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먹방이야?” 누군가의 타박 섞인 목소리가 들리지만, 내 눈은 이미 화면 속 낯선 남자의 오물거리는 입술에 고정되어 있다. 요즘 세상은 참으로 기묘하다. 남이 먹는 모습을 몇 시간이고 들이다 보는 사람들이 있다니. 하지만 나는 이 ‘먹방’의 유행이 단순한 탐욕의 전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속에는 왠지 모르게 마음을 데우는 묘한 ‘연대감’과 어렴풋하게 느껴지는 ‘하늘의 비밀’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가족(家族)’이란 무엇인가. 같은 집에 살며 입[口]으로 음식을 같이 먹는 집[家] 식구(食口)가 아니던가. 한솥밥을 먹는다는 건,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삶의 가장 원초적인 즐거움과 고단함을 함께 나눈다는 선언이다.
화면 속 먹방 크리에이터가 복스럽게 밥을 퍼먹는 모습에 우리가 환호하는 건, 어쩌면 우리 모두가 잊고 있던 그 ‘한 식구’의 따뜻함을 그리워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비록 랜선 너머지만, 우리는 그와 함께 한 상에 앉아 깔깔거리며 숟가락을 부딪치는 환상을 맛본다.
이 먹방의 기쁨을 가만히 묵상하다 보면, 성경 속 ‘먹임의 사건’들이 오버랩된다. 하나님은 우리를 단순히 영적인 존재로만 창조하지 않으셨다. 배고픔을 느끼고, 맛있는 것에 침을 흘리는, 지극히 ‘육적인’ 존재로 만드셨다. 그리고는 그 육적인 필요를 채워주시는 일에 참으로 열심이셨다. 광야의 메마른 땅에서 40년 동안 이슬처럼 내린 만나와 메추라기를 보라. 그것은 단순한 식량이 아니었다. 당신의 백성을 굶기지 않으시겠다는, 하나님의 절절하고도 유머러스한 사랑 고백이었다.
매일 아침 “어구, 내 새끼들, 배고프지? 어서 먹어라!” 하고 하늘의 곡간을 여시는 듯한 모습.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하늘 먹방’이 아니겠는가.
어디 그뿐인가. 지쳐 쓰러진 엘리야에게 까마귀를 통해 떡과 고기를 건네신 세밀한 돌봄이나, 시편의 고백처럼 원수의 목전에서 상을 차려주시는 그 넉넉함은 우리가 ‘잘 먹는 삶’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시는지를 보여준다.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차려 주시고 기름을 내 머리에 부으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시편 23:5)
원수가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는데도, 하나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기름진 갈비찜에 윤기 흐르는 쌀밥을 가득 차려내신다. “저놈들이 뭐라고 하든, 너는 내 자식이니 마음껏 먹어라!” 하는 그 통쾌한 사랑! 이보다 더 은혜롭고 해학적인 장면이 어디 있겠는가.
원수들 앞에서 노출시키는 ‘하나님의 먹방’을 보라!
그렇기에 나는 기쁘게 먹는 이들의 모습, 즉 먹방을 예찬한다. 감사함으로 충만하게 채우며 잘 먹는 것은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귀히 여기는 가장 정직한 삶의 태도다. 성찬의 예전 속에서 우리가 떡과 잔을 나눌 때, 그 좁은 테이블은 온 인류가 하나님의 식탁에 둘러앉는 거대한 선교적 비전으로 확장된다. 그것은 장차 하늘나라에서 벌어질 거대한 잔치의 미리보기이다.
하지만 진정한 먹방의 예찬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의 먹는 삶 자체가 하나의 보고서가 되어야 한다. 한 입의 음식을 넘기며 우리는 자문해야 한다.
‘나는 이 먹거리의 출처와 가치에 합당한 삶을 살았는가?’ ‘내가 누리는 이 포만감이 누군가의 소외된 배고픔을 외면한 결과는 아닌가?‘
내가 배불리 먹으며 주신 이에게 감사하는 마음은, 자연스럽게 먹지 못하는 이들을 향한 긍휼로 흘러가야 한다. 거룩한 식탁은 결코 나 혼자만의 포만감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리스도인의 식탁은 세상의 굶주린 영혼들을 향해 언제나 열려 있어야 한다. 내가 배부른 만큼 다른 이의 배고픔이 보이기 시작할 때, 우리의 식사 시간은 비로소 예배가 된다.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나니” (디모데전서 4:4)
오늘도 우리는 식탁 앞에 앉는다. 이 시간은 단순한 끼니때가 아니라, 하나님과 마주 앉는 거룩하고도 즐거운 예배의 시간이다. 밥 한 숟가락에 은혜 한 머금, 국 한 모금에 사랑 한 모금. 그렇게 복스럽게 먹고, 뜨겁게 감사하며, 그 넘치는 에너지를 소외된 이웃에게 흘려보내는 삶. 그것이야말로 하나님이 꿈꾸시는 ‘온 인류의 한 식구 잔치’를 이 땅에서 미리 맛보는 가장 행복한 순례자의 모습이 아닐까.
할렐루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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