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원집사 썸네일형 리스트형 "나 여기 있어요" 고리에서 약 190km 떨어진 바르지아는 조지아의 남부 아스핀자 근교 에루셸리산의 측면에 동굴을 낸 수도원으로 유명하다. 일몰이 너무나 예쁜, 이름도 생소한 어느 시골 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낼까. 아니면, 그냥 평범하지만 의미 있는 도시로 가 볼까. 두 갈래에서 마음이 서성거렸다. 늘 선택은 자신의 몫이지만 거리와 시간 등 일정 앞에서 고민했다. 전날 잠을 잘 청하지 못했던 터라 아침에 일어난 내 상태는 그야말로 10라운드 이상 뛴 복싱 선수의 헝클어진 몰골 같았다. 그냥 상대를 끌어안고 더는 버틸 수 없으니 차라리 링 밖의 코치를 향해 흰 수건을 던져 달라고 애원이라도 하고 싶었던 마음이라고나 할까. 며칠 안 깎은 수염은 더부룩했고, 머리는 벌써 하얗게 뿌리가 눈 뭉치처럼 쌓이고 있었다. 갑자기 어느.. 더보기 “문사(文士)” 문장을 짓는 일은 온 우주를 끌어당기는 듯한 힘과 끝없는 자기와의 지난한 싸움이 필요하다. 때로는 꿈에도 시를 좇고, 더러는 길을 가거나 운동을 하다가도 불현듯 뇌리를 스치는 단어 하나에 몰두하는 집중력, 그런 집요한 파고듦이 없이는 결단코 작가의 대열에 끼어들 수 없다. 남들은 무모하다고 고개를 가로저어도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게 어쩌면 글을 쓰는 일 아니겠나. 지난달 파리 올림픽 여자 마라톤이 모든 경기의 피날레였다. 42.195km라는 엄청난 거리를 달리는 건 아무나 도전할 수 없다. 그래서 올림픽의 꽃이라고 하는 것이리라.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일, 조금도 멈춤 없이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리는 듯하지만, 그들의 무한 경쟁은 복잡한 계산과 치열한 작전이 필요하다. 근대올림픽이 시작된.. 더보기 「파도」 바닷가 카페에 앉는다. 이른 아침부터 몇몇 사람들이 서로 마주 보며 나누는 즐거운 대화가 그저 부럽다. 윤슬처럼 반짝이는 잔잔한 음악이 아름답다. 밀린 원고를 앞에 두고 한참이나 고민하며 머리를 도리질해도 풀리지 않는다. 쓰던 글을 잠시 덮고 통 큰 유리창으로 바다를 바라본다. 저 눈부신 푸른 출렁임과 포말이 숭고한 제 본연의 거룩한 사명인가 싶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주어진 일을 아무런 불평불만 없이 최선을 다하는 일, 그것만큼이나 진중한 것은 없다. 글을 쓰겠다며 꿈을 품은 지 꼭 40년이다. 아직도 변변한 글 한 편 내놓지 못한 채 날마다 허방 짚으며 가고 있는 모습이 부끄럽다. 길이 아닌가 싶어 그만두려고 해도 무슨 미련이 있는지 쉽사리 돌아서지 못한다. 지상에 발을 디딘 작은 호수의 잔잔.. 더보기 믿음 그것은 실체가 없다. 평생을 달려가며 잡으려 발버둥 쳐도 오히려 신기루처럼 사라지기 일쑤다. 인류 역사이래 단 한 사람도 뒤따라 가보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삶에 있어 너무나도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숱한 날 속에 자신을 다그치며 절대고독 속에서 손을 맞잡고 무릎을 꿇었어도 명확한 쾌를 얻지 못한 이가 어쩜 더 많을지도 모른다. 어떤 것보다 더 추상적이다. 자아와 마주 보고 살아도 그 깊이를 다 헤아릴 수 없다. 다독이며 추슬러도 금방 토라지고 뛰쳐나가는 날이 더 많다. 발도 없지만, 저 무한한 속도를 인간의 가속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다. 어느 날 마침내 도달했다 싶으면 가차 없이 더 높은 곳에 가 있는 그것. 깊은 통찰과 내면의 성숙으로서야 무너지지 않는 거대하고 견고한 장성 같다. 바..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