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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선교와 전도

우리가 선교의 열매입니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거야.” 잘 알려진 노래 가사의 일부다. 이주민 선교 현장에서 자주, 그리고 끝없이 겪는 것이 바로 이별이다. 2019년에 교회 개척을 한 뒤로 지난 5년간 조국으로 떠나보낸 형제자매들을 세어보니 지금까지 거의 30여명이나 된다. 이주민 멤버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그들을 말씀으로 양육하고 리더로 세우지만 언젠가는 떠나보내야 하고, 그러면 남은 사람들의 마음은 그렇게 허전할 수가 없다. 아무리 많이 떠나보내도 헤어짐은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보내는 것이 이주민 선교 사역이 실패했거나 중단됐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멤버들은 귀국한 뒤에도 지금도 매일 아침 줌으로 진행하는 묵상 나눔 모임에 참여하고 있고, 가끔씩 전 세계에 흩어진 멤버들이 줌으로 모여 온라인 홈커밍데이와 패밀리 리유니언 행사를 열기도 하고, 귀국한 멤버들이 수 년 뒤에 울산에 있는 교회 가족들이 그리워서 교회를 다시 방문하기도 한다. 교통과 통신 기술의 발달 덕분에, 우리는 우리의 관계가 여기에서만 아니라 귀국 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을 믿는다. 그래서 우리의 작별 인사는 “Good bye!”가 아니라 언제나 “See you later!”이다.

  지난 1월에는 필리핀 출신으로서 우리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는 제이슨 전도사님의 결혼식이 있었다. 교회 가족들이 전도사님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또 귀국한 멤버들의 가정을 심방하기 위해 필리핀으로 비전트립을 다녀왔다. 그때 전도사님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필리핀 전역에서, 또 해외에서도 우리 교회의 옛 멤버들이 찾아왔다. 특히 영국에서 필리핀까지 날아온 자매님을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고, 그 자매님의 근황과 간증을 들으면서 우리 교회가 하고 있는 이주민 선교와 도시 선교 사역의 보람과 기쁨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그 고백을 소개하면 이렇다.

제이슨 전도사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필리핀 전역과 해외에서 옛 멤버들이 찾아 왔다. 이주민 선교 사역의 보람과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목사님, 제가 남편 따라 울산에 와서 엑소디움에 살면서 얼마나 방탕한 삶을 살았는지 아세요? 일주일에 5일이나 매일 타이 마사지와 스톤 마사지를 집으로 불러서 받으면서 호화롭게 살았고, 같은 엑소디움에 살던 한국인 여성분과 밤새 술을 마시며 방황하며 아무 목적도 의미도 없이 세월만 보냈어요. 그때 다른 필리핀 가정의 초대를 받아 교회를 처음 나갔고, 처음 나간 그 주일예배 설교 시간에 목사님이 우물 가에서 사마리아 여인을 만나주신 예수님에 관한 말씀을 들려주셨어요. 예수님이 그녀의 죄와 수치를 드러내셨고 그녀의 삶에서 예배를 회복하시는 말씀이었죠. 그런데 그게 바로 내 이야기인 것 같아 처음 교회 나간 그날 펑펑 울었어요. 

  그리고 목사님과 다른 멤버들과 했던 성경공부 모임을 통해서 믿음이 계속 자랐어요. 지금은 영국에서 지역교회를 섬기면서 줌으로 성경공부 모임을 3개나 인도하고 있고, 중보기도팀에서도 팀장으로 섬기고 있어요. 지금 저는 정말로 복음 때문에 행복하고 주님께서 저를 복의 통로로 사용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어둠 같던 제 인생에 빛이 찾아오고, 절망 속에 있던 제 인생에 소망이 생기고,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겨진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바로 그때 울산에서 이웃의 초대로 교회를 처음 나갔던 것이었어요. 제가 한참 방황하고 있을 그때 하필 교회가 거기 울산에 없었더라면, 하필 목사님이 거기 안 계셨고, 하필 그날 그 설교를 전하지 않으셨더라면, 제가 주님께로 돌아올 수 없었을지도 몰라요. 

  목사님 외국인들 사역하느라 힘드시죠? 열매가 없는 것 같아 답답하실 때도 많으시죠?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힘내주세요. 계속해서 울산에 있는 이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해주세요. 열매가 안 보이는 것 같아도 전 세계에 흩어져 있어요. 여기 전도사님 결혼식에 참석한 저를 포함한 모든 형제자매들이 목사님 사역의 열매입니다. 목사님, 힘내세요!”

  정말 그때 얼마나 위로를 받았는지 모른다. 한국에서는 말씀으로 양육해서 키워놓으면 늘 본국으로 떠나 보내기만 했고, 아무리 새가족이 와도 떠나는 사람들이 있으니 교회 성장의 속도는 느리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필리핀에 가보니 정말 많은 분들이 우리 교회 복음 사역의 열매가 되어 있었고, 필리핀뿐만 아니라 인도, 남아공, 미국,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 등 전 세계 곳곳에 흩어져 신실한 그리스도인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 있어서 사역에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하필 교회가 거기 울산에 없었더라면, 하필 목사님이 거기 안 계셨고, 하필 그날 그 설교를 전하지 않으셨더라면, 제가 주님께로 돌아올 수 없었을지도 몰라요. 저를 포함한 모든 형제자매들이 목사님 사역의 열매입니다. 목사님, 힘내세요!”

  그렇다. 우리 도시 안의 이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도시 선교는 하나님의 플랜B가 아니다. 해외 선교의 길이 막혀서, 출산율이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선교도 아니다. 오히려 세계 선교를 위한 최고의 전략이며, 하나님의 플랜A이다.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의 능력을 상실하고 침몰해가는 한국교회를 다시 살리시려고, 다시금 복음으로 한국교회를 회복하시고 갱신하시려고 열방의 영혼들을 우리 도시로 보내셨다. 왜냐하면 오직 선교만이 교회가 살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뉴욕의 맨해튼에서 도시 목회를 하셨던 팀 켈러 목사님의 말이다. “다시 말해, 세계의 오지를 전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면 바로 당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전도하는 것이다.” 열방이 우리 안방에 들어와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가 바로 최전방 선교지이다. 우리가 소속되어 섬기는 모든 지역 교회는 그 도시라는 선교지에 파송된 선교함이다. 도시를 선교지로, 우리 교회를 선교적 공동체로 바라보자. 이 위대한 하나님의 선교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시티센터교회 신치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