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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선교와 전도

대영박물관 관람기(4) <원 역사의 이야기는 진실이다!>

  대영박물관 56전시실(Ancient Mesopotamia 6000~1500 B.C.)과 55전시실(1500~500 B.C.)에는 창세기 속 원 역사(The Primeval history)와 관련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창세기 원 역사 안에는 창조-타락-홍수 심판-바벨탑의 4가지 중심 주제를 담고 있다. 김윤희 박사는 이 부분에 관하여 창조주 하나님과 인류의 기원에 강조점을 두며, 죄와 심판과 흩어짐뿐 아니라 여자의 후손을 통한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담은 원시 복음(Proto-Evangelium)이 핵심이라 요약한다(성경 에센스 p. 21~22). 

  한편, 원 역사는 일반 역사의 범주를 넘어선 초월역사로서 설화, 민담, 소설 같은 이야기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원 역사 속 큰 사건들이 고대 근동 세계 안에서 오랜 기간 구전(口傳)되는 동안 공감을 이뤘고, 문자를 쓰던 후대에 와서 이야기로 기록되었다면, 결코 지어낸 허구가 아니라 진실이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시대의 수메르인은 기원전 3500년경부터 문자를 만들어 사용했다. 그들은 찰흙 같은 점토판에다가 뾰족한 갈대 끝으로 철필을 만들어서 글씨를 새겼는데 이를 ‘쐐기 문양 혹은 설형(Cuneiform)문자’라고 한다. 또한, 설형문자로 기록한 노트를 ‘토판’이라 부른다. 56~55전시실에는 설형문자 토판들이 상당수 전시되어 있다. 이 토판들을 모은 수납장(사진1)을 《니느웨 왕의 도서관(Royal Library of Nineveh)》이라 부른다(55전시실). 고대 도서관의 형태는 지식과 자료를 집약하는 기술이 매우 뛰어났음을 보여준다. 

 

토판들을 모은 수납장_《니느웨 왕의 도서관(Royal Library of Nineveh)》 이라한다_제 55전시실  (사진1_서진교 목사 제공)

  이 도서관 안에 ‘바벨론 창조 이야기’를 기록한《에누마 엘리시》라는 토판이 있다(사진2)(55전시실).   

‘바벨론 창조 이야기’를 기록한 《에누마 엘리시》 (사진2_서진교 목사)

    토판 속 내용은 대략 고대 신들 간의 격렬한 다툼으로 인해 마르둑의 어머니 신의 시체가 두 동강이 나면서 하나는 하늘, 다른 하나는 땅이 되었고, 그 후 마르둑 신이 일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서 인간을 창조했다는 이야기이다. 이 토판 속 창조 이야기는 창세기 속 창조 이야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성경의 저자는 바벨론의 신들과 창조주 하나님을 완전히 다르게 묘사한다. 

  창조주 하나님은 보시기에 매우 좋도록 천지를 창조하셨고, 인간을 지으실 때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아름답게 빚으셔서 모든 만물을 다스리는 복을 주셨다. 즉 성경의 창조 이야기는 선하고, 아름답고, 평화롭다. 창조주 하나님이 만든 세상은 사도 바울이 묘사하듯, “오직 성령 안에서 의와 평강과 희락으로 가득한 나라”이다(롬 14:17). 비록 이 두 창조 이야기의 내용은 사뭇 다르나, 고대 근동에서 구전되던 창조 사건이 분명히 존재했음을 예시하는 것에는 일맥상통하다. 

  56전시실 벽에는 2cm 남짓 작은 크기의 고대 인장(seal, 2200~2100 B.C.)이 걸려있다. 영어로는《Adam and Eve cylinder seal》혹은 《Temptation seal》이라 부른다. 왜냐하면, 이 인장의 문양은 창세기 3장 속 ‘선악과 사건’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사진3)

 

(사진3: https://www.britishmuseum.org/collection/object/W_1846-0523-347) (사진3_서진교 목사 제공)

  위의 문양에서 볼 수 있듯이, 열매가 맺힌 나무를 사이에 두고 남자와 여자가 마주 앉아 있으며, 그 배후에 뱀이 있다. 오래전부터 구전되던 ‘선악과 이야기’를 각인하며, 기억하고자 그 당시 도장에 새긴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만일 구전된 선악과 이야기가 없었던들, 도장에 새긴 문양도 없었으리라. 이 인장의 문양은 창세기 속 선악과 사건이 분명히 존재했음을 확인해 주는 증거가 된다. 

  55전시실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토판(700~600 B.C.) 하나가 있는데, 바로《길가메시 서사시》이다.(사진4)이 토판 속에는 위대한 ‘길가메시 왕’의 영웅 서사시 중에서 ‘대홍수’와 관련된 내용을 다룬다. 가령, 신이 인간 세상을 멸하기 위해 홍수를 일으켰다는 점과 홍수에 대비하여 배가 필요했고, 생존을 위해 가축들을 배에 태워야 했다는 기록은 창세기 속 노아의 홍수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 반면, 배의 크기가 16.7평에다가 은과 금을 실었고, 게다가 등장하는 신들은 탐욕스럽고 폭력적이며 이기적이고 무서운 복수심에 불탔다는 점은 완전히 다르다. 그러나 이 토판의 가치는 오랫동안 구전된 홍수 이야기가 성경 속 노아의 홍수 사건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토판(700~600 B.C.)   《길가메시 서사시》 (사진4_서진교 목사)

  이처럼 전시실56~55에는 원 역사 사건을 연상하는 토판 자료들이 여럿 전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바벨탑 사건과 관련한 자료는 어디에 있을까? 전시실55에 매우 흥미로운 토판 하나가 있는데, 《바벨론 세계 지도(The Babylonian map of the world)》이다.(사진5)이 토판 속 세계 지도(700~500 B,C.)의 중심에 ‘바벨론’이 있다. 창세기 11장 속 시날 평지에 바벨탑을 세웠던 이들이 흩어지면서 도시 건설을 멈췄는데 그 이름을 ‘바벨’이라 불렀다(9절). 흩어진 자들의 중심(Centre)이었던 바벨은 오랜 기간 구전되다가 이 세계 지도가 그려질 즈음, 옛 바벨을 연상하며, 메소포타미아 중심에 ‘바벨론’을 그려 넣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바벨론 세계 지도(The Babylonian map of the world)》 (사진5_서진교)

  우리 속담에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하였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도 있다는 의미이다. 역사 이전, 원 역사 속 창조-타락-홍수 심판-바벨탑 이야기는 근거 없는 허구가 아니다. 대영박물관에 관련 자료들이 버젓이 존재한다는 것은 실제로 이 사건들이 일어났음을 증명한다. 

  하나님께서 이 사건들의 기록을 지금까지 남기셔서 생생하게 보여주시는 유일한 목적은 “그리하여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돼라!”라는 데 있다(요 20:27절). 성경 말씀에 관해 더 확고하고, 더 큰 믿음을 가지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