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지금의 기후 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끝날 줄 모로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교회들이 기후상황에 대해 ‘해야 할 일을 알려 달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방법은 특별한 데 있지 않습니다.
일을 떠올리기 전에 혼자가 아닐 수 있도록 함께 할 이를 찾는 것이 우선입니다. 창조세계를 함께 돌볼 이라면, 단 한 명일지라도 없는 것보다 낫습니다. 위기에 처한 지구가 하나님의 세상임을 함께 믿고 함께 증언할 것을 요청해야 합니다. 증언하고 또 돌봐야 할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면, 그냥 에코교회, 탄소제로 녹색교회임을 선언하는 것도 좋습니다.
창조신학의 의미에서 보면, 모든 교회는 이미 잠재적 녹색교회입니다. 따라서 ‘탄소제로 녹색교회 선언’은 창조주 하나님의 피조세계 돌봄의 큰 뜻을 드러내는 가운데 교회로서 자기정체성을 재확인하고, 그것을 분명히 하는 일에 다름아닙니다. 더구나 기후 위기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과 함께 하는 교회라면, 모두 ‘탄소제로 녹색교회’이어야만 합니다.
그러니 탄소제로 녹색교회로 가는 길에 우선 할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선언하기’입니다. 교회가 전체적으로 ‘탄소제로 녹색교회’를 결심하고 선언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사실 탄소제로 녹색교회는 어디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 심사해서 선정하지 않아도, 교회는 모두 탄소제로 녹색교회일 수밖에 없고 또 그래야만 합니다.
교회 안에 소수일지라도 ‘탄소제로 녹색교회’임을 자각하고 자기 선언을 할 수만 있다면 그 자체로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거기에 ‘탄소제로 녹색교회 체크리스트’를 통해 자가진단의 과정을 거치기라도 하면, 해야 할 일을 알게 되거나 이미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강력한 실천동기를 부여받게 될 것입니다.
이로써 창조주 하나님을 묵상하며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위기감을 깨닫는 교인들이 하나 둘 늘어간다면, 교회 공동체 안에 자연스럽게 창조주 하나님의 뜻과 창조의 녹색 빛을 가리지 않고 드러내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고, 그러면 교회 역시 탄소제로 녹색교회로서 창조주 하나님께 한 걸음 더 가까워지게 될 것입니다. 선언하는 행동이 탄소제로 녹색교회로 더욱 단단히 서가게 할 것입니다.
‘탄소제로 녹색교회 자가 진단지’는 온라인/오프라인 모두 진행이 가능한데, 교회가 위치한 토지, 주변 환경, 교회 건물의 난방과 조명 등 에너지 사용현황, 배수시설 등 교회 구석구석을 꼼꼼히 살피면서 설문에 응답하면, 그를 기초로 탄소제로 녹색교회를 만들기 위한 실천목록을 작성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가능하다면 진단 설문 전체와 응답지를 교회 안의 환경위원회(부서)나 기획위원회, 당회로 전달하여 공식적으로 관련 내용을 논의할 수 있도록 연결하면 더욱 좋습니다. 물론 이 진단은 개인적 차원에서 설문에 응답하는 것보다 교회 전체적으로 소모임 혹은 전 교회적 차원의 활동을 통해 꼼꼼히 진단하고 작성한다면 이후 실천에 큰 동력이 되어줄 것입니다.
자가 진단을 통해, 교회가 실질적인 탄소중립을 위해 세우게 될 목표와 대표적인 실천의 영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주기적인 돌봄 : 우리 교회 건물이 어떤 형태든 정기적인 돌봄은 필수적입니다. 유지·관리에 관심을 기울이고 비바람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면 열손실을 줄일 수 있습니다. 우천 시에는 지붕과 배수로를 관리하여 물이 건물 안으로 스며들지 않도록 하고, 온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합니다. 깨진 유리창은 발견 즉시 교체하고 창문을 닫을 때는 제대로 닫혔는지 항상 확인합니다.
2. 재생 가능한 에너지 사용 : 가능하면 100% 재생 가능한 전력을 사용합니다. 재생가능 에너지 자원을 쓰면 소비하는 에너지 총량은 줄지 않더라도, 보다 깨끗한 자원을 쓴다는 점에서 탄소중립에 기여하게 됩니다. 재생 가능한 전기를 쓰는 것은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첫걸음입니다.
3. 아껴 쓰기 : 전기, 가스와 기름을 아껴 쓰고 음식물을 남기지 않습니다. 누수를 줄이고 물을 아껴 씁니다. 또한 꼭 필요하지 않은 물품은 굳이 새로 구입하지 않습니다. 이보다 더 자세한 실천방법을 알고 싶다면 『나의 지구를 부탁해』(앵커출판), 『생명을 살리는 교회환경교육』(도서출판 동연), 『생명살림 마을교회』(나눔사), 그리고 탄소제로 녹색교회 안내 책자 『창조의 계절2030』(살림)을 참고하십시오.
4. 가스와 기름 대신 전기를 : 교회 난방을 위해 사용되는 기름과 가스는 대기 중 온실가스를 증가시키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탄소를 더는 배출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가능한 한 100% 재생 가능한 원료에서 나오는 전기를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면 열펌프, 좌석 히터, 적외선 패널 히터 등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5. 신재생에너지 직접 생산 : 교회는 태양열 발전기, 풍력 또는 수력 발전기를 활용해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습니다.
6. 위의 다섯 가지 등의 방법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였다면, 작은 습관 또는 실천을 덧붙임으로써 교회의 탄소중립(넷제로)에 더욱더 다가설 수 있습니다. 교회 건물이 자리한 곳에 마당(공터)이 있다면 꽃, 풀, 나무 등을 심어 탄소중립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또 선언을 통해, ‘탄소제로 녹색교회’라는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교인들을 모아 모임을 만들어 갈 때에는, 교회와 사회의 핵심 지도자들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폭넓은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 애써볼 일입니다. 처음에 선뜻 설득이 안 되더라도, 기후위기로 인하여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는 창조세계의 탄식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며, 우리의 이웃, 동물, 식물이 발하는 ‘탄식의 소리를 함께 듣자’고 지속적으로 소통한다면, 그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탄소제로 녹색교회’의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하며 그 선한 영향력을 마을과 도시, 그리고 전 지구로 미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유미호 센터장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출처: 주간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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