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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선교와 전도

"여기 와서 딸이 여러 명 생겼어요"

“인생의 절반 17년을 한국에서 보낸 제이슨 강도사 부모님의 한국방문”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서구 개인주의 문화권 출신의 이주민들에게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하는 방법이 ‘친구 되기’라면,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 집단주의 문화권 출신의 이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려면 ‘가족 되기’가 중요하다. 한 개인과 개인의 관계 형성이 아니라, 개인과 집단 또는 집단과 집단의 만남 및 관계 형성이 필요하다.

  우리 교회 제이슨 강도사님은 만 21세 때 한국에 근로자로 와서 지금까지 인생의 거의 절반인 17년을 한국에서 보냈다. 한국에 와서 예수님을 영접했고 목회자의 부르심에 순종했기에 필리핀에 있는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했다. 고향에 갈 때마다 복음을 전했지만, 가족의 마음의 문은 도무지 열리지 않았다. 아들의 “목회의 길”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셨기에 기도도 응원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하나님의 때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목사 안수를 받기 전에 강도사님의 부모님이 예수님을 영접하시면 강도사님 목회에 큰 힘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침 그 절호의 기회가 왔다. 강도사님이 부모님 전도를 위해 관광 비자로 한국으로 초청한 것이다. 외국에서 결혼까지 한 아들의 생활이 무척 궁금하셨다. 부모님이 한국으로 오시기 훨씬 전부터 교회 공동체는 그분들의 영혼 구원을 위해 한마음으로 기도했고, 한국으로 오신 이후로도 공동체가 함께 지극정성으로 섬겼다. 

  강도사님은 부모님을 모시고 국내 곳곳을 여행했다. 강원도에서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보던 함박눈을 평생 처음으로 원 없이 보았고, 또 아들의 신대원 졸업식에도 참석해서 아들을 위로하고 축하해 주셨다. 뿐만 아니라 교회에 많은 필리핀, 인도 출신의 영어권 자매들이 마치 자신의 부모에게 하듯 집으로 초대해서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고 공원에서 함께 산책하고 옷과 화장품 등 좋은 것들을 선물해 드렸다.

  부모님을 뵐 때마다 근황을 여쭈면 월요일에는 누구 집에 초대받아서 갔고 수요일에는 또 다른 누구 집, 내일은 또 누구와 쇼핑을 하러 가기로 했다고 신나서 말씀하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신다.  

  “왜 우리가 이렇게 사랑을 받고 있는지, 왜 교회 성도님들이 우리한테 이렇게 잘해주시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씀드린다. “그건 그동안 그분들이 우리 강도사님한테서 그런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그런 아들을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부모님에게 감사해서 사랑을 돌려드리는 겁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여기서는 마음껏 사랑받으시고 누리세요.” 부모님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목사님, 여기 와서 딸이 여러 명 생겼어요. 필리핀 딸, 인도 딸, 모두 제 딸들이에요. 지금까지는 우리 아들이 한국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목회자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어요. 그런데 이제는 알 것 같아요. 참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들을 한다는 것을요.”  

  “네, 어머니~ 아들 충분히 자랑스러워하셔도 됩니다!”

  한 번은 나의 부모님이 강도사님의 부모과 광양으로 1일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매화꽃 구경을 핑계로 오고가는 길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여행을 마치고 차 안에서 아버지가 당신이 예수님을 믿게 된 이야기와 함께 복음을 전하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접 기도를 함께 하셨다. 그런데 영접 기도를 하는 동안, 평소에는 절대 눈물을 흘리는 법이 없으셨던 강도사님의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따라 하셨고 주님을 영접하셨다.

  2달간의 방문 기간이 마무리될 즈음, 필리핀, 인도, 남아공 엄마들끼리 한 가정에서 모여 제자훈련을 하는 모임에 참석하셨다. 공부를 마치고 각자 소감을 말하는 시간에 아버지께서 먼저 “오늘 저는 절대 울지 않겠습니다.”라고 말씀하시고는 곧바로 눈물을 흘리시며 말씀하셨다. “저는 원래 울지 않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여기 와서 여러분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고, 교회가 이렇게 따뜻한 가족 공동체인지 깨달았습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이제 필리핀에 돌아가서도 계속해서 가까운 교회에 나가겠습니다. 교회에 대한 오해가 있었지만, 여러분 덕분에 그 오해가 풀렸습니다. 이제 교회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저희에게 가족이 되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정말로 감동적인 시간이었다. 강도사님의 부모님은 공동체 안의 여러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고, 예수님을 영접했으며, 이제 축복 속에 필리핀으로 귀국하셨다. 그리고 곧바로 가까운 지역교회에 나가셔서 예배를 드리셨다. 더 감사한 것은 부모님이 예수님을 믿고 교회에 나가니까, 그 변화된 모습을 보고 다른 모든 자녀들, 강도사님의 남매들이 다같이 교회를 나가게 된 것이다. 놀랍게도 가까운 교회에 성경공부를 요청했고, 사역팀을 가정으로 보내 집에서 온 가족이 성경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제이슨 강도사님의 부르심에 그의 부모님과 온 가족의 신앙생활이 시작되었다. 온전한 천국백성으로  세워지길 기도합니다.

  감옥에서 나온 바울은 두려워 떨며 “내가 어떻게 하여야 구원을 받으리이까?”라고 묻는 간수에게 이렇게 말했다.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 (행 16:31) 

  이 성경 말씀은 참으로 진리의 말씀이다. 동생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비를 벌고자 한국에 근로자로 왔던 제이슨 강도사님을 부르셔서 하나님의 자녀로 삼으셨다. 이제 그 강도사님을 통해 부모님이 예수님을 영접했고, 부모님을 통해 온 가족이 신앙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강도사님도 공동체 식구들에게 그 고마움을 표현했다. 자신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써서 복음을 전해보았는데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교회 공동체가 다같이 마음과 힘을 합쳐서 기도하고, 사랑과 정성으로 섬겼더니 부모님의 마음이 활짝 열렸다고, 눈물을 흘리며 한 분 한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했다. 감동을 잘 받고 눈물이 많은 것은 그 아버지나 그 아들이나 정말 똑같다.

  그렇다. 가장 좋은 전도는 복음중심적인 공동체를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다. 세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실천하는 공동체, 국적과 문화, 언어를 초월해서 서로 돌보며 아끼는 가족 공동체, 세상과 다른 가치관과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를 보여주고 경험하게 함으로써, 그런 사랑의 공동체에 소속되고 싶은 소원과 갈망을 불러 일으키는 것,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전도 방법이다. 공동체가 곧 메시지다.

  D.A. 카슨은 교회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크리스천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것은 교육이나 인종, 소득 수준, 정치 성향, 국적, 악센트, 직업 같은 것이 아니다. 크리스천들은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구원받았다는 사실 때문에 하나가 된다. 크리스천들은 예수님을 위해 서로를 사랑하는 무리다.” 모든 차이와 장벽들을 넘어서 진정으로 서로를 사랑하는 가족 공동체를 세우는 것은 이 세상을 향한 강력한 복음 증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