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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문화/이종인 목사와 이 달의 책

서자선, 그녀가 변했어요


  서자선, 저자의 이름이다. 그녀를 알게 된 것은 SNS를 통해서다. 그녀의 기록들엔 책들로 가득했다. 가벼운 책으로 시작했던 그녀, 성경과 신앙기본도서들이 나열되더니, 어느새 무거운 책들이 하나 둘 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수년에 걸친 치열한 그녀의 독서기를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은혜로운 설교집들이 나열되나 싶더니, 문학과 신학, 철학도서까지 읽어내는 그녀가 경이로워지기 시작했다. 꼼꼼하게 노트하고, 책모임을 통해서 나누는 모습은 내게 지속적인 자극이 되었다. 한 사람이 독서를 통해 어떻게 성숙해져가고 변화 되어 가는지를 지켜본 셈이다. 결국, 그녀의 책이 출간되어 나왔다.


질문에 이끌려 확장된 독서로 다가가다

『읽기록』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질문의 힘”에 대해 말하고 있다. 오랜 세월 교회를 오갔지만, 아이들의 질문 앞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던 일, 성수대교 붕괴와 삼풍백화점 참사에서 밀려든 불안 앞에서 자신의 존재와 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서 그녀의 독서는 시작되었다. 하나님에 대해, 교회에 대해, 구원과 기도에 대해, 해결되지 않고 선명히 설명되지 않는 것을 해소하기 위해 책을 집었고 읽고 또 읽었다. 그녀는 질문에 이끌려 더욱 확장된 독서로 다가갔고, 예배 중 설교에 집중하게 되었고, 사역자들에게 질문 많은 학생이 되었다. 성경에 능숙해지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성경들을 반복해서 읽기부터 시작해서, 성경의 역사와 배경지식, 교리적 지식까지 섭렵해나갔다. 이는 질문의 힘에서 비롯되었다고 회고한다. 



읽는 힘! 성도는 성경을 읽고 묵상할 때
비로소 인격적인 하나님과 교제하게 된다

  2부에서는 “읽는 힘”, 곧 독서의 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나의 존재의 의미, 삶의 목적,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꼬리를 무는 질문 앞에서 저자는 책을 집었다. 성경과 독서를 통해서 불안의 이유, 존재의 근원을 알게 되었고 자신에 대한 바른 인식과 세상에 대한 정당한 시선을 가지게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성도는 성경을 읽고 묵상할 때 비로소 인격적인 하나님과 만나 교제하게 된다. 흔들리지 않는 하나님 아버지 중심의 세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다. 독서의 세계는 여러 생각들의 전시장이며, 다른 생각들과 만나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교차로다. 독서를 통해 익숙한 사고에서 벗어나고, 막연하고 무관심했던 사안들에 대해 문제의식과 분별력을 가지게 된다. 


  저자는 유독 성경읽기에 방점을 크게 둔다. 그녀의 눈이 밟고 지나간 성경의 장절들은 오색 무지개 색을 입고, 깨알 같은 글들로 채워진다. 이것으로는 모자랐는지 정갈하게 쓰인 낱말들로 꽉 채워 진 포스트잇이 마무리로 장식된다. 성경과 더불어 그녀는 광부가 채굴하듯 고전들을 하나하나 해체시키고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켜나간다. 역사적 신앙을 중시하는 그녀는 교회사 선배들의 깊고 푸른 저술의 바다를 헤엄치며 옛 어른들의 깊은 사유들에 흠뻑 젖어들기를 좋아한다. 그녀의 탐색은 신앙고전에서 멈춰 서지 않는다. 창조세계의 주인 되신 하나님 아버지의 세계를 탐독해간다. 인문, 철학, 예술, 사회, 문화, 심리까지. 지켜본 저자의 독서 읽기록은 그렇게 단단하고 야무지게 깊어졌다.


  3장에서는 그녀가 집중해서 톺아내었던 저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야말로 한 사람이 쓴 작품들을 모조리 훑어내는 전작적 독서의 대상이다. 지금은 은퇴하였으나, 전前 남포교회를 담임했던 박영선 목사의 저작들, 영국 웨일즈 출신의 성경강해의 대가인 마틴 로이드존스의 단편집과 그 두터운 강해집들을 낱낱이 헤집었다. 존 파이퍼와 조나단 에드워즈, 신학생들도 버거워 할만한 헤르만 바빙크의 저작들을 거침없이 자신의 것으로 흡입했다. 교리와 관련된 책과 함께 기독교세계관에 대한 책들을 탐독했음을 물론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녀의 오래된 독서모임이다. 홀로가 아닌 함께 읽어내는 일을 오래전부터 실천하고 누려왔다는 사실이다. 


말씀을 사모하고 교회를 사랑하는 
삶의 변화를 이루어가라

  끝으로 4장에서 그녀는 독서가 자신을 어떻게 바꿔왔는지 변화에 대해 말한다. 성도는 누구든지 자신에게 맞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변화는 예배에 대한 태도이다. 말씀의 자리를 사모하고 교회중심의 삶이야 말로 성도의 가장 중대한 변화의 열매라는 점을 깨달았다 말한다. 책을 수집하고 탐독해 내는 치열한 씨름 끝에 얻게 된 그녀의 결론이다. 독서를 통해 인간본성에 대한 이해와 삶과 죽음에 대한 바른 통찰들 지속적으로 배워가는 일이 정말로 중요함을 깨닫고, 동시에 성경이 인생의 삶의 기준이 되도록 하는 일을 위해 경건도서와 신앙고전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했다 고백한다. 


  그녀는 독서를 사랑하면서 혼자 있는 힘도 기르게 되었다고 말한다. 고독한 시간을 통해 혼자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하나님 앞에 자신을 세우는 일에 열심을 가질 수 있었다고. 독서는 단지 지적인 성장의 수단으로 머물지 않고, 말씀과 신앙도서를 통해 영적으로 성숙하게 하는 촉매가 되었다 말한다. 기록하는 습관을 통해 응어리진 미움과 자신에 대한 절망을 주 안에서 치유할 수 있었다고. 독서전문가들이 얼마나 많은가? 대단한 스펙을 가진 학자들이나 저자들도 많다. 하지만 정작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저자는 평범한 성도가 독서를 통해 성장해가는 과정이다. 


  습관적인 모습으로 무심히 교회를 오갔던 그녀가 변했다. 그녀의 삶이 독서를 통해 어떻게 변했는지 『읽기록』에서 간증처럼 차근하게 풀어내다. 솔직하고 담백한 저자의 마음이 살포시 와 닿는다. 나도 그녀처럼 더 말씀을 사랑하고, 책을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마음을 다잡게 한다. 집요하듯 성실한 그녀의 책읽기를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서로를 자극하는 좋은 책 동무 같이 친근하다. 벚꽃이 만개하는 봄날,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책 『읽기록』을 따라 그녀의 변신을 살펴 가면 어떨까. 

이종인 목사(울산언약교회 담임목사, 울산대학교 철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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