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전라북도 김제시 금산면에 있는 금산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곳에 간 이유는 감동의 이야기를 가슴에 간직하고 싶어서였다.
금산교회는 1905년 미국 테이트(Lewis Boyd Tate) 선교사가 금산지역에 복음을 전하면서 세운 교회이다. 그 후 1908년 새 대지를 마련하여 지금의 자리로 옮겨 왔다. 교회 건물은 ㄱ자형 한옥으로 되어있고, 교회당 안에는 남녀 성도들의 자리를 분리해 놓고 중간에 커튼을 쳐 놓았다. 그 당시 그렇게 한 이유는 남녀유별이라는 유교 전통의 관습 때문이다.
금산교회 하면 이자익과 조덕삼, 두 사람이 생각난다. 이자익은 경상남도 남해 출신으로 6세 때 부모를 잃어 친척 집에서 성장했다. 그는 16세가 될 때까지 열심히 일했고, 가난을 면하기 위해 경남 하동, 전라도 남원과 전주를 거쳐 김제 금산에 갔다가 조덕삼을 만나게 되었다. 이자익의 딱한 사정을 들은 조덕삼은 그를 자신의 가정에서 마부 일을 하게 하였다.
이자익은 열심히 일하면서 테이트 선교사의 전도를 받고 전주 선교부를 오가며 성경을 배웠다. 주일마다 사랑채에서 예배를 드리고, 조덕삼· 박희서 등과 함께 테이트의 집례로 세례를 받았다. 금산교회 교인들이 점차 늘어나자 1908년 처음으로 장로 투표를 하였다. 교인들은 당연히 지주인 조덕삼이 장로로 선출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결과는 마부인 이자익이 1대 장로가 되었다. 이 일로 교인들은 걱정과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조덕삼은 교회의 선거 결정을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여 “나는 이번 선거 결과를 하나님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자익 장로를 잘 받들고 교회를 더욱더 잘 섬기겠습니다.”라고 선언하였다. 그의 말은 들은 온 금산교회 성도들은 조덕삼에게 큰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 두 사람은 집에서는 주인과 머슴의 관계로, 교회에서는 평신도와 장로의 관계를 잘 유지하며, 각자 맡은 본분을 감당했다. 그 후에 조덕삼도 금산교회의 2대 장로가 되었다. 지주 조덕삼은 이자익 장로를 평양에 있는 장로회신학교에 입학시켜 공부하도록 도와주었고, 후에 목사가 되어 금산교회에 청빙을 받아 담임목사로 섬기게 되었다.
조덕삼 장로의 가문은 계속해서 아들, 손자 3대째 장로가 되어 금산교회를 잘 섬겼다. 그뿐만 아니라 손자인 조세형 장로는 우리나라 13~15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처럼 조덕삼 장로의 인품과 영성과 그의 가정을 생각할 마다 진실한 순종과 축복하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가정과 교회를 잘 세워가기 위해서는 우리도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를 알게 해 주는 지표가 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하나님의 언약 백성인 부모들이 가정에서 자녀를 축복하며 살아가도록 강조하고, 힘쓰고 계시는 한 분이 생각났다. 바로 송도제일교회 원로이신 주준태 목사이다.
주목사님은 오래전부터 ‘야곱의 식탁’을 통해 명문 가정으로 세워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한국교회와 성도들은 자녀의 신앙교육을 전적으로 교회에 의존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부모나 교회가 이러한 현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당연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몇 년 전 우리는 코로나19라는 다크호스를 만나 교회학교 예배까지도 중단시켰을 때 비로소 부모나 가정이 그동안 우리 신앙교육의 책임에 대해 참으로 아쉬움이 있었다는 것을 많이 인지하고 반성하게 되었다. 이러한 시기에 ‘야곱의 식탁’은 교회와 가정과 부모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야곱의 식탁’이 무엇인가?
‘야곱의 식탁’은 한 주에 한 번 온 가족이 둘러앉아 가정예배를 드리면서 부모가 한 명, 한 명의 자녀 머리에 손을 얹고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아들 ○○○을(손자 ○○○을) 에브라임 같고 므낫세 같게 하시기를 원하며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복하노라”라는 내용으로 자녀들을 축복해 주는 시간이다.
주 목사는 성경의 흐름에 숨어 있는 진리를 ‘야곱의 식탁’이란 주제로 가정예배에 접목했다. 한마디로 ‘야곱의 식탁’에는 ‘축복과 대화’가 강조된다.
첫째로, 야곱의 식탁에서는 예배의 시각을 넓혀 주었다. 보통 가정에서는 가정예배를 잘 드리지 못하고, 때론 구역예배 드린 것을 가정예배라고 생각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진정한 은혜로운 자리에 자녀들이 참석시키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일이 허다했다. 하지만 ‘야곱의 식탁’은 이러한 약점들을 보완해서 가정예배의 중요성과 더불어 부모와 자녀들 온 가족이 함께 어울려 예배드리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둘째로, 야곱의 식탁에서는 부모들이 자녀에게 축복권을 사용하게 해 주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목사가 축복해 주는 목사 중심의 예배로 진행되었으나 야곱의 식탁은 부모가 제사장으로서 자녀를 축복하게 하였다. 즉 하나님이 부여하신 축복의 권세를 야곱의 식탁에서는 부모의 권위를 존중하고, 말씀에 나오는대로 사용함으로 부모의 영적 권위가 세웠다. 요즘처럼 다변화 시대, 분주하고 바쁜 시대에도 시편 133편 말씀에 기초하여 가정공동체가 회복시켜 가고 있다는 측면에서 큰 자부심을 느끼게 해 주었다.
복음서를 읽다 보면 예수님이 가정을 방문할 때 하라고 하신 말씀이 나온다. 무엇을 하라고 말씀하셨을까? ‘축복’하라고 권면하셨다. “또 그 집에 들어가면서 평안하기를 빌라 그 집이 이에 합당하면 너희 빈 평안이 거기 임할 것이요 만일 합당하지 아니하면 그 평안이 너희에게 돌아올 것이니라.”(마10:12~13)
축복의 삶을 살라고 말씀하셨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에 합당하면’과 ‘합당하지 아니하면’이라는 말씀이다. 예수님은 우리가 축복할 사람, 축복하지 말아야 할 사람으로 나누지 않고 무조건 축복하라고 하신다. 마음이 내키지 않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축복하라고 하셨다. 이것이 축복을 흘려보내는 자의 마음가짐을 알게 해 주셨다.
하나님은 감사하게도 우리 모두에게 제사장의 권세를 허락해 주셨다. 이런 권세를 부여받은 우리는 가정이나 교회나 개인에게 축복의 권세를 마음껏 사용하며 살아가길 빈다. 그리하여 주의 이름으로 축복하며 살아가는 곳에 부모와 자녀 간에 관계가 회복되고, 성경적 가치관 위에 행복한 가정공동체가 아름답게 세워지길 소망한다. 결론적으로 조덕삼 장로의 아름다운 신앙계승과 명문 가문이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언약 백성의 사명을 감당할 때 가능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하나님의 언약에 근거하여 믿음으로 축복을 흘려보낼 때 신앙의 명문 가문으로 태어나는 것을 눈으로 목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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