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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교계일반

"어떤 시련도 감사를 못 이긴다."

“내가 궁핍하므로 말하는 것이 아니니라 어떠한 형편에든지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니”(빌1:11)  우리의 감사의 대상은 “그분” 내 존재의 근원이신 하나님이십니다. (사진제공_예 디자인)

  새해가 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반년이 훌쩍 지나고 7월의 문턱에 들어섰다. 숨 가쁘게 달려온 여정을 잠시 멈추고 왔던 길을 뒤 돌아본다. 기쁘고 보람된 일, 후회스럽고 답답한 순간이 교차한다. 내 삶에 늘 좋은 일만 일어나면 얼마나 좋으랴. 그런데 인생이란 내 뜻대로 전개되지 않는다. 종종 내 뜻과 반대 방향으로 흘러간다. 대양을 항해하는 배처럼 우리 인생은 끊임없이 크고 작은 풍랑을 만난다. 때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노도 광풍을 만나기도 한다. 그 앞에서 우리는 두려워하고 절망한다. 바로 지금 그 상황이 우리 앞에 전개되고 있지 않은가. 고물가, 고금리, 경기침체, 빈부격차로 민생이 얼마나 어려운가. 저출산, 고령화, 정치 실종으로 교회와 나라의 미래가 얼마나 불투명한가. 

  이처럼 힘들고 답답한 상황에서 우리는 맥추감사주일을 맞이한다. 보리 수확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무슨 감사를 어떻게 해야 할까? 감사를 제대로 하려면 먼저 감사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감사(感謝)라는 한자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내는 인사”이다. 감사의 초점이 ‘무엇’에 맞추어져 있다. 취업, 개업, 합격, 승진, 성취, 이사 등등.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감사가 대부분 이런 것들이 아닐까. 문제는, 감사가 이런 것이라면, 여기에 해당 사항이 없는 사람에게 맥추감사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런 유(類)의 열매는커녕 실업, 폐업, 불합격, 실패, 거절, 배신,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에게 어떻게 감사가 가능할까? 

  여기서 우리는 감사의 의미를 다시 살펴야 한다. 맥추감사에 담긴 감사란 그런 의미의 감사가 아니다. 성경을 자세히 읽어보라. 성경이 말하는 감사는 그 대상이 ‘무엇’이 아니라 ‘누구’에게 맞추어져 있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도 실은 우리 앞에 일어나는 모든 일, 모든 상황을 주장하시는 ‘그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가 누구인가? 우리의 창조자요, 구원자요, 인도자이신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내 존재의 근원이다. 그분 때문에 내가 있는 것이다. 오늘 내가 호흡하며 살아있음도, 내 삶의 이유도, 나의 죽음까지도 내 뜻, 내 의지가 아니다. 전적으로 하나님의 뜻이요, 하나님의 선물이다. 우리의 감사가 ‘그분’을 향할 수밖에 없는 근본 이유다. 나아가, 우리는 하나님의 것이다. 내 삶의 주인은 내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십자가를 통과한 자이다. 그리스도께서 주신 새 생명을 덤으로 사는 자이다. 그러므로 내 존재도, 삶도 하나님께 속한 것이다. 내 시간, 건강, 은사, 지식, 재물, 가정, 일터, 교회 어느 것 하나 내 것이 아니다. 모두 하나님께 빌려 받은 것이다. 내 것이 아니기에 이 땅에서 잠시 누리다가 언젠가 다 두고 떠난다. 그러므로 소유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주신 선물을 매 순간 누리며 살아야 한다. 그분을 즐거워하며 살아야 한다.

  하나님은 또한, 우리의 인도자요, 우리는 그의 양이다. 우리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존재이다. 우리 앞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우리는 모른다. 오직 하나님만이 모든 것을 아신다. 그분이 우리를 돌보시며, 우리 앞서 한 걸음, 한 걸음 우리 삶을 인도하신다. 하나님은 본성 자체가 선하신 분이다. 우리에게 언제나 좋은 것을 주시는 분이다. 모든 좋은 것, 아름다운 것, 풍성한 것이 다 하나님께로부터 흘러나온다. 그리고 우리 앞에 부닥친 모든 상황을 그분은 선(善)을 이루는 방향으로 움직이신다. 그분의 선하심은 변치 않고, 영원하다. 밝은 날만 아니라, 어둡고 캄캄한 날에도 감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나는 매일 시편을 읽으며 그날 만난 하나님에 대한 감사를 가족 톡방에 올린다. 그 감사는 내 삶에 일어난 어떤 감사 제목보다 우선한다. 이것이 하나님의 손보다 그분의 얼굴을 먼저 구하는 기도 행위가 아닐까.

  그리스도인의 감사는 이처럼 내게 선을 베푸시는 하나님을 인정하는 행위다. 하나님이 내게 행하신 일 그리고 앞으로 행하실 모든 일에 대해 하나님을 인정하는 신앙적 행위요, 하나님을 향한 기도다. 우리의 감사가 하나님께 초점이 맞춰질 때 어떤 상황에서도 그분 때문에 감사할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하는 사람은 믿음의 보석을 소유한 자다. 진흙탕 속에서도 보석은 그 빛을 발한다. 보석은 어디에 있든지 보석이기 때문이다. 

  한 해의 반환점을 지나며 맥추감사주일을 맞이한다. 어떤 마음으로 하나님께 나아갈까? 시편 100편 저자의 고백대로, 기쁨으로 노래하면서 우리 하나님께 나아가자. 감사하면서, 그분의 이름을 찬양하며 나아가자. 감사는 하나님이 받으시는 최고의 제물이요, 세상을 이기는 능력이다. 우리를 둘러싼 어떤 시련도, 고난도 감사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