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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특별기고

“바울의 편지를 수신한 골로새는 어떤 도시였나?”

“골로새는 에베소에서 동쪽으로 약 160km 떨어진 곳에 위치했으며, 라오디게아와 히에라볼리와 함께 라이커스 계곡을 따라 형성된 도시이다.

  바울이 골로새 교회에 편지를 보낼 당시 골로새는 소아시아(오늘날 터키)지역의 중요한 내륙 도시 중 하나였다. 골로새는 에베소에서 동쪽으로 약 160km 떨어진 곳에 위치했으며, 라오디게아와 히에라볼리와 함께 라이커스 계곡을 따라 형성된 도시였다. 과거에는 상업과 금융의 중심지로 번성했던 곳이지만, 1세기 로마 시대에 들어서면서 경제적 중요성이 점차 감소했다. 하지만 여전히 주요 교역로에 위치한 덕분에 지역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골로새는 한때 헬레니즘과 로마 문화가 공존하며 번영했던 곳이었다. 셀레우코스 왕조(BC 312~BC 63) 시절에는 상업과 금융의 중심지로 크게 성장하였으며, 유대인들의 이주도 활발했다. 셀레우코스 4세(재위 BC 187~BC 175)는 유대인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고 상업 활동을 장려하면서 골로새는 국제 무역 도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로마 시대에 접어들면서 라오디게아가 금융과 상업의 중심지로 부상하며 상대적으로 그 중요성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주요 도로망을 따라 위치한 도시로서 로마 제국 내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골로새에 복음이 전해진 과정은 바울이 에베소에서 펼친 사역과 깊은 관련이 있다. 바울은 2차 전도 여행(AD 52년) 때 처음 에베소를 방문하였고, 그곳에서 잠시 복음을 전한 후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부부를 남겨두고 떠났다. 그러나 본격적인 사역은 3차 전도 여행(AD 53~56년) 중 에베소에 약 3년간 머물면서 이루어졌다. 바울은 두란노 서원에서 날마다 가르쳤고, 그의 가르침을 들은 많은 사람이 소아시아 전역으로 흩어져 복음을 전했다. 

  바울이 직접 골로새를 방문하여 교회를 세운 것은 아니었다. 대신, 그의 동역자였던 에바브라가 에베소에서 바울의 가르침을 듣고 자신의 고향인 골로새로 돌아가 복음을 전하며 교회를 세웠다. 바울은 골로새서를 통해 에바브라를 “그리스도 예수의 신실한 일꾼”이라 부르며(골 1:7), 그가 교회를 위해 헌신적으로 수고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에바브라는 단순히 골로새에서만 활동한 것이 아니라, 인근 도시인 라오디게아와 히에라볼리까지 복음을 전하며 교회들을 돌보았다. 골로새서 4장 13절에서 바울은 “그가 너희와 라오디게아와 히에라볼리에 있는 자들을 위하여 많이 수고하는 것을 내가 증언하노라”라고 말하며, 에바브라의 헌신적인 사역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 도시에만 국한된 사역이 아니라, 복음이 넓은 지역으로 확산되며 지역 교회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음을 보여준다.

  골로새와 함께 라이커스 계곡을 따라 형성된 중요한 도시로는 라오디게아와 히에라볼리가 있었다. 

라오디게아는 골로새에서 불과 15km 떨어진 도시로, 라이커스강 하류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은 금융업과 직물 산업이 발달한 도시였으며, 특히 양모와 염색 직물이 유명하여 로마 제국 전역으로 수출되었다. 

  라오디게아 교회는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웠지만, 신앙적으로는 점차 나태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요한계시록 3장 16절에서 예수님께서 “네가 차지도 아니하고 뜨겁지도 아니하도다. 네가 미지근하여 뜨겁지도 아니하고 차지도 아니하니 내 입에서 너를 토하여 버리리라”라고 책망하신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당시 라오디게아의 물은 인근 히에라볼리에서 공급되었는데, 히에라볼리의 뜨거운 온천수가 라오디게아에 도착할 즈음에는 미지근해졌다. 이러한 현상은 신앙적으로 나태하고 미온적인 라오디게아 교회의 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이곳은 의약품 생산으로도 유명했으며, 특히 눈병 치료를 위한 안약이 로마 전역으로 수출되었다. 예수님께서 요한계시록 3장 18절에서 “내게서 안약을 사서 눈에 발라 보게 하라”라고 말씀하신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히에라볼리는 라오디게아에서 약 9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도시로, 미네랄이 풍부한 온천으로 유명했다. 이 온천수는 치료 효과가 있다고 여겨져 많은 사람이 방문하였고, 자연스럽게 상업도 활성화되었다. 로마 제국은 히에라볼리 전략적 요충지로 인식하고 도로와 하수도 등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건설했다. 또한, 다양한 신전과 공공시설이 들어서면서 다문화적인 성격을 가진 도시로 성장했다.

  히에라볼리는 단순한 온천 도시가 아니라, 그 지역의 종교적 중심지이기도 했다. 많은 이교도 신전들이 세워졌으며, 이는 기독교 신자들에게 신앙을 지키기 어려운 환경이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공동체가 형성되었고, 복음은 이곳에서도 지속적으로 전파되었다.

  이처럼 골로새, 라오디게아, 히에라볼리는 서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면서도 각각 다른 특징을 지닌 도시들이었다. 만약 현대 도시로 비유한다면, 골로새는 한때 번성했던 오래된 구도심 지역, 라오디게아는 부유한 신도시, 히에라볼리는 요양지와 관광 도시와 같은 성격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이 세 도시는 라이커스강을 따라 상업적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복음이 전파되는 과정에서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바울이 골로새 교회에 편지를 썼을 때, 그는 단순히 골로새 성도들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었다. 그의 가르침은 골로새뿐만 아니라 라오디게아, 히에라볼리를 비롯한 소아시아 전역의 교회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바울은 직접 골로새를 방문하지는 않았지만, 에바브라와 같은 동역자들이 지역 교회들을 돌보며 복음을 확산시켰다. 

  사도 바울이 로마 제국의 방대한 도로망을 활용하여 복음을 전했다면, 에바브라는 라이커스강을 따라 자연스럽게 연결된 도시들을 중심으로 효과적으로 복음을 확산시켰다. 이처럼 복음의 확장성은 선교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바울과 에바브라는 단순히 한 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주어진 환경 속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 복음을 전했다. 오늘날 우리가 복음을 전하는 상황도 쉽지 않을 수 있으나, 우리는 바울과 에바브라의 사역과 선교전략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세상의 블루오션 전략이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면, 복음 전도에서도 우리는 기존의 방법에만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영역과 가능성을 발견해야 한다. 직장, 학교, 온라인 공간, 문화 활동 등 우리의 삶 속에서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새로운 접점을 찾아야 한다. 보다 창의적이고 열린 태도로 이웃에게 다가가는 것이 필요하다.

  복음을 전하는 것은 단순히 전도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을 널리 나누는 과정이다. 우리가 복음의 블루오션을 찾아 나설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열어 주시고, 새로운 영혼들을 만나게 하실 것이다. 그 길을 찾는 것이 곧,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중요한 사명이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라”(마7:13-14)

 

서동호장로(울산감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