  KFC(Kentucky Fried Chicken)의 창업자 샌더스씨는 한 때 여러 직장을 전전하였다. 그는 하는 일마다 싶패와 해고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작은 주유소 옆에서 닭을 튀겨 팔기 시작하였다. 대박! 이게 맛집으로 소문나면서 유명세를 타나 싶더니 이번엔 웬걸 화재로 건물이 소실되고 말았다. 그러나 영끌해서 또 다시 일어선 그에게 시련의 바람이 불어왔으니, 이번엔 그 곳으로 고속도로가 나면서 완전히 가게문을 닫게 되었다. 설상가상(雪上加霜), 엎친데 덮진 격이었다.

  빈털터리가 된 그는 자신의 레시피를 들고 여러 식당을 찾아 다녔지만, 가는 곳 마다 문전박대를 당하고, 사실일까 싶은데 1,009번째 찾아간 식당에서 관심을 갖고 그의 레시피를 받아 주는 바람에 그렇게 시작된 것이 KFC다. 그 때가 1952년, 그의 나이 65세! 

  1950년대면 우리나라의 경우, 온 동네 사람과 일가친척들을 모아 놓고 회갑잔치를 거나하게 벌일 때이다. 오래 살았기 때문이다. 65세면 환갑을 지나도 한참 지난 나이! 누가 그 나이에 창업한다고 하면 아마도 사람들이 보따리 싸서 쫓아다니며 말렸을지 모른다. 내일 모레 죽을 사람이 무슨 짓이냐고...

  그가 65세에 창업한 KFC는 이후 입소문이 나면서 유타주에서 시작된 프랜차이즈 매장은 10년이 채 안되어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 600개의 점포로 확장되었다. 이후 커넬 샌더스씨는 74세까지 현직에서 일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경영권을 넘기고 은퇴하였다. 그가 경영권을 넘길 때 자신의 모습을 마스코트로 사용하기로 계약하는 바람에 KFC 매장앞에 언제나 서 있는 할아버지가 되었다. 지금은 전 세계 150개 나라에 약 30,000개 이상의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KFC의 트레이드 마크인 동그란 안경, 수염, 흰색 양복의 이미지는 계약 당시, 추운 겨울이었는데 겨울 양복을 세탁해 놓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여름용 흰 양복을 입고 나간 것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단벌 신사였던가? 흰 양복에서 그의 삶의 애환을 느낀다.  

  아! 실패를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는 늘 그렇듯이 신앙적 교훈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그 역시도 인생의 좌절을 겪은 후, 찾은 곳은 교회였다고 한다. 그는 목사님의 설교를 통해 은혜를 받고 그 동안 소홀히 여긴 믿음생활을 회개 하였다. 특히 “너 근심 걱정 말아라 주 너를 지키리 주 날개 밑에 거하라 주 너를 지키리”라는 찬송을 통해 큰 힘과 용기를 얻고 재기에 성공했다고 한다. 그는 실패 덕분에 성공한 사람이었다. 

  한편, 제주도 KFC 중문점 앞에 있는 할아버지는 흰 양복 대신에 검은 색 잠수 복장을 하고 그물 망을 오른쪽 어깨에 매었는데 그 속에는 해산물 대신에 닭다리가 가득 들어 있고, 할아버지 왼손는 닭다리가 들려져 있다. <귤>이 회수(淮水)를 건너오면 <탱자>가 된다고 하였던가! 미쿡 할아버지가 태평양 바다를 건너오더니 제주도에 도착하여 해남(해녀?) 할아버지가 되셨는가 보다. 해남 할아버지를 만든 사람은 할아버지가 왜 흰옷을 입고 있는지 그 이유는 알고 있는 것일까? 최근에 어떤 사람이 맛집으로 소문난 이 매장을 찾았다가 문이 닫혀 있는 것을 보고 ‘폐업한 것 아님?’ 이라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나는 실패한 사람이었지만, 그 덕분에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성공을 만들었다.”는 그의 말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가슴에 큰 울림을 남긴다. 본성상 사람은 실패하면 ‘때문에’가 제일 먼저 떠오르지만, 이제는 추운 겨울도 지나고 했으니, 올 봄엔 ‘덕분에’의 마음으로 살아가면 성공과 행복이 꽃피어 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