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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문화/건강

“진단은 병원에서, 발견은 일상에서”

  유방암은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몸은 그보다 먼저 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그 신호를 가장 먼저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은 의사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정기적인 자가검진은 이러한 미세한 변화를 놓치지 않기 위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한국 여성에게 유방암은 가장 흔한 암이다. 특히 40~50대에서 급격히 증가하는데, 이 연령대의 많은 여성들이 ‘치밀유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더욱 중요하다. 치밀한 유방 조직은 유방촬영술에서 종양이 하얀 음영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위험이 크다. 즉, 촬영검사만으로는 조기 병변을 온전히 찾아내기 어렵다. 그렇기에 자신의 신체 변화를 스스로 캐치할 수 있는 자가검진은 한국 여성에게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자가검진은 단순히 유방을 만져보는 행위가 아니다. 평소 나의 유방이 어떤 모양과 촉감을 가지고 있는지 기억해 두는 과정이다. 많은 초기 유방암 환자들이 의료진보다 먼저 이상 징후를 스스로 감지한다. 샤워할 때, 로션을 바를 때, 혹은 옷을 갈아입는 순간 ‘전과 다른 느낌’이 발견의 출발점이 된다. 실제로 “뭔가 이상했다”, “전에는 없던 단단한 부위가 만져졌다”는 환자들의 말은 결코 드물지 않다. 이러한 조기 발견은 치료 결과를 크게 향상시킨다.

  일부 국가에서는 자가검진이 사망률 감소를 직접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과거 권고를 낮춘 적이 있다. 그러나 해당 연구들은 주로 서양인을 대상으로 했으며, 한국 여성 특유의 치밀유방 구조나 비교적 젊은 발병 패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는 ‘정기적 자가검진’이라는 표현 대신, ‘유방 자가 인지(Breast Awareness)’, 즉 자신의 유방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이상이 있을 때 즉시 의료진을 찾는 개념을 새롭게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가검진은 어떻게 하면 될까? 생리가 있는 여성은 생리 후 3~5일, 폐경 여성이나 생리가 불규칙한 여성은 매월 같은 날짜를 정해 꾸준히 시행하면 된다. 먼저 거울 앞에서 유방의 모양, 피부 주름이나 함몰, 색 변화, 유두 분비 여부를 살핀다. 이후 샤워 중이거나 누운 상태에서 손끝으로 원을 그리듯 유방 전체를 천천히 눌러보고, 바깥쪽과 겨드랑이 림프절까지 빠짐없이 확인한다.

  여기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자가검진은 유방암을 ‘진단’하는 도구가 아니다. 자가검진은 ‘경보 장치’다. 작은 변화가 느껴졌을 때 이를 병원 진료로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유방암은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서서히 자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평소 자신의 정상적인 촉감과 모양을 알고 있을수록 작은 변화를 더욱 빨리 포착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혹이 만져지면 이미 늦은 것 아니냐”고 걱정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초기 종양 역시 특정 크기까지 성장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유방 상태에 대한 ‘기준선’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자가검진은 바로 그 기준선을 만들어주는 방법이다.

  유방암 검진은 자가검진, 유방촬영술·초음파 같은 영상검사, 그리고 전문의의 임상진료가 함께 이루어질 때 가장 높은 정확도를 가진다. 국가검진 역시 매우 중요하지만, 2년에 한 번의 검사만으로는 연중 변화 전체를 포착하기 어렵다. 한 달에 5분의 자가검진은 이 공백을 안전하게 메워주는, 개인 맞춤형 조기 발견 시스템이다.

  유방암은 조기 발견 시 5년 생존율이 98%에 달한다. 조기 발견은 생명을 살리고, 치료 부담을 줄이며, 삶의 질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전략이다. 자가검진은 단지 유방을 만져보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몸에 귀 기울이는 태도이며 건강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책임이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질병에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매달 단 몇 분이면 충분하다. 그 짧은 시간이 삶을 바꿀 수 있다. 자가검진은 바로 그 시작이다.

  “마음의 즐거움은 양약이라도 심령의 근심은 뼈를 마르게 하느니라”(잠17:22)

최진혁 교수 고신대학교 복음병원 유방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