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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세상사는 이야기

6월의 담벼락

 

진영식 목사의 세상사는 이야기

 

  6월의 붉은 장미가 덩쿨로 자라 담벼락을 타고 피어올랐습니다. 담벼락을 쌓았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야 있겠지만 꽉막힌 담벼락으로 가시돋힌 장미가 자기 몸에 돋아나는 가시를 가리듯이 녹색의 두꺼운 옷을 입더니만 자고 깨고 하는 사이에 남모르게 꽃망울이 터지고 이제는 누구든지 길목을 지가나는 사람이면 유혹을 더해버립니다.
  

 

  장미꽃 붉은 향기가 핏빛으로 가슴을 저며오는 6월. 아마도 콘크리트나 돌담보다도 더 꽉막혀버릴수 밖에없는 분단의 두께로 마음의 담을 쌓고 맙니다. 내안에 갈라진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전쟁의 피흘린 흔적들이 붉은 장미로 피어 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담하나로 가리워 놓고서 좌우를 담벼락치듯 철벽보다 더 단단하게 성을 쌓고 있습니다. 그곳에 장미를 심어놓은들 한 계절 겨우 가리울 것 뿐일텐데, 화려한 꽃이 지고 두꺼운 옷으로 가리워진 잎파리 지게 되면 겨울 담벼락엔 가시돋힌 가지들만 달라붙어 삭풍을 견텨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답니다.
  

 

  6월을 맞이한 마음들이야 다들 다르겠지요. 녹음이 무성한 수풀속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를 기억 할 수도 있고, 장마비에 계곡 물떠내려가는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모내기가 끝난 논자락에 벼들이 키자랑하듯 자라기도 하고 개구리 울음 소리를 노래로 즐기기도 합니다. 6월은 모든 것을 뒤덮어 버리게 합니다. 어느 한 구석 민낯을 보기조차 힘든 멋진 계절입니다. 
  

 

  이런 아름다운 6월에 우리는 피를 흘려가면서 담벼락을 쌓고 있습니다.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지던 때 두키보다 더 높은 콘크리트 장벽인 담벼락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기 전에, 교회에서 기도 소리가 먼저 흘러 나왔습니다. 베를린 시민의 가슴속에 스며든 기도 소리는 독일 국민의 가슴 속으로 파고 들었습니다.
  

 

  남북을 가로지르고 있는 장벽은 언제쯤 무너지는 소리를 낼 수 있을까요? 좌우를 나누는 성벽보다 두꺼운 담벼락이 무너지는 소리를 언제쯤 어디에서부터 들을 수 있을까요? 장미꽃이 아무리 화려하게 뒤덮혀있어도 여전히 버티고 서있는 담벼락입니다. 가시돋힌 장미가시에 찔려서 또다른 붉은 꽃으로 피어나야 하는 조국이 어찌되어야 할는지? 교회에서 흘러나오는 기도 소리가 여리고 성을 무너뜨린 것처럼 그런 6월을 기대해 봅니다.
  

 

  지금은 코로나 19 바이러스라는 담벼락이 점점 두께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는 두 사람 사이에서마저도 담벼락을 더욱 높이 쌓여가게 합니다. 담벼락을 허물어 내야 하는데 해자까지 만든 성벽보다도 더 두껍고 넓고 높게 세워지고 있습니다.
  

 

  6월은 담벼락 무너지는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장미 넝쿨을 걷어 내고 싶습니다. 붉은 장미 꽃들이 화려하게 채색된 담벼락을 부셔뜨리고 싶습니다. 담벼락 무너지는 소리는 교회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성도들의 기도소리는 그 어떤 담벼락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무너져 내린 담벼락 위에 한 송이 꽃을 피우고 싶습니다. 나는 오늘 그 한 송이 꽃을 심을 준비를 서둘러야겠습니다.

 

진영식 목사
소리침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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