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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문화/신상헌 교수의 찬송이야기

"오 임마누엘 예수님 내 맘에 오소서" 찬송가 120장



오 베들레헴 작은골 너 잠들었느냐 
별들만 높이 빛나고 잠잠히 있으니 
저 놀라운 빛 지금 캄캄한 이 밤에 
온 하늘 두루 비춘 줄 너 어찌 모르나

온 세상 모든 사람들 잠자는 동안에 
평화의 왕이 세상에 탄생하셨도다 
저 새벽별이 홀로 그 일을 아는 듯 
밤새껏 귀한 그 일을 말없이 지켰네

오 놀라우신 하나님 큰 선물 주시니 
주 믿는 사람 마음에 큰 은혜 받도다 
이 죄악 세상사람 주 오심 모르나 
주 영접하는 사람들 그 맘에 오시네

오 베들레헴 예수님 내 맘에 오셔서 
내 죄를 모두 사하고 늘 함께 하소서 
저 천사들의 소식 나 기뻐 들으니 
오 임마누엘 예수님 내 맘에 오소서 아멘



  “번역은 반역이다.” 프랑스의 문학 사회학자 로베스 에스카르피의 말인데, 한 언어로 표현된 글이 다른 언어로 바르게 번역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나타내는 말이다. 필자도 1990년대 초에 독일어로 된 바흐 칸타타 코랄을 번역해 보려고 하다가 포기한 적이 있다. 음표 16개로 된 독일어 가사가 한국어로 번역을 하다 보니 글자 수가 35자가 넘는 것이었다. 결국에는 직역보다는 의역을 해야 하는데 가사의 원뜻을 살리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러한 이유로 가사의 원뜻과는 전혀 다르게 번역된 곡이 우리의 찬송가에는 의외로 많이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가사에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 작사가의 그 시가 만들어진 이유와 배경이 있고, 작곡자도 그 시를 잘 표현하기 위해 음표와 리듬을 사용하게 된다. 한 예를 들어서 헨델의 메시아 4번 합창곡 ‘주의 영광’을 들 수 있는데, 원어 가사는 “And the glory of glory of the Lord”인데, 번역은 “주의 영광 구주의 영광~” 우리가 광~, 광~, 이라고 노래 부르고 있지만, 원어는 Lord~, Lord~, 이라고 되어있다. 내용을 보면 “glory(영광), glory(영광) Lord(주님)”이다. “영광 영광의 영광의 주~”라고 부르는 것이 훨씬 원어에 가깝다고 할 수가 있다. 


  또 찬송가 한 곡을 예로 들면 찬송가 22장 ‘만유의 주 앞에’는 원어가 “Rejoice, the Lord is King”으로서 가장 높은 음이 “King”, “왕”이다. 그런데 우리가 노래를 부를 때는 높고 긴 음이 ~ 페(에), 라고 부르고 있다. “King”으로 되어 있는 원어가 훨씬 우리 마음에 와닿는 것 같다. 지금의 새 찬송가를 보면 외국곡 비율이 80%가 되기 때문에, 인터넷의 발달로 조금의 관심을 가지면 누구나 번역이 가능해서 얼마든지 원곡의 뜻을 바로 알고 부를 수가 있다. 참고로, 중부대학교 인문사회학부 장인식 교수의 논문집 제14집(1999.11) ‘한국 찬송가에 나타난 영미시 번역상의 문제점’ pp. 103-130을 소개해 본다. (인터넷에 무료 게시됨)


  오늘은 성탄 찬송가 120장 ‘오 베들레헴 작은골’을 소개하고자 한다. 작사자는 필립스 브룩스(Phillips Brooks) 목사이다. 그는 1835년 12월, 청교도의 도시 보스턴에서 6형제 중 둘째로 태어났으며, 그의 어머니는 자녀들에게 철저한 신앙교육을 시켰는데, 저녁 식사 후에는 반드시 성경을 읽고 기도하도록 하였고, 주일마다 찬송을 한 곡씩 외워 부르도록 하여 200여 곡의 찬송가 가사를 외웠다고 한다. 


  브룩스는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한 후에 라틴어 교사 생활을 하다가 1855년에 버지니아의 성공회신학교에 입학하여, 1861년부터 6년간 보스턴 삼위일체교회(Trinity Church)에서 설교하면서 노예제도에 대해 비난하였고, 노예해방을 선언한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했다고 한다. 그는 흑인도 하나님의 자녀로 대접받고 살아야 할 것을 주장하였다. 그 후 브룩스는 필라델피아 성삼위일체교회에서 22년간 목회를 하였다. 


  이 곡은 브룩스가 1865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예루살렘을 방문하여 베들레헴 탄생교회(The Church of Nativity)에서 밤 10시부터 새벽 3시까지 5시간이나 계속된 잊을 수 없는 예배를 경험하게 되었고, 3년 후인 1868년 크리스마스 준비를 하고 있던 그가 3년 전 성지를 예방했을 때 받은 영감과 깊은 인상을 받고 이 곡을 작사하게 되었다. 그는 같은 교회 주일학교 부장이자 오르가니스트인 루이스 헨리 레드너(Lewis Henry Redner)에게 1868년 성탄 전날 작곡을 부탁하였고, 루이스는 악상이 떠오르지 않아서 하나님께 곡을 달라고 기도하며 잠들었는데, 천사들이 노래 부르는 꿈을 꾸다가 잠이 깨어 그 노래를 악보로 옮긴 것이 120장, ‘오 베들레헴 작은 골’이다. 그 어느 때 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임마누엘로 오신 예수님을 맞이하는 2020년 성탄절이 되길 소망한다.


신상헌 목사
고신대학교 교회음악대학원 졸업
한세대학교 일반대학원 음악치료학 박사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