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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특별기고

『3.1운동과 한국교회의 역할』 과거의 교훈과 오늘의 사명

    “한국교회는 3.1운동의 정신을 계승하여 분열된 사회를 치유하고, 하나 됨과 정의를 실천하며 희망찬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

“3.1만세운동, 서세옥(Suh Se-ok), 1986년, 한지에 수묵 채색. 776.6 x 127.2 inch.(출처뉴욕한국문화원)

  3.1운동은 한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독립운동 중 하나로, 온 국민이 하나 되어 일본 제국주의에 항거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 가슴 아픈 거룩한 항쟁이 있기까지 우리는 내부적으로 많은 아픔을 겪어야 했다. 

  조선 말기, 국권을 빼앗기기까지의 과정은 외부의 침략만이 아닌 내부적인 분열과 무관심이 더해져 이루어진 것이었다. 당시 정치 지도자들은 개화파와 수구파로 나뉘어 대립과 갈등을 반복하며 국가의 미래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했다. 

  개화파는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고 개혁을 추진하려 했으나 내부의 불협화음과 보수 세력의 저항에 부딪혔고, 수구파는 전통을 고수하며 외세의 개입을 경계했지만 결국 국권을 지키지 못했다. 이처럼 내부적인 분열은 국력을 약화시켰고, 결국 일본의 침략을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하는 원인이 되었다. 

  한편, 백성들은 극심한 기근과 콜레라 등의 전염병으로 인해 생존조차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던 많은 백성들은 국가의 운명에 관심을 가지기 어려웠고, 절망 속에서 체념하거나 생존을 위해 떠도는 처지가 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무기력과 정치적 분열은 일본의 침략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게 하였고, 500년의 역사를 가진 조선은 자주독립 국가에서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 결과, 일본은 토지를 강제로 수탈하여 많은 농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으며, 산업과 경제 구조는 일본에 종속되었다. 수많은 한국인들은 생계를 위해 고향을 떠나야 했으며, 일부는 만주로 이주하여 독립운동에 참여하거나 새로운 삶을 개척했고, 또 다른 이들은 하와이와 멕시코 등지로 노동이민을 떠나 혹독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야 했다.

  그러나 일본의 강압적인 식민통치는 한국인의 독립에 대한 열망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고, 그 열망은 교회를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당시 한국교회는 단순한 신앙공동체를 넘어 민족을 깨우는 각성의 장소였다. 3.1운동의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기독교 지도자들은 신앙과 민족애를 결합하여 하나님의 공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신념 아래 독립운동에 헌신하였다. 기독교 학교와 교회는 민족 교육과 독립 의식을 고취하는 역할을 하였으며, 이는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3.1운동의 중심축이 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다시금 3.1운동의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 현재 한국 사회는 정치적 대립, 경제적 불평등, 지역적 갈등으로 분열되어 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사명은 분명하다.

  첫째, 교회는 역사적 갈등과 지역주의로 인해 분열된 사회 속에서 진정한 화해와 연합을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회는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정의를 실현하는 목소리를 내고, 갈등을 조정하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둘째, 교회는 경제적 불평등 속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복지 및 지원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노숙인, 저소득층, 외국인 노동자와 같은 사회적 소외 계층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 활동이 필요하다. 셋째, 교회는 지역사회와 계층을 초월하여 연대와 협력을 강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 지역 교회 간의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공동체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반만년의 유구한 우리의 역사는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숱한 고난과 외침(外侵)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품고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함께 힘을 모아왔다. 3.1운동 당시 교회가 민족을 위해 앞장섰던 것처럼 오늘날 한국교회도 다시 한번 사회적 역할을 회복하여 하나 됨의 정신을 선포해야 한다. 신앙은 단순한 개인적 경건을 넘어 시대적 사명을 감당해야 할 책임이 있다. 작금의 우리 사회는 극한 정치적 대립과 경제적 불균형, 계층 간 갈등으로 분열되어 있으며,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교회는 그리스도의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는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

  교회는 가난한 이웃과 소외된 자들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단순한 구호 활동을 넘어 공정한 사회 구조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또한, 지역과 세대, 이념을 초월한 화해와 연합을 위한 중재자가 되어야 한다. 3.1운동 당시 신앙인들이 목숨을 걸고 외쳤던 자유와 독립의 외침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 우리는 또다시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독립운동가들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품었던 것처럼, 우리도 다시 희망을 품고 하나가 되어야 한다. 

  교회는 단순히 신앙을 전파하는 곳이 아니라, 3.1운동의 신앙적 유산을 이어받아 민족을 살리고 공동체를 치유하는 중심지가 되어야 한다. 서로를 향한 불신과 갈등을 넘어, 정의와 사랑을 실천하며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이루는 데 앞장서야 한다.   

  우리가 서로를 존중하고 하나 된 마음으로 나아갈 때, 3.1운동의 정신은 다시 살아나고, 우리의 사회는 더욱 건강하고 희망찬 미래를 맞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