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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교계일반

“갈멜산의 불을 다시 기다리며”

  6월이 되면 우리는 다시 한 번 민족의 아픈 역사를 떠올리게 됩니다. 1950년 6월 25일, 한반도는 동족상잔의 비극 속으로 무너져 들어갔습니다. 전쟁은 단지 총과 포탄만의 싸움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의 삶이 무너지고, 가정이 찢어지고, 믿음과 희망마저 흔들리는 시간이었습니다. 폐허가 된 조국 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눈물로 기도했고, 교회는 무너진 민족을 붙들고 하나님 앞에 엎드렸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시대를 바라보면, 전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중동의 분쟁, 테러와 폭력, 민족과 이념의 충돌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과학이 발전하면 평화가 올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인간의 탐욕과 죄악은 오히려 더 거대한 파괴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세상은 점점 더 강한 무기와 힘을 의지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점점 더 메말라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 속에서 우리는 성경의 갈멜산 전투를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열왕기상 18장에서 엘리야는 갈멜산에서 바알 선지자 450명과 맞서게 됩니다. 겉으로 보면 그것은 단순한 종교 논쟁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 싸움의 본질은 누구를 진정한 하나님으로 섬길 것인가에 대한 영적 전쟁이었습니다. 

“무릇 주는 위대하사 기이한 일들을 행하시오니 주만 하나님이시니이다”(시86:10)  “진정한 승리는 무기가 아닌 하나님께 있습니다.

  당시 이스라엘은 하나님을 떠나 바알을 의지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풍요와 성공을 위해 우상을 선택했고, 진리는 무너졌으며, 백성들의 신앙은 타협 속에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엘리야는 갈멜산 위에서 백성들에게 이렇게 외쳤습니다. “너희가 어느 때까지 둘 사이에서 머뭇머뭇 하려느냐? 여호와가 하나님이면 그를 따르고 바알이 하나님이면 그를 따를지니라.”(왕상18:21) 그 말씀은 오늘 우리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음성처럼 들립니다. 지금 우리의 싸움도 단순히 정치나 경제의 문제가 아닙니다. 하나님 없이 살아가려는 인간의 교만과 진리를 잃어버린 세속주의와의 영적 전쟁입니다. 

  오늘의 세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갈멜산 전투를 치르고 있습니다. 물질주의는 하나님보다 돈을 더 의지하게 만들고, 쾌락주의는 거룩함보다 순간의 만족을 추구하게 만듭니다. 거짓과 분열은 공동체를 무너뜨리고, 미움과 증오는 사람들의 마음을 전쟁터로 만들고 있습니다. 심지어 교회마저 세상의 가치에 흔들리며 기도와 말씀보다 성공과 숫자를 더 중요하게 여길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갈멜산에서 승리한 것은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권력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 앞에 무너져 엎드린 한 사람의 기도였습니다. 엘리야는 무너진 제단을 다시 쌓고 하나님께 부르짖었습니다. 그리고 하늘에서 불이 임했습니다. 하나님의 불은 단순히 제물을 태운 불이 아니라, 무너진 신앙을 회복시키는 불이었고, 흔들리던 백성들을 하나님께로 돌이키게 하는 회개의 불이었습니다. 오늘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필요한 것도 바로 그 갈멜산의 불입니다. 우리는 세상의 두려움 앞에서 낙심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다시 무너진 예배의 제단을 세워야 합니다. 기도의 불을 회복해야 합니다. 말씀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합니다. 전쟁과 혼란의 시대일수록 교회는 세상의 희망이 되어야 합니다.

  6.25전쟁 당시에도 교회는 폐허 속에서 기도했습니다. 성도들은 피난길에서도 찬송을 불렀고, 목회자들은 목숨을 걸고 복음을 지켰습니다. 그 믿음의 눈물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세우는 영적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어떻습니까? 너무 편안함 속에서 신앙이 잠들어 버린 것은 아닙니까? 세상의 가치와 타협하면서도 아무런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까? 

  갈멜산 전투는 우리에게 분명한 결단을 요구합니다. 하나님 편에 설 것인가, 세상의 우상을 따를 것인가 하는 선택입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교회를 향해 “머뭇머뭇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믿음은 중립이 아닙니다. 진리는 타협할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6월의 하늘 아래에서 우리는 다시 기도해야 합니다. 이 민족 위에 다시는 전쟁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세계 곳곳의 전쟁과 고통 가운데 있는 영혼들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다시 영적 갈멜산에 서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지금은 무기를 드는 시대가 아니라 무릎을 꿇는 시대입니다. 

  지금은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는 시대가 아니라 회개의 눈물을 흘리는 시대입니다. 하나님께서 다시 한국교회 위에 갈멜산의 불을 부어 주실 때, 절망의 시대 속에서도 새로운 회복과 부흥의 역사는 시작될 것입니다. 

  6월의 기억은 단순한 과거의 아픔이 아니라, 오늘 우리를 깨우시는 하나님의 경고이며, 동시에 회복을 향한 하나님의 초청입니다. 갈멜산의 불을 다시 기다리며, 우리 모두가 이 시대의 엘리야처럼 믿음의 자리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오주철 목사 언양영신교회  계명대학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