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박물관 상층 55전시실에는 기원전 1500~500년 사이에 고대 근동의 패권을 장악했던 앗수르 제국(기원전 934~608)과 바벨론 제국(기원전 605~539)의 흔적을 기록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앗수르 왕 산헤립이 남 유다의 수도인 예루살렘을 침공한 사건을 기록한 쐐기(설형) 문자 육각기둥 원통 토판(사진 1)이 있다. 이것을 《테일러 프리즘 혹은 산헤립의 프리즘》이라 부른다. 이 원통의 기록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에게 복종하지 않은 히스기야….(중략). 나는 예루살렘을 외부로부터 완전히 차단하였다. 히스기야는 새장에 갇힌 새의 신세가 되었다. 나는 성을 공격하기 위해 토목 공사를 벌였으며, 성문을 나서는 자는 누구든지 그 죗값을 치르게 했다. 그리고 정복한 도시들은 모두 내 영토로 편입시켰다. 나의 위엄과 영예에 압도된 히스기야는 금 30달란트와 각종 보화를 그의 딸들과 하렘에 있는 후궁들, 그리고 남녀 가수들을 딸려서 니느웨로 보냈으며, 조공을 바치고 나를 경배하러 사절단도 따로 보냈다. 히스기야는 이처럼 조공을 보냄으로써 나에게 복속되었다.”
이 내용은 산헤립 자신의 치적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써 실제의 사건보다 과장하거나 왜곡할 수 있다. 성경은 산헤립이 예루살렘 정복에 실패했다고 전한다. 그뿐 아니라 그의 군사 185,000명이 하루아침에 송장이 되었다고 보도한다(왕하 18~19장, 사 36~37장). 앗수르 왕 산헤렙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믿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하나님의 개입이 전혀 없는, 주관적이고 인위적인 내용만을, 자신을 위해 기록했을 뿐이다. 그러나 성경은 그분의 이야기(His Story)이다. 그래서 역사(History)일 수밖에 없다.
기원전 722년에 북이스라엘은 앗수르에 의해 멸망하였으나, 남 유다는 하나님과 다윗 사이에 맺은 언약이 보증되어 앗수르의 침공을 잘 극복했다. 기원전 612년경 앗수르는 바벨론의 침공으로 거의 세력을 잃었고, 갈그미스 전투를 기점으로 애굽도 약소국으로 전락했다. 이제 바벨론 제국이 고대 근동의 패권을 장악했다. 이와 관련하여 바벨론 느부갓네살(605~562 B.C.) 통치 초기 11년을 기록한 토판(사진 2)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바벨론 제국이 앗수르 제국과 수도 니느웨를 함락시킨 사건을 기록한 또 다른 토판(사진 3)이 전시되어 있다.
그런데 이 토판의 기록 내용은 스바냐 선지자와 나훔 선지자를 통해 성경에 이미 예언되어 있다
(습 2:13~14절, 나 3:1~3절) “여호와가 북쪽을 향하여 손을 펴서 앗수르를 멸하며 니느웨를 황폐하게 하여 사막 같이 메마르게 하리니 각종 짐승이 그 가운데에 떼로 누울 것이며 당아와 고슴도치가 그 기둥 꼭대기에 깃들이고 그것들이 창에서 울 것이며 문턱이 적막하리니 백향목으로 지은 것이 벗겨졌음이라.” “화 있을진저 피의 성이여 그안에는 거짓이 가득하고 포악이 가득하며 탈취가 떠나지 아니하는도다 휙휙 하는 채찍 소리, 윙윙 하는 병거 바퀴 소리, 뛰는 말, 달리는 병거, 충돌하는 기병, 번쩍이는 칼, 번개 같은 창, 죽임 당한 자의 떼, 주검의 큰 무더기, 무수한 시체여 사람이 그 시체에 걸려 넘어지니.”
과연 역사의 주인이 누구신가? 이처럼 앗수르 제국의 멸망을 미리 내다보신 하나님께서 역사의 주인이시다. 그렇다면 앗수르를 멸망시킨 바벨론 제국은 역사에서 영원하였을까? 흥미롭게도 55전시실에는 바벨론 제국의 마지막 왕, 나보니두스(556~539 B.C)에 관해 기록한 원통기둥 토판(사진 4)과 나보니두스 동상 토판(사진 5)이 전시되어 있다.
먼저, 원통기둥 토판(사진 4)의 기록 내용은 나보니두스가 테마에 머문 10년 동안 아들 벨사살 왕이 나라를 다스렸음을 언급하고 있으며, 기원전 539년에 일어난 바벨론의 함락을 확인해준다. 페르시아의 고레스가 오피스(Opis)에서 바벨론 군대를 공격했을 때, 마르둑 신을 섬긴 바벨론 제사장들이 사방으로부터 몰려들어 나보니두스를 배반했고, 그 일에 백성들도 합세했다. 이로 인해 고레스의 군대는 바벨론으로 무혈 입성했다. 이 자료는 바벨론의 멸망과 유다 포로민의 귀환을 확증해 준다.
또한, 나보니두스 동상 토판(사진 5)을 자세히 살펴보면, 중앙 상단에 초승달이 떠 있다. 이것은 앗수르의 달 신(Sin)을 숭배했다는 증거이다. 나보니두스의 종교 배반은 바벨론 제국의 멸망을 초래했다.
55전시실을 둘러보면서 필자는 시편 2편의 말씀이 떠올랐다 “어찌하여 이방 나라들이 분노하며 민족들이 헛된 일을 꾸미는가 세상의 군왕들이 나서며 관원들이 서로 꾀하여 여호와와 그의 기름 부음 받은 자를 대적하며 우리가 그들의 맨 것을 끊고 그의 결박을 벗어 버리자 하는도다 하늘에 계신 이가 웃으심이여 주께서 그들을 비웃으시리로다 그 때에 분을 발하며 진노하사 그들을 놀라게 하여 이르시기를 내가 나의 왕을 내 거룩한 산 시온에 세웠다 하시리로다 아멘(시 2:1~6).”
거짓되고 왜곡된 인간 역사 그 위에, 하나님의 참역사(Real Story)가 존재한다. 그것은 무너지고 없어질 인간 왕의 이야기가 아닌, 영원하신 왕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그 왕의 이야기를 “역사(History)”라 부른다. 우리 모두 하나님의 역사에 동참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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