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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세상사는 이야기

겉바속촉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신다면 자신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할지 모르지만 꼰대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쏟아져나오는 신조어들과 줄임말들이 SNS를 차고 넘쳐서 공영방송에서까지 남발되고 있습니다. 세종대왕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도 고민되지만, 통일은 정치적인 것보다는 문화적 접근이 가능할 때에 그 간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문화를 표현하는 방식이 언어인데 세대 간에도 이해하지 못하는 말들이 통일 조국에는 어떠한 결과를 만들어 낼지 궁금합니다.


  이미 세계화된 우리의 치킨(통닭)은 무엇보다도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서 육즙이 배어 나올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인기 있는 돈가스 역시 겉바속촉, 겉은 바삭해야 하고 속은 촉촉해야 합니다. 여기에 실패를 하면 금방 문을 닫아야 합니다. 보다 더 겉바속촉을 위해서는 연구와 실험을 거듭해야 합니다. ‘겉바속촉’이란 말의 뜻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라는 것입니다.
 

 예수님 당시의 유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유대 정통주의자라고 자부하는 바리새인, 지극히 세속적인 사두개인, 유대민족주의자라고 할 수 있는 열심당원, 친 로마세력인 헤롯당, 속세를 떠난 은둔주의자들인 에세네파, 제각기 여호와 하나님과 하나님의 왕국을 기다리는 자들입니다. 나름대로는 하나님의 약속의 자녀라는 사실을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중에 예수님 말씀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람들이 바리새인들입니다. 누구보다도 율법에 정통했고 믿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 메시야의 도래를 대망하고 있었습니다. 유대 사회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존경받는 지도자들이었습니다. 대제사장, 율법 학자들, 장로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바리새인들과는 전혀 다른 율법의 해석을 하고 있던 사람들은 사두개인들입니다. 당시 유대 국회라고 할 수 있는 70인 산헤드린(공회) 회원들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지극히 현실 지향적이고 세속적인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스스로 다윗왕 당시의 사독 제사장을 이어왔다고 자부합니다. 그들은 모세 오경만 율법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부활에 대해 믿지 않기 때문에 지극히 현실 지향적일 수밖에 없고, 세속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로마 정부 권력마저도 자기들을 위해 이용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 교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고, 스스로를 성찰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어서 다행스런 면도 있습니다. 그동안 교회가 사회에 어떠한 선한 감동과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을까를 회의하게 되었습니다. 누구의 표현대로 교회만 ‘콕’ 집어서 예배 금지와 같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자행되고 있는데도, 별 할 말이 없는 지극히 합법적인 자기 합리화의 수단이라는 핑계로 아무런 말도 행동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말씀의 거울 속에 비쳐진 내 모습은 겉바속사. 겉은 바리새인, 속은 사두개인, 경건을 가장하면서 지극히 존경받기를 원하지만, 위선적일 수밖에 없고,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동안 이루고 누린 기득권을 절대 포기할 수 없어서 세속 권력에 빌붙어야 하고 자기 권위의 자리를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지켜내려고 하는 수구꼴통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겉으로는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나라, 메시야를 학수고대하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부활도, 천국도, 믿지 않고 오직 현실에서 누리는 자기만의 기득권을 결코 내려놓을 수 없다는 세속적 욕망, 그래서 나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을 뿐만 아니라 달인의 경지에까지 이르도록 ‘겉바속사’를 이룬 이들을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이참에 차라리 동굴 속으로 숨어 버리는 에세네파처럼 은둔주의자가 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그것이 자기 믿음과 경건을 지켜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될 수 있겠지만, 그것 또한 비겁한 도망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누가 도와줄 만한 사람 어디 없소?  

 

진영식 목사
소리침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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