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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교계일반

임직은 하나님의 행위

  우리는 임직식을 어떻게 대합니까? 먼저 목사 임직식을 봅시다. 한국 장로교에서는 목사 임직식은 노회가 거행합니다. 장소는 노회가 열리는 교회 예배당입니다. 목사로 임직받는 강도사들은 해당 노회 소속이지만 노회가 열리는 교회를 섬기는 중일 수도 있고 다른 교회를 섬기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대다수 강도사는 자신이 섬기는 교회 밖에서 임직받습니다. 

  이 때문에 임직받는 강도사가 섬기는 교회 성도들은 임직식에 참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보통 노회가 자신들의 교회에서 열리지 않는 경우가 많고 노회가 평일인 월요일과 화요일 양일에 걸쳐 열립니다. 직장을 다니는 성도들이 평일에 시간을 비워야만 임직식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임직식에 참여한 사람들은 거의 노회에 참석한 목사들입니다. 사실 임직식에 참여했다기보다는 노회에 왔는데 임직식이 열렸다는 말이 맞을 겁니다.

  노회에서 임직식이 열리면 재미난 일이 벌어집니다. 임직식 바로 전에 임직식에 직접 관여하는 목사님들이 이렇게 광고합니다. “임직받는 강도사님들의 가족들과 출신 교회 성도님들이 오셨는데, 목사님들도 자리를 지켜주기를 바랍니다.” 임직식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저를 슬프게 만들면서 뒤돌아보게 만드는 말이기도 합니다. 광고를 한다는 것 자체가 목사님들이 임직식 때 자리를 지키지 않는 것이지요. 임직식은 나와는 상관없는 임직받는 강도사들만의 리그(league)란 의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광고입니다. 실제로 노회마다 임직식 때 개인적인 사무나 목사들끼리 사적인 대화를 하려고 노회 중인 예배당을 나가는 목사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교회에서 거행되는 장로와 집사의 임직식은 다른 모습일까요? 우리는 교회에 누군가가 직분을 받는다는 소식을 들으면 어떻게 말합니까? “이번에 누가 임직받는다고 하는데, 축하하러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 질문에서 우리는 두 가지를 주목해야 합니다. 축하라는 말은 우리가 임직받는 것을 승진과 비슷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갈까 말까 하는 고민은 임직식은 임직받는 사람의 일이기 때문에 나와는 직접적으로 관계는 없다는 말입니다. 내가 임직받는 것은 아니기에 반드시 참여할 필요는 없지만, 그야말로 축하하러 가는 겁니다.

  목사로 임직받는 강도사들의 임직식에 대한 목사들의 자세나 장로와 집사의 임직식에 대한 성도들의 자세에 숨어 있는 생각은 무엇일까요? 비록 고의(故意)는 아니라도 말입니다. 그것은 임직식은 그저 지위를 혹은 지위에 따른 직무를 부여받는 인간적인 행사라는 생각입니다. 임직식은 임직받는 그 사람을 위한 하나의 행사인 것이지요. 

  임직식은 교회가 거행하는 예식이라는 점에서 인간적입니다. 예식은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예식 가운데 직분자를 세우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이것을 상징하는 요소들이 임직식에 있습니다. 

  첫째로 서약입니다. 예식의 한 요소로서 서약의 기본적인 기능은 선출된 직분자의 의지를 확인하게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장로와 집사 및 권사의 임직식에서 서약의 질문은 고신헌법(2023년 개정판)에 따르면 다음과 같습니다.

  (l) 구약과 신약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며, 신앙과 행위에 대하여 정확 무오한 유일한 법칙으로 믿습니까?

  (2) 본 장로회 교리표준인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대교리문탑과 소교리문답은 구약과 신약성경에서 교훈한 도리를 총괄한 것으로 알고 성실한 마음으로 믿고 따를 것을 서약합니까?

  (3) 본 장로회 관리표준인 예배, 정치, 권징을 정당한 것으로 승낙합니까?

  (4) 본 교희 장로(집사, 권사)의 직분을 받고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하며 진실한 마음으로 본 직에 관한 범사를 힘써 행하기로 서약합니까?

  (5) 교회의 화평과 연합과 성결을 위하여 진력(盡力)하기로 서약합니까?

  교인들은 직분자가 이 질문들에 “예”로써 답하는 것을 들으며 그가 진심으로 직분을 섬기고자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교인들도 임직식에서 서약합니다. 서약은 다음과 같습니다. 

  “○○○교회 회원들이여 ○○○ 씨를 본 교회 장로(접사, 권사)로 받고 성경과 정치에 가르친 바를 따라서 주 안에서 존경하고 위로하고 복종(집사와 권사에게는 협조로)하기로 맹세합니까?”

  교인들의 서약은 직분자를 향해있습니다. 교인들은 서약을 통해 직분자에게 존경과 복종을 약속합니다. 그러나 서약은 궁극적으로 하나님을 향한 행위입니다. 선출된 직분자나 교인들이나 예식의 참된 주인이시며 주관자(主管者)이신 하나님 앞에서 서약하는 것입니다. 직분자는 하나님께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고 맡기신 직분을 성실히 섬길 것을 맹세합니다. 교인들은 하나님께서 세우신 직분자를 성실히 섬길 것을 하나님께 맹세하는 것입니다. 서약에는 Coram Deo 즉 하나님 앞에서라는 원리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임직식을 주관하신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요소는 안수입니다. 안수는 임직식의 클라이맥스입니다. 첫째로 안수는 하나님께 직분자를 바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교회 성도들 가운데 특정한 사람이 직분을 위해 선출되고 그는 그 직분을 위해 생애가 성별(聖別)됩니다. 둘째로, 바로 이 안수의 의미가 하나님께서 임직식의 주인이심을 드러냅니다. 목사가 직분자의 머리에 얹은 손은 하나님께서 직분자가 직분을 섬기는 데 필요한 은사를 주시는 것을 상징합니다. 그런데 단순히 상징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는 임직식에서 실제로 은사를 주십니다. 이것은 기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고신 교단에는 안수를 위한 정해진 기도문은 없습니다. 다만 그 취지는 직분자에게 성령충만을 주셔서 그가 직분을 잘 섬길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입니다. 안수를 통해 직분자와 교인들은 동시에 하나님께서 직분자로 세우시고 그에게 필요한 은사를 주시는 것을 보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임직식의 주인이심을 드러내는 마지막 요소는 권면입니다. 권면은 정해진 권면문이 있으면 좋지만, 우리 고신교단은 권면을 맡은 자의 자율에 맡깁니다. 권면은 직분자와 교인들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 그 내용은 주로 직분자와 교인들 서로를 대한 의무와 관련됩니다. 권면은 말씀에 근거합니다. 그러므로 권면은 하나님께서 말씀의 종을 통해 주시는 것입니다. 

  이렇게 임직식의 주인공은 직분자와 교인을 넘어 하나님이십니다. 임직식에서 하나님께서 직분자를 세우시며 그와 교인의 서약을 보시고 들으십니다. 직분자에게 성령을 주시고 직분자와 교인의 의무를 가르치십니다. 궁극적으로 임직식에 하나님께서 임재하십니다.

  이런 이해가 없으면 임직식을 등한시하고 인간적인 행사로 치부하게 됩니다. 임직받는 사람은 하나님께서 자신을 직분자로 세우신다는 의식을 가지고 거룩하게 예식을 준비하고 임직받아야 합니다.   

  교인들은 임직식에 반드시 참여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직분자를 세우시는 것에 관한 증인이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거룩하게 자신의 의무를 서약하고 하나님께서 직분자에게 은사 주시는 것을 보며 기뻐해야 합니다. 

임모세 목사  화란 깜펜신학교, 교회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