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독문화/교회음악

교회음악으로 섬기기(3)

  예배의 찬양(경배와 찬양 또는 오프닝 찬양)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건반주자이다. 다른 악기들이 다 있어도 건반이 없다면 소용이 없고, 다른 악기들이 다 없어도 건반주자만 있으면 어떻게든 교회의 음악은 예배찬양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다. 이전에 비해 건반주자들의 반주 실력이 세련되고 좋아졌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음악의 수준이 높아졌고, 그에 따라 음악적인 귀가 열리면서 연주 실력도 그만큼 좋아진 것이다. 악보가 없어도 ‘카피’ 실력이 좋아서 조금만 연습하면 금방 비슷하게 연주할 수 있는 실력과 다양한 코드를 구사하는 기술이 세련되게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을 많이 보게 되는데 ‘리하모니제이션’, ‘세컨더리 도미넌트’같은 코드 스킬을 잘 사용해서 반주의 기술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은 적절히 잘 사용하면 좋은데, 너무 무분별하게 사용할 경우는 오히려 심한 방해 요소가 되는 단점을 갖고 있다. ‘세컨더리 도미넌트’의 경우 목적코드로 가는 과정에서 ‘긴장해결’로 가기 위한 ‘단계’ 코드인데, 흐름의 맥락 없이 무분별하게 적용하면 그저 ‘불협화음’으로 끝나게 된다. 

  ‘리하모니제이션’도 마찬가지인데, 이런 코드의 진행은 사실 대부분이 불협화음으로써 사용의 목적을 모르고 세련미에만 집중하여 사용하다 보면 싱어들이나 회중들이 화음을 넣을 때 화음이 만들어지지 않아 엉뚱한 소리로 헤매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특히 찬송가의 경우는 회중들도 화음을 넣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듯 무분별한 코드의 진행으로 화성이 깨지게 되는 상황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찬송가는 복잡함보다는 단순한 코랄을 지향했기에 많은 성도들이 그 화성과 느낌에 물들어 다양한 코드가 들어간 다성적 화성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위기가 있다. 분명 좋은 기술이지만, 적절하게 잘 사용할 때 그 기술이 빛을 발휘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연주 실력과 별개로 건반주자들은 내가 다루는 건반에 대해서 연구하고 노력해서 그 기능을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다루는 악기의 특성이 어떠한가에 대한 것과 내가 맡은 포지션에서의 연주 형태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건반은 크게 키보드, 신디사이저, 피아노 세 종류로 분류한다. 키보드는 저장된 소리를 불러서 있는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고, 신디사이저는 기본으로 저장된 소리를 불러서 내가 원하는 소리로 이펙트나 리버브, 기타 변형된 소리를 만들어서 사용하거나 그 소리를 다시 저장하는 기능이 있는 것을 말한다. 그렇기에 당연히 신디사이저가 키보드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교회에서 사용하는 음색은 내장된 소리 들만으로도 충분하기에 소리를 믹싱해서 사용해야 할 만큼의 상황은 아니다.)그러나 스트링에 강한 고급건반을 가지고 있으면서 피아노 음색 한 가지만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피아노 음색으로 좋은 건반을 사용하여 브라스나 스트링 연주에만 애매한 음색들로 연주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건반은 저장된 음색의 퀄리티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데, 비싼 돈을 들여 구입한 건반을 이처럼 단순히 사용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다. 

  교회에서 건반을 구입하는 기준은 대부분 다른 교회들은 어떤 건반을 쓰고 있느냐 하는 것에 대한 정보이다. 비용이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한 번 구입하면 다시 구입하기 힘들기 때문에 비싸도 이왕 사는 거 좋은 것으로 사도록 배려하기도 한다. 얼마 전까지 교회에서 구입 1순위였던 고급형의 신디사이저가 있는데, 그 안에는 유명 건반브랜드에서 만든 2억 원 이상의 그랜드피아노 소리가 내장되면서 건반의 가격이 많이 비싸졌다. 그런데 막상 이 건반을 다루는 반주자는 그것을 잘 모를 뿐만 아니라 이전 건반에서 사용했던 가장 비슷한 음색을 골라 여전히 사용한다는 것이다. 귀에 익숙한 소리가 반주자에게는 더 안정적인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렇다면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새 건반을 살 필요가 있을까? 바로 이전의 모델에 들어 있는 그 보편적인 소리를 사용하면서 새 건반을 왜 구입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디지털건반, 즉 신디사이저나 키보드 안에는 각각 수백 개의 음색들이 내장되어 있다. 그런데 반주자가 실제로 사용하는 음색은 고작 습관적으로 선호하는 피아노 소리 한두 개와 브라스, 스트링 음색 한두 개 정도이다. 그리고 브랜드나 모델마다 악기의 음색이 달라서 선호하는 음색의 건반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인데, 그저 좋은 건반이니까 뭐가 달라도 다르겠지 하는 기대감과 쉽게 찾은 음색 중에서 골라 쓰다 보니 이러한 상황이 발생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것은 비싼 호텔 뷔페에 가서 국수나 국에 밥을 말아 먹으며 배를 채우고 있는 것과 같다. 

  물론 모든 교회의 건반주자들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탁월한 재능과 기술로 악기의 기능들을 잘 사용하여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부럽지 않도록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고 강한 연주를 적절한 음색들을 사용하여 예배의 찬양을 음악적으로 더 풍성하게 만드는 건반주자들도 많이 있다. 그들은 그만큼 자신이 다루는 건반에 대해 연구하고 또 다루는 기술을 습득하여 도출해 낸 결과인 것이다.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모르는 상태로 시작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 상태가 유지되는 것은 건반주자로서의 사역에서는 게으름과 나태함이다. 기본 주법에서부터 코드의 이해와 연구, 정확한 화성을 악보대로 칠 줄 알아야 하고, 애드립의 기술, 스트링과 브라스를 이해하고 연주할 수 있는 기술을 가져야 한다. 피아노만 칠 줄 알지 잘 못한다고 겸손한 듯 말하는 자들이 있는데, 그렇기에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 

  스트링을 맡은 반주자가 스트링이 뭔지도 모르고, 브라스가 뭔지도 모르면서 그냥 애드립의 다른 말로 이해하고 있는 반주자들이 의외로 많다. 스트링은 줄이 있는 현악, 즉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같은 악기이고, 브라스는 트럼펫, 트럼본, 섹소폰이나 플루트, 클라리넷 같은 관악기이다. 이 악기들은 모두 특유의 연주 스타일이 있다. 그런데 일부 반주자들은 브라스 음색으로 스트링처럼 연주하고, 스트링 음색으로 브라스처럼 이 악기들의 특성을 무시하고 본인의 스타일로 재창출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의 실력으로 간주 될 것이 아니라, 어쩌면 예배의 음악을 저하시키고 회중들이 그 소리에 적응하게 되는 오류를 범하게 될 수 있기에 이것은 반드시 고쳐져야 할 모습이다. 

  브라스를 맡은 반주자는 사용할 브라스 악기들의 악보와 곡들을 연주하면서, 스트링을 맡은 반주자는 사용할 스트링 악기들의 곡들을 연주하면서 악기별 연주의 특성을 연구하고 공부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그 악기들의 소리로 애드립을 어떻게 적용할지 기보하고, 수정을 반복하면서 다른 반주자들과 함께 어우러져 연주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반주자로서의 사역을 감당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어떻게 연주해야 할지 몰라서 대충 흐느적거리듯 하지 말고, 제대로 당당하게, 재밌게, 즐겁게, 기쁘게 연주하려면 정말 노력해야 한다. 

  이들을 책망하고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더 아름다운 소리로 영광을 올려드리기 위해 마땅히 감당해야 할 사역의 모습이기 때문에 성심껏 임해야 한다는 권유이다. 모든 것의 시작은 관심이다. 관심이 있으면 집중하게 되고, 집중하면 알아가게 되고, 알아가 게 되면 행하게 된다. 행하면서 변화되고, 그 변화는 이전의 나와는 분명히 다른 삶을 살게 할 것이다.  

 

김성규 찬양사(교회음악감독, CM뮤직센터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