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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논설위원(이 달의 말씀)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온 대지에 푸르름이 돋아나고 꽃들이 활짝 핀 부활의 계절입니다. 이 부활의 계절에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의 은총과 평화가 충만하시기를 축복합니다.
(요20:19~31)

 
칭의, 이신득의

  우리가 그리스도인이 된 것은 남들보다 더 성실하고 신앙적이며, 다른 사람들보다 모범적이어서가 아닙니다. 예수님의 제자들보다 문제가 더 많지만 예수님을 믿고 따르겠다고 결단한 순간부터 옛사람을 벗어버리고 새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신 것입니다. 그 결단조차도 우리의 공로가 아닌 ‘성령의 도우심’으로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 모두가 은혜입니다. 
  자신의 공로가 아니라 모든 것이 은혜이므로 예수님 안에서 제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겸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한계를 인식하고, 늘 겸손하게 그분이 걸어가신 길을 따라 살아가기를 힘쓰고, 그분의 도우심을 바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책망받을 것이 많고, 흠이 많은 존재들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로 그 모든 것들을 가리시고 ‘흠 없다’고 인정해 주시는 것입니다. 이것이 ‘칭의’, ‘이신득의’입니다.
  요한복음 20장을 보면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찾아오셔서 “너희에게 평강(평안)이 있을지어다”라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신 후에 두 손과 옆구리를 보여주시며, 말씀하신 대로 부활하셨음을 밝히십니다. 그러자 제자들이 부활하신 그분이 예수님이심을 알고 기뻐합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찾아오셔서 거듭 “평강이 있을지어다!”라고 하시며, 제자들을 파송하십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 이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하려면, 제자들은 온갖 두려움과 공포를 극복해야만 합니다. 두려움과 공포에 사로잡혀 평안을 잃어버린 상태로는 주님의 보내심에 순종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반복해서 “평강이 있을지어다!” 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제자들은 3년 동안이나 예수님을 따랐지만, 예수님이 가시고자 하는 길도 몰랐습니다. 예루살렘에 올라갈 적에 누가 높은 자리에 앉을 것인가를 놓고 다투었습니다. 예수님이 잡히시자 뿔뿔이 도망쳤습니다. 수제자 베드로도 예수님을 모른다고 세 번씩이나 부인했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에 대해 책망하지 않으시고 “나도 너희를 보낸다”고 하십니다.

성령을 받으라

  예수님께서는 다시 한번 숨을 내쉬시며 제자들에게 “성령을 받으라” 말씀하십니다. ‘숨’과 ‘성령’은 생명을 상징합니다. 예수님이 숨을 내쉬셨다는 것은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주님이심을 다시 한번 확증하는 것입니다. ‘성령’은 그리스도의 영입니다. 그리스도의 영은 살리는 영이시니 “성령을 받으라”고 하시는 말씀은 두려움과 공포에 잡혀있지 말고, 그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을 풍성하게 살아가라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성령’이 왜곡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성령은 생명이며,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성령에 사로잡힌 사람들입니다. 

죄를 용서하라

  예수님은 “성령을 받아라” 하신 후에 “누구의 죄든지 용서하면 용서를 받고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그대로 두면 그대로 있을 것이다”라고 하십니다. 요약하면, 죄 사함의 권세를 주셨다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죄’는 누가 사해줍니까?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입니다. 예수님께서 당시 종교지도자들에게 미움을 받고 결국 십자가를 지신 이유를 엄밀하게 살펴보면 ‘죄 사함’에 있었습니다. 그냥 병만 고쳐주셨다면 좋았을 텐데 “죄 사함을 받았다” 하시고, “내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요 5:17)” 라고 말씀하셔서 종교 지도자들이 신성모독으로 여긴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그 일, 하나님의 일을 제자들에게 하라고 하십니다. 죄 사함의 권능을 제자들에게 주고 계십니다.

예수님의 삶을 따라 하라.

  성령을 받으라 하시고, 죄를 사해주라는 예수님의 말씀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것은 단순히 죄 용서에 대한 말씀이 아닙니다.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둑을 둔 경과를 검토하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그 순서대로 벌여 놓는 것입니다. 이것을 ‘복기’ 라고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 자기의 패인을 분석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성령을 받고, 죄를 사해주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예수님이 이 땅에서 사셨던 삶을 따라 하라. 즉, 복기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제자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이 땅에서 예수님의 삶을 그대로 사는 사람이고, 성령의 사람이란 ‘예수님의 삶을 복기하여 생명을 풍성하게 하는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모두 성령의 사람입니다. 예수님의 삶을 따라 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부활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성령을 받은 사람’ 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살아가야 합니다. 매일매일을 그저 그렇게 살아가지 마시고 ‘나는 그리스도인이다’ 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살아가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과 주님은 함께 하시고, 그들의 삶을 도와주시고, 때로는 제자들처럼 두려운 상황을 마주할 때도 친히 찾아오셔서 “두려워하지 말라, 평안하라!” 하시며 우리의 삶을 붙잡아주실 것입니다. 우리 인생길에서 때로는 원하지 않는 어두움과 풍랑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오셔서 “평안하라!” 하시며, 세상이 줄 수 없는 하늘의 평화 샬롬(Shalom)을 우리 삶에 부어주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어려움 가운데서도 두려움과 절망에 빠지지 마시고 샬롬의 주님을 의지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옛사람을 죽이고 부활한 새사람입니다. 성령의 은혜로 새사람을 입었으니 우리는 모두 성령의 사람입니다. 성령의 사람은 생명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내 모습 그대로 받으시는 하나님을 의지하십시오. 완벽한 사람도 없고, 완벽한 신앙도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님은 책망하지 않으십니다. ‘내 모습 이대로 주 받아주소서’ 찬송가 214장의 가사처럼 그렇게 고백하며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삶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