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노래해 아름다운 ‘아가서’
유월절에 낭독되는 성경
사랑을 빼고 삶을 말할 수 있을까. 인생을 똘똘 뭉치고 있는 고통과 아픔에도 사랑이 있어 우리는 인내할 수 있다. 아름다운 이야기나 영화, 작품들 속에 사랑은 가장 중요한 주제에 속한다. 아니 모든 이야기들은 인용에 불과하고 삶의 주제는 사랑이어야만 한다. 사랑이 빠진 인생은 뼈다귀에 불과하지 않을까.『아가』의 원문제목은 “노래들 중의 노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뜻한다. 아가서가 아름다운 노래일 수 있는 이유는 사랑을 노래하기 때문이다.
『아가』가 담아내는 표현면적으로는 남녀 간의 농밀한 사랑이야기라 성도들이 입에 자주 오르내리지 않는 책이다. 게다가 문장의 난해함이 더해져 사람들에게 이해되지 못한 미답의 책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실상『아가』는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유대인들은 절기마다 다른 성경을 낭독했는데, 오순절에는『룻기』가 낭독되었다면, 가장 중요한 절기였던 유월절에『아가』가 낭독되었다는 점만 보아도, 아가서가 이스라엘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하나님을 경외함의 절정”을 노래하다
솔로몬의 저작들을 성전과 결부시킬 때,『잠언』의 성전의 뜰로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들의 삶을 이야기한다.『전도서』는 성전의 성소로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헛됨을 말하며, 인간의 존재론적 본질이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에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아가』는 더 깊이 나간다. 지성소까지. 하나님을 경외함의 절정으로 완전한 사랑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아가서야 말로 하늘을 출입하는 책이며, 모든 사물의 차원을 넘어 가는 일이다. 하나님과 관계에서 친밀함에도 단계가 있다. ‘경외’는 범접할 수 없는 주 앞에서의 순종의 단계를, ‘존경’은 아버지와 자녀와 같은 친밀한 단계를, ‘사랑’은 신랑과 신부의 관계로 가장 깊은 관계를 표현하고 있다.
저자인 한병수 교수는 전주대학교에서 교의학교수로 봉직중이다. 역사신학자이면서 교의학자인 그는 원어에 대한 탁월한 능력과 더불어 특유의 성실함과 탄탄한 주해를 토대로 개혁신학의 전통에 따라 본문을 충실히 해석해나간다. 사실, 나는『아가서에 반하다』를 저자와 함께 읽은 셈이다.『아가』의 챕터를 따라 총 8장으로 구성된 책을 4시간에 걸쳐 강의하는 저자의 직강과 함께 읽었으니 말이다. 나는 반했다. 그의 책에 반했고,『아가』에 반했다.
문제해결의 묘약, ‘사랑’
솔로몬과 술람미 여인의 사실적 관계를 통해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를 아름답게 노래하고 있다. 책을 따라가면서 나는 나와 아내의 관계를 떠올렸고, 주님과 교회의 관계를 생각했다. 결국 주님과 나의 관계까지 이어졌다. 읽는 내내 미소가 그려졌다. 아름다웠기 때문이고 달콤했기 때문이다. 저자의 『아가』 해설을 따라가면 시선과 세계관의 전복이 이루어진다. 불편하고 힘든 관계들이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문제해결의 묘약은 ‘사랑’이다. 아니, 사랑 외에는 답이 없다.
사랑은 “허물 많고 보잘것 없는 우리가
그토록 존귀한 신부로 취급되는 이유”
솔로몬이 먼저 사랑하며 시작된 관계가 후반부로 가면서 신부가 왕을 연모하는데로 진행된다. 여인의 사랑이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 아름답게 그려낸다. 주님과 우리 사이의 사랑의 관계처럼. 게달의 장막같이 볼품없는 여인이 빛나게 아름다워진 이유는 오직 사랑 때문이다. 허물 많고 보잘 것 없는 우리가 그토록 존귀한 신부로 취급되는 이유도 사랑 까닭이다. 사랑이 존재를 아름답게 만든다.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 저자의 적용을 따라가다 보면, 부부관계와 교회공동체 안에서 지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넉넉하게 수긍하게 된다. 읽어나는 내내 가슴이 훈훈해졌다. 아가서에 반하고 말았다.
이종인 목사
울산언약교회 담임
울산대학교 철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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