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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문화/건강

"콩은 유방암의 적일까, 친구일까?"

 

“선생님, 저는 유방암이라서 콩이나 두유는 안 먹어요.”

  외래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콩에 들어 있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여성호르몬처럼 작용해 암을 키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콩에는 ‘이소플라본(isoflavone)’이라는 물질이 풍부하다. 이소플라본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구조가 비슷해 ‘식물성 에스트로겐’이라 불리지만, 실제 작용은 에스트로겐에 비해 매우 약하며, 강도는 1/1000 수준에 불과하다. 즉, 몸속에서 강한 에스트로겐이 수용체에 붙으려 할 때 이소플라본이 ‘가짜 열쇠’처럼 자리를 차지해 오히려 강한 자극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콩은 상황에 따라 두 얼굴을 가진다. 에스트로겐이 부족한 폐경기 여성에게는 약한 대체 작용을 하여 갱년기 증상을 완화시키고, 반대로 에스트로겐이 많은 젊은 여성이나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에게는 경쟁적으로 수용체를 차단해 암의 자극을 줄일 수 있다.

  실제 연구에서도 콩은 유방암 위험을 높이기보다는 오히려 낮추는 쪽으로 작용한다는 결과가 많다. 상하이 여성 건강 연구에서는 이소플라본 섭취량이 많은 여성들이 그렇지 않은 여성들보다 유방암 발생률이 약 30% 낮게 나타났다. 또 유방암 치료 후 환자를 추적 관찰한 연구에서도 두유나 두부를 꾸준히 먹은 환자들이 유방암의 재발률이 낮았다. 이러한 결과는 아시아 여성에게서 특히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어릴 때부터 콩을 자주 먹어 장내 미생물이 이소플라본을 활성 형태로 바꾸는 능력이 더 높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과거에는 타목시펜(Tamoxifen) 같은 항호르몬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콩을 제한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대규모 연구에서는 콩 식품이 항호르몬 치료 효과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다. 오히려 콩을 꾸준히 섭취한 환자들에게서 심혈관 질환이 적고 체중 조절이 잘 되며 피로가 덜하다는 결과도 있다. 

  다만 주의할 점은 있다. 

  콩 자체나 두유, 두부처럼 음식 형태로 섭취하는 것은 안전하지만, 고농축 이소플라본 보충제나 캡슐 형태의 건강기능식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제품은 호르몬 농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하루에 어느 정도 먹는 것이 좋을까? 두부 1/3모(약 100g), 두유 한 컵(200ml), 또는 삶은 콩 반 컵(약 50g) 정도면 충분하다. 이 정도로도 이소플라본 25~30mg을 섭취할 수 있다. 과하게 먹을 필요도, 일부러 피할 이유도 없다. 무가당 두유나 순두부, 청국장, 된장 등 발효 콩식품을 다양하게 활용하면 좋다. 전통 식단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콩 음식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결론적으로 콩은 유방암 환자나 예방을 걱정하는 사람에게 피해야 할 음식이 아니다. 균형 잡힌 식단 속에서 자연스러운 형태로 섭취하면 유방암의 재발 위험을 낮추고 전반적인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우리 식탁 위의 두부, 두유, 된장은 오히려 건강을 지켜주는 든든한 친구다. 콩은 유방암의 적이 아니라, 건강한 밥상 위의 친구임을 기억하자.

  “육체의 연단은 약간의 유익이 있으나 경건은 범사에 유익하니 금생과 내생에 약속이 있느니라”(담전4:8)

최진혁 교수(고신대학교 복음병원 유방외과)